선물 고르는 데 필요한 정보를 키보드마니아에서 많이 얻었으므로 보은하는(?) 차원으로 후기 남깁니다.

1. 동기
제가 좋아하는 분은 프로그래밍을 전공하고 앞으로도 그 분야에서 일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오래오래 자주 사용하면서 저를 한 번이라도 더 기억해 줄 만한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키보드가 좋겠더라고요. 키보드는 프로그래머의 악기 맞죠? :) 사용하는 시간이 길 테니 편안하고 피로가 덜한 키보드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2. 키보드 고르기?
전 전자제품엔 깜깜이라서 무작정 구글에 편한 키보드, 라고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키보드라는 물건이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더라고요. 멤브레인 광축 기계식에 청축 적축 흑축 우와...소분류도 어마어마하고요.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이소 5000원짜리 바이올렛 키보드 쓰는 사람^_^;) 이 모든 키보드를 다 볼 수는 없으니 우선 두 가지 정도로 원하는 요소를 좁혔어요.
1) 피로감이 적을 것(낮은 키압, 인체공학적 설계, 배열 등)
2) 키보드를 사용하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즐거워질 것.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키보드가 HHKB입니다. 컴팩트한 크기에 까다로운 미감을 가진 프로그래머가 좋아할 법한 간결한 생김새, 또 프로그래머를 위해 압축된 키들...우선 제가 프로그래머라면 받았을 때 기쁠 것 같았어요.

3. HHKB의 장단점
제가 파악한 것이 맞다면 HHKB는 호불호가 제법 갈리는 키보드였어요. 그 컴팩트함과 도각도각 초콜릿을 부러뜨리는 소리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상당히 마니악한 키배열을 불편해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분이 키보드를 받아 보고 당황하면 어쩌나...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게다가 아직 학부생이라 도서관 열람실에 있는 시간이 긴 사람인데 너무 소리가 시끄럽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정말 망설여졌어요. 게다가 유선...블루투스 버전은 키감이 다르고 배터리도 많이 잡아먹는 것 같고....

4. 그럼에도
가벼운 키압과 압축된 키들 덕분에 짧아진 동선은 정말 포기하기 어려운 요소였어요. 어쨌든 피로를 덜어주는 게 저의 목표였으니까요. 그리고 타건 영상으로 들어본 경쾌한 소리는 틀림없이 작업하는 시간을 즐겁게 해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게다가...정말 예뻐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T T)하지만 무각을 선물했다간 정말 선물이 아닌 공포가 될 것 같아서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먹색 유각으로 골랐습니다! 나머지 단점들은 다른 장점들로 커버가 된다고 생각했고요.

5. 받아본 분의 반응(편의상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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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일주일쯤 써 보고 어떤지 알려줘
A: 아냐 좋아 이걸로 간다
저: 내가 선물해 주려는 건 해피해킹이 아니라 오래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키보드야
A: 맞출 거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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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아...결국 쏙 마음에 드는지 어쩐지는 알지 못했지만(아직 선물한 지 3일밖에 안 됐어요)... 그래도 정말 기뻤어요. 그 분이 말한 대로 해피해킹이 잘 맞아줬으면 좋겠네요. 키보드 고르는 데 도움을 많이 주신 키보드마니아 감사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