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링의 재구성


## 바보야!!


"저.. 당신도 저와 같나요?"
'이 사람, 갑자기 내게 무슨 말을 하는거지..'
침묵하는 내게 그는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와이어링을 할줄 아는지 묻는거예요"
'앗.. 가슴 아픈 얘기다. 난 와이어링을 할줄 모르는데..'
짐짓 골이 난 나는 퉁명스럽게 그러는 당신은 와이어링을 할 줄 아느냐고 반문해본다. 그는 대답대신 빙글빙글 웃으며 전혀 상관없는 얘길한다.
"어떤 고수분이 해주신 얘긴데요. 키매냐맨의 필수!!!, 남자의로망!!!, 몬하면 바보!!!! 라던데요. 당신은 그럼 바보로군요? 쿡쿡"
'그래.. 그렇다면 난 바보가 맞나보다.. 근데 이 사람 뭘 믿고 내게 뻔뻔하게 바보라고 하는거지..'
뭔가 쏘아붙일 적절한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얼굴만 시뻘개져 난 애꿎은 키보드만 째려보고 있었다.
그날은, 아마 언제나와 같은 어느날 오후였던 거 같다.


일단 제목은 <와이어링의 재구성> 이라고.. 심히 거창하기 그지없으나 사실 무슨말을 어떻게 써야할지 심히 난감합니다.
전 와이어링을 할줄 전혀 몰랐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감도 못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테시님이 올려주신 <컨트롤러의 키 매트릭스 따기>란 글을 보는 순간 이렇게 저렇게 얽혀있던 정보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서 정렬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터에서 일을 하면서 (몸으로 때우는 일이라 몸으로 일을하고 머리로는 딴생각을 하는 것이 가능한터라) 정렬된 생각과 정보들이 맞는지 검토를 해보고 모두들 알만하신 고수분께 제가 와이어링을 해보려고 하는데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될 듯한데 그것이 맞는 것인지 질문을 하게 되었고, 대부분 맞는 것이며 그외의 것들에 대한 상세하고 친절한 답변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시작하게 된 와이어링은 생각처럼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흔치않은 키보드를 선택한 것부터 실수였으며, 그렇게 실수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고 했지만 실수를 하게 되고, 디버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였던 터라 70%이상 진행된 것을 다 뒤엎고 다시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은 분명 다음번에 좀 더 나은 와이어링을 하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실수와 개선을 통해 사람은 진일보하는 것이기에 말입니다.



## 나와 같은 당신을 위하여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이들을 위한 첫걸음 내딛기용 글임을 밝혀둡니다.

1. 와이어링에 도전해보고 싶으나 아직 뭐가뭔지 개념이 잡히지 않은 사람
2. 멋진 키감의 키보드를 구했으나 PC에서 인식불가로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사람
3. 와이어링이란 말 자체가 뭔지 모르지만 '니가 하면 나도 한다' 라는 도전의식 강한 사람
4. 기타등등..^^;

그럼 일단 와이어링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죠.
고수분들에겐 참 우스운 얘기가 되겠지만 저와 같은 심정으로 키보드매니아를 어슬렁 거리며 눈 핑핑 돌아가는 와이어링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만을 잔뜩 키워오던 이들이 있다면 이 글은 진심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기실 이전부터 와이어링에 대한 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숫자와 그림판에 의한 간략한 설명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던 저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는 모두 현명하거나 똑똑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상세하게 말로 풀어서 설명해줄 그런 와이어링에 대한 이야기를 기다렸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고, 결국 세월을 흘려보내다가 키 매트릭스로부터 와이어링에 대한 흩어져 있던 개념을 일렬종대시킬 수 있었습니다.


와이어링은 우리말로 바꿔보자면 '배선' 정도가 되겠네요. 한컴 사전에서 찾아보면 {wiring [wái-əriŋ] n. U 배선[가선(架線)](공사); 배선 계통; 공사용 전선; U 외과.박제 (뼈의) 철사 접합} 이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려는 것은 그냥 배선이 아니고 재배선의 개념이 정확할 듯 하구요. 그렇기에 와이어링보다는 '리와이어링' 이 더 실제 작업에 어울리는 표현일 듯 합니다. 하지만 통상쓰이는 말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이후로도 와이어링이란 말을 쓰도록하겠습니다.
왜 '재배선'인가 하는 것은 이후에 설명이 되겠지만 일단 와이어링 한다는 것은 기판위에 배선공사를 한다는 개념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거 같네요.

  

## 도전하고 싶다면.. 준비물을 갖추자.

1. 와이어링을 해보고자 마음 먹었다면 일단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일단은 스위치 교체라도 한번 정도는 해보셨을 거라 생각하고 인두기와 납 정도는 가지고 계시다는 전제하의 준비물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기판이겠지요. 대상물은 일반 PC에서 쓸 수 없는 터미널용 키보드를 많이들 선택을 하십니다. 꼭 터미널용이 아니어도 전용 시스템에 들어가는 키보드등이 쓰이기도 하죠. 선택은 자유. 그러나 익히 볼 수 있는 스위치가 채택된 보편적인 모양새의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식과 경험치가 떨어지는 시작 지점에서 저처럼 익숙하지 않은 처음 보는 그런 것을 선택하면 고생을 좀 하게 될테니까요.

  


기판이 준비가 됐다면 컨트롤러가 필요합니다. 통상 삼성 DT-35를 많이들 쓰시는데 어느 키보드든지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컨트롤러를 추출하기 위해 아무리 싼 멤브라고 하더라도 새 키보드를 부셔버리는 것은 좀 기분이 좋지 않으니 가능하면 주변에서 키 입력이 안된다고 버린다고 하는 것들, 일터 등에서 같은 이유등으로 버려진 키보드들을 한번 찾아보셨음 좋겠습니다. 저도 일터 휴게실에 버려진 키보드가 하나 있길래 몰래 컨트롤러만 뽑아와서 작업을 했습니다..^^




기판과, 컨트롤러가 준비가 됐다면 준비한 컨트롤러의 매트릭스가 필요합니다. 매트릭스는 키보드의 두뇌 정도로 생각하시면 편할 거 같네요. 버려진 멤브의 뇌를 가져와서 머리가 없고, 몸만 있는 키보드와 결합시켜 하나의 키보드를 만드는 일.. 와이어링은 그렇게 간략하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매트릭스는 뇌의 구조가 될테고, 컨트롤러의 매트릭스를 따는 일은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지를 알아내는 일이 되겠습니다.
매트릭스를 어떻게 따는 것인지 모르시겠다구요? 그렇다면 여기 아주 훌륭한 글이 있습니다. 저와 당신같은 초보들을 위한 테시님의 <컨트롤러의 키 매트릭스 따기> 라는 강좌를 꼼꼼히 읽어보세요. 저도 이 글에서부터 와이어링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tipntech&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68


2. 중요한 몇가지가 확보가 됐다면 다음은 세부작업을 위한 준비물들입니다.




와이어링을 해야하니 당연히 와이어가 필요할겁니다. 어떤 와이어를 선택하느냐는 쉬운 와이어링과 어렵고 힘든 와이어링의 갈림길에 서게 합니다. 저도 처음에 흔히 구할 수 있는 와이어를 피복 벗겨가며 작업하려고 했으나 이것은 실로 대단한 노력이 없으면 못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백개가 넘는 와이어의 양끝단을 까내고 땜질을 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는 얘기일거 같구요. 그래서 판매되는 것이 '테프론 래핑 와이어' 란 물건인가봅니다. 흔히 테프론 와이어라고 불리우는 이 와이어는 안의 철심이 한가닥으로 되어있어 끝단을 꽈서 쓰는 일반 전선이 아니어서 좋습니다. 피복이 얇아서 인두기로 녹여가며 작업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와이어링에는 이 와이어가 쓰이나봅니다. 저는 가로열과 세로열 매트릭스를 구분해서 와이어링하기 위해 두가지 색상의 와이어를 준비했습니다.




와이어링 작업을 위해서는 한대의 테스터기 또는 '삑삑이'라고 불리우는 (http://www.kbdmania.net/board/view.php?id=photo&page=4&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430) 이런 간단한 테스터기 정도는 구비해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반드시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자신의 손길에 100% 확신이 없는 분들이라면 준비하고 시작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외 와이어링시 복잡해지는 배선들을 기판면에 길을 잡고, 붙여가며 작업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선 연결이 어려워집니다) 그 때 필요한 자신에게 맞는 테이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와이어링 절단용 닛퍼나 손톱깍기..

이 정도가 준비가 됐다면 와이어링을 시작해도 좋습니다.



## 시작해보자!! 와이어링!!

1. 패턴의 절단




사실 저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해보니 패턴을 완벽하게 끊는일이야말로 와이어링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봐도 좋을 거 같더군요.
패턴은 기판면의 스위치들이 이어진 길을 말합니다. 한개의 스위치는 하나의 값을 입력하게 되는데 이것이 컨트롤러와 모두 일대일로 대응 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는 일대일 대응이지만) 구분된 종과 횡의 약 20~30 여개의 라인에 따라 입력이 됩니다. 흔히들 하나의 동박이 떨어졌는데 여러개의 키값이 입력이 안된다는 질문들을 보셨을텐데요. 하나의 동박이 떨어지면서 하나의 일렬 패턴이 중간에 끊겼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기판은 이렇게 스위치들을 분할해서 패턴이라는 이름으로 나눠가진채 화면에 키값을 입력하게 해주죠.
그렇다면 패턴이란 참 중요한 것일텐데 왜 끊어야 하는것인가.. 라고 생각하실 분이 분명 있을겁니다. 설마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저 혼자였을리는 없을테니까요..ㅎㅎ
위에서 와이어링을 '재배선' 이라고 명명했었는데 이것은 새 컨트롤러의 패턴구성에 맞게 스위치들을 배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패턴은 기판면의 지하에 있게되고, 이 지하도로 이어진 스위치간의 길을 완벽하게 끊어주는 일을 '패턴의 절단' 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지하도를 모두 폐쇄하고 기판면.. 그러니까 지상위에 새롭게 길을 내는 것이 바로 와이어링입니다.
지하도로 불리우는 기존 기판의 패턴이 완벽하게 절단되지 않을시 벌어지는 일은, 지상위의 패턴과 스위치 다리를 통해서 다른 패턴으로 연결이 되면서 와이어링을 마쳤을 때 키값이 중복 입력이 되거나 엉망으로 입력이 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와이어링 해놓은 것의 디버깅을 하는 일은 처음부터 새롭게 하는 일보다 몇곱절 힘든 일이 분명해보입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짜놓은 코딩의 디버깅이 죽어도 되지 않을때 새롭게 하는 것이 더 빠른경우를 경험하셨을 겁니다.
와이어링 작업은 분명 시간도 많이 걸리고 노력도 많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 길을 한번에 주파하기 위해서 반드시 기존 기판의 패턴을 완벽하게 끊어야만합니다.

패턴을 끊을 때는 고수님의 조언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했습니다. 커터칼로 스위치에서 가깝게 패턴선을 절단하기.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 두번 이상씩 절단하기. 고된 재작업의 길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힘주어서 기판위에 칼질하기.
패턴이 그려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기판은 스위치간 패턴의 절단을 테스터기가 있으면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기판들도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기판도 그러하였구요.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무조건 힘줘서 여러번 보이는 모든 길이란 길은 끊어주는 것이 상책입니다.
정리해서 얘기해보자면 패턴을 끊는 다는 것은, 스위치 모두들 기판면 위에서 독립된 각각의 섬처럼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주위 그 어떤 것과도, 어떤 식으로도 이어짐이 없도록 말이죠.
이쯤에서 뭔가 깨달은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기존의 기판은 스위치의 고정이라는 역할만 할뿐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기판에 부착된 그 무언가가 쓰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합니다. 기판은 난도질 당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으니 확실한 칼질로 작업 후 닥쳐올 재앙을 확실히 막아야한다는 말을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놨습니다.



2. 와이어링




사용하게 될 기판의 패턴을 완벽하게 끊었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이제 비로서 와이어링에 들어가도 좋겠습니다. 테프론 와이어를 써본 경험이 없어서 처음에는 어떻게 피복을 벗기나 걱정을 했는데 인두기로 와이어의 끝을 살살 녹이면 피복이 녹아서 와이어가 겉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첫번째로 준비된 와이어의 피복을 그렇게 녹여냈다면 컨트롤러에 연결하고 작성해놓은 매트릭스에 따라서 일렬로 와이어를 이어가면 됩니다.
이게 끝이냐구요?
물론 그렇지 않죠. 여기서도 지켜야할 몇가지 원칙과 처음 해보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간의 구분이 생깁니다.
작성된 키 매트릭스는 당연하게도 세로열과 가로열로 키값이 구성이 됩니다. 연결의 순서는 각자의 몫이지만 저는 일단 매트릭스의 세로열부터 와이어링을 했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키 스위치의 다리와 컨트롤러 연결간의 규칙설정이 될 듯 합니다.
스위치는 극성이 없다고하죠.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어느 다리에 어떤 선을 연결해도 상관이 없다는 얘깁니다만.. 최소한의 규칙이 없으면 나중에 패턴이 꼬이게 될 수가 있기에 이점에 유념해서 작업하라고 조언을 들었습니다. 간단한 규칙은 그래서 세로열의 매트릭스 연결은 스위치의 왼쪽 다리에, 가로열의 매트릭스는 스위치의 오른쪽 다리에라는 원칙하에 와이어링을 했습니다.
스위치간의 다리마다의 와이어는 잘라서 연결하는 것이 아니고 와이어의 피복만을 인두기로 녹여서 스위치 다리의 납을 녹이면서 붙여주면 됩니다.
이때 스위치 다리의 납이 적을 경우 붙이기가 용이하지 않으므로 와이어를 붙이기 전에 납을 더 첨가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와이어를 이어가다보면 매트릭스상의 키값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때 와이어를 닛퍼등으로 절단하고 다음 매트릭스를 이어가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진심으로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사실 저도 매트릭스 따기의 글을 읽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상세히 설명해보자면..
준비된 키 매트릭스 (일단은 삼성의 DT-35 매트릭스를 예로 들어서 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tipntech&page=2&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매트릭스&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52  매트릭스 이미지를 화면에 올려주세요) 의 값이 세로열로 8번열이 'Alt 좌 - 4- 5 - D - 5 - T - 9 - O - PgUp - = - 3 - Q' 인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텐데요. 예로 든 삼성 DT-35의 컨트롤러의 8번핀에 와이어를 처음 연결하고 그 다음 좌측Alt에서 시작해서 Q 까지를 스위치 왼쪽 다리에 연결하고 와이어를 절단하면 된다는 얘깁니다. 그런식으로 세로열을 마쳤다면 가로열은 해당 컨트롤러 핀에서 시작해서 연결된 값에 해당하는 스위치의 오른쪽 다리에 순서대로 연결하면 된다는 것이죠.
아마.. 제가 그동안 와이어링에 대해서 정말로 보고 싶었던 글은 이런 글이었던 거 같습니다. 말 그대로 따라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3. 주의했으면 하는 몇가지 소소한 것들

** 기판에 키값을 표시해두자.




여러 종류의 키보드를 접하다보면 여러종류의 기판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기판면에 아무 것도 안 적혀있는 기판도 있지만 기판면에 스위치의 키값이 적혀있는 기판도 보시게 될텐데요. 스위치 값이 적혀있다면 수고를 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와이어링을 하면서 계속해서 기판을 뒤집어서 위치가 맞나 확인을 해야 합니다. 작업시 기판을 자꾸 뒤집다보면 컨트롤러나 메인 케이블등의 납땜면이 절단되는 수가 있는데 이것을 방지할 수도 있으며, 와이어링을 편하게 할 수도 있기에 기판면에 자신이 쓰고자 하는 키값을 적어서 미리 붙여두면 좋을 거 같습니다. 통상 사용하는 풀 사이즈의 키보드라면 스위치 값 그대로 와이어링을 해도 되겠지만 배열이 다른 키보드라면 키캡 위치와 다르게 키 입력을 받고 싶을 경우도 있을텐데 와이어링 하다보면 그렇게 하고자 했던 사전의 마음을 잊기 쉽습니다. 그래서 배선한 것을 뜯어내야하는 등의 번거롭거나,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죠.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배열대로 표시해두고 와이어링을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 ]}' 키 값이나 화살표등의 모양이 대치되는 키값은 아무 생각없이 와이어링 하게 되면 반대로 하기 쉬우므로 방향키와 '[ , ]' 키 등은 반드시 한번 주의해서 쳐다보고 작업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 와이어의 소모량을 줄이자

저도 처음이다보니 키 매트릭스의 순서대로 와이어를 연결해야만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순서대로 연결하기도 했구요. 매트릭스의 순서대로 연결을 하다보면 가령 Tab키와 우측 Shift키가 매트릭스상의 연결 순서로 나와있다면 와이어를 길게 늘여빼서 순서대로 연결을 하게 됩니다. 아마 매트릭스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부족했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것이 실은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다만 매트릭스에 나와있는 행렬의 키값만 한 라인에 연결을 하면 되는 것이라는 걸 작업 후반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 한개의 키값이 입력이 되는 것은 세로열과 가로열의 라인이 접촉이 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꼭 순서대로 연결이 되어야 하는 것인줄 착각한 것이죠. 그렇기에 매트릭스 상에서 필요하지 않는 키값을 건너뛰고 와이어링을 하면 어떻게 컴퓨터에서 얘가 띄우고 연결이 된것인지 아는 것이냐는.. 바보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던 이유였을 거 같습니다.
매트릭스의 한 행에서 나와있는 키값은 한개의 라인에 연결만 되면 되는 것이기에 와이어의 배선을 이렇게 멀리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각각 최단거리에서 연결만 해주면 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 스위치간 와이어 연결은 약간 여유있게 하자

스위치간의 와이어 연결을 너무 타이트하게 하면 당시에는 보기도 좋고 산뜻하지만 배선이 복잡해질 수록 다른 것의 납땜시 선이 걸려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해집니다. 또한 작업중 점검시 문제가 생겨서 다시 와이어링을 해야할 경우 원래 선을 다시 쓰게 되면 타이트하게 작업했을 시 어디선가 선이 짧게 닿지 않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위치간 와이어 연결시 선은 아주 약간씩 여유를 두고 작업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테스터기가 있다면 중간점검을 하자

테스터기가 없다면 모두 마치고 꽂아서 점검을 하는 수밖에 없겠으나, 테스터기가 있다면 한개의 패턴을 모두 와이어링한 후 컨트롤러와 마지막 스위치와 전류가 통하는지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며, 몇개의 패턴이 연결이 되었다면 각각의 패턴이 연결이 된것이 아닌지 반드시 테스트하고 넘어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두개의 패턴을 연결하고 컨트롤러에서 두 곳을 테스터기로 연결해서 비프음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기판의 패턴이 완벽하게 절단되지 않아서 지하패턴과 지상패턴이 연결되어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고, 납땜시 와이어가 다른 패턴의 와이어와 늘어붙어서 생길 수 있는 문제기때문에 문제는 반드시 그 라인작업후에 점검하여 통과하는 것이 나중에 고생하지 않는 비결일 듯 합니다. 실제 제가 두개의 패턴이 저도 모르게 인두기의 열에 의해서 붙어버리는통에 원인을 몰라서 시간만 버리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하는 불상사가 생겼었거든요.



## 과거형의 나와 같았던 당신.. 이제 지금의 나와 같아져 보는건 어때요?




굳이 와이어링을 꼭 해보고 싶었던 이유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세세한 와이어링에 대한 글이 필요하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와이어링에 대한 강좌성 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심히 우둔한 저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답니다. 와이어링이란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지식이 되어서 터미널용이라고 좌절하고 맘에 드는 키보드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싶어서요. 그렇기 때문에 기를 쓰고 부품을 구하고 와이어링 하다가 엎어버리고 다시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알게 된 것들, 질문을 통해서 얻게 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고수분들이 보면 참 웃긴 얘길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밖에 안되겠지만 그래도 시작하기 두렵거나 알지 못해 시작하지도 못한 이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경험이 적어서 실 작업시의 주의사항이나 준비물등에 대한 얘기가 미비할 수가 있으니 이 부분은 재야고수님들께서 첨언해주시길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이제 누구나 와이어링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장터에서 와이어링용 SGI를 예약할 수 없을 것 같군요..^^ (그동안은 와이어링을 할 줄 몰라서 예약을 못했는데 이제는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어서 예약을 못하는 사태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ㅎㅎ)
아무튼 스위치를 교체시 뽑아낸 스위치가 기판에서 그 키값을 가지기에 다시 꽂을 때 반드시 그 스위치를 그 자리에 꽂아야만 하는줄 알았던 바보같던 제가 와이어링을 하게 되고 이 글을 남기게 되다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관심있게 봐 온 것 치곤 너무 오래걸린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네요.
글이 쓸데없이 길기만 한거 인정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항상 그렇지만 원래 하려던 얘기들은 저멀리 도망을 잘가고, 생각지도 않았던 얘기들은 잘 끼어드는법이니까요.
추위가 물러간 봄날에 염원하기만 했던 키보드 하나씩 붙들고 우리 같이 와이어링을 해보면서 모 고수님이 그러셨던 바보가 아닌 길로 같이 걸어가보도록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