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미니키보드 ML4100 (윈키리스/직선줄)



0. 잡설; (얘가 제일 깁니다  -_-)

정보통신 전공의 공대생인지라 컴퓨터에 투자를 꽤나 많이 하는 편입니다.
하드는 SSD, 모니터는 24인치 듀얼, 마우스는 MX Revol. 쓰고 있는데요.
웬일인지 키보드는 그동안 주욱 아웃오브안중 이었군요 ㅋ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입니다.
사실 가장 작업 시의 '감'에 영향을 주는 건 키보드인데 말이죠 ㅋ

그동안은 아이락스의 6570 을 쓰고 있었습니다.
펜타그래프의 재잘거리는 키감을 좋아해 썩 만족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되었고,
제가 '만족'한다고 말하는 키감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과 똑같은 길을 걸은 것이지요 ㅋㅋ


어쨌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기계식 키보드 입문자들 대부분이 거쳐 가는 루트로
매물들을 알아 보고 있었습니다.
체리 스탠다드 갈축으로 거의 마음을 굳히고 있던 찰나,
ML4100 을 알게 된겁니다.

현재 사용중인 XNote 와 키 배열도 거의 유사하고 다른 기계식보다 상대적으로 키캡의 높이가 낮아
저한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가격이 너무 착하지 않은가요? ㅋ
이 곳 장터에서 송비 포함 3.3 에 중고로 구입했고, 오늘 받아 대략 두시간쯤 사용하고 있네요.

판매하신 분의 말대로 썩 깔끔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별로 그런걸 신경 쓰는 편은 아니라 곧바로 사용에 들어갔습니다.


1. 첫인상

예상하시겠지만, '뭐 별 거 없네' 였습니다.
유난히 소리가 큰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 펜타그래프보다 더 쫄깃하다는 느낌 외에는 별다른 감흥은 없더군요.

키배치 자체의 적응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XNote 의 키배치랑 너무 유사해서 대략 30분만에 어느 정도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을만큼은 적응됐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작다는 데에 놀랐습니다.
저는 키보드 수납공간이 달린 책상을 쓰는데요.
요 위에 항상 마우스패드와 치열한 자리 다툼을 했었습니다 ㅋ
마우스패드가 steel mini 인데도 요 모양이었지요;
근데 얘가 들어가니 정말 너무너무나 여유롭네요 ㅋㅋ 원래는 여기가 꽉 차 있었습니다 ㅋ



2. 키배치

4100 의 키보드 사이즈 자체가 13인치의 P300 키보드 크기보다 작다보니 키 크기가 전체적으로 좀 작아지고
윈키/ delete키 / ~키 등등 몇가지 차이가 있었습니다.

손이 큰 편이라 키 사이즈가 작아진 건 조금 불편하단 느낌을 주었습니다.
변경된 del 키 배치는 적응에 제일 오래 걸렸지만, 상당히 훌륭한 배치 같습니다.
화살표키, end, delete 가 한번에 컨트롤 가능한 위치에 있다는 게 참 좋네요.

오른쪽 쉬프트키가 작은건 전혀 문제가 안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ㅃㅉㄸㄲㅆ 를 입력할 때 왼쪽 쉬프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ㅋ
그런데 참 재밌는게 가끔 쓰긴 쓰더라는 겁니다. 이건 뭐 완전 손가락 맘이네요;
난 시킨 적 없는데 ㅋ
뭐 가끔 쓰긴 하는데 쓰다가 오타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별 문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윈키 사용이 엄청난 편이라 이 부분이 제일 치명적이더군요.
윈7 사용중인데 사실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윈키, 프로그램명, 엔터' 방식으로 사용중이라
처음엔 IE 켜는데도 뭘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정도였습니다 ㅋㅋ
일단 이 부분은 ScrollLock 에 레지스트리 맵핑 하는 방법으로 대체하긴 했는데 솔직히 해결했다고 하기엔 뭐하군요.
어쨌든 사용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정도로 말하면 좀 심한가요? ㅋㅋ

추가적으로 키가 작아서 그런 건지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사용할 때 손가락이 접히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엔터키나 슬래쉬키 같은걸 손가락 끝이 아닌 손톱의 넓은 부분(살에 붙은 부분ㅋ)으로 누르고 있네요
사용상 지장은 없으나 손가락 끝부분이 '접히는' 느낌이 썩 유쾌하진 않네요


3. 키감

그런데 뭐 아무리 모든걸 만족해봐야 소용 없지요.
키감 하나를 위해 투자한 건데 키감이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 소용 없으니까요 ㅋ

그동안 이곳 글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엄청 급 실망해서 바로 팔아버렸을지도 모를,
그런 첫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아온 게 있으니 쉽게 포기할 순 없지요.
메모장 하나 켜놓고 (처음에 얘를 어떻게 켜야할지 난감했습니다. 원래는 윈키+R -> notepad -> 엔터 였습니다;)
키보드매니아 글들을 쳐보기도 하고 타자연습도 해보았습니다.

두벌식타자의 가장 큰 문제가 왼손 사용이 오른손보다 현저히 많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저는 오른쪽 쉬프트도 잘 안 쓰고 그걸 왼손에 전가하는 타입이다 보니,
키감 자체가 왼손에 상당히 무리가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압력을 느끼며 치는데도 신기하게 눌리긴 다 눌리네요;
이게 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분명 압력을 느끼고, 그 압력이 걸리적거리는데, 그러면 당연히 오타가 나야하는데,
얘는 오타가 안 나네요; 그렇다고 구분감이 안 나는 것도 전혀 아니고;
아무래도 제가 키압력이 상대적으로 현저히 낮은 펜타그래프를 굉장히 오래 사용했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약 두시간 정도 사용해 본 결과 그 느낌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4100 의 키감이 이런 거구나 느끼고 나서 다시 펜타그래프를 놓고 쳐보았더니
오타도 많이 나고,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습니다.
얘가 이렇게 심심한 아이인지 정말 처음 알았습니다;
이래서 많은 키보드 매니아 분들이 이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드네요.

다른 기계식 키보드를 써보지 않아 그런 차이는 어떻게 말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냥 이 자체의 타이핑 느낌이 굉장히 좋습니다.

이로써,
다른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엄청난 뽐뿌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청축, 갈축, 흑축, 백축.. 이런 아이들이 어떤 느낌인지 느무느무 궁금해 죽겠어요-_-


아직 좀 더 써봐야 하겠지만, 대략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직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라면 아까도 언급한 왼손 새끼에 들어오는 약간의 이물감과
속타시 느껴지는 '통울림' 느낌입니다.
다른 사용기들 보면서 통울림이 대체 뭐지 했는데,
얘 한번 다다다다- 쳐보니 바로 알겠습니다.
이런게 통울림이군요ㅋ

백문이불여일타, 는 역시 진리였습니다 ㅋㅋ


4. 결론

저렴한 가격, 미니키보드의 매력, 낮은 키캡 높이라는 조건이,
기계식 키보드를 입문하시는 기존 펜타그래프 유저에게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작용하리라 봅니다.
많이 써보신 분들이야 ML4100 을 다들 칭찬해주시니 저는 저 같은 초보 유저에게 이 녀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ㅋ

하지만, 사용기에 결론이 어디 있을까요;
다만 이로써 저는 기계식 키보드의 매력에 이미 빠져버릴 것 같다- 는 결론만이 남았습니다ㅠ
조만간에 체리 갈축 하나 들여야겠어요 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