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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고장으로 인해서 키보드 세계로 빠진지 3개월정도 된 초보 최재선입니다.
그런데 제일 먼저 구매했던 것이 ML4100이였고, 바로 청축을 구매했는데...
이런 어찌나 시끄럽든지 아래층이나 윗층에서 전화올까 두려울 정도 였습니다. 워낙에 민감한 분들이 사셔서...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사용했던 키보드가 IBM 모델 엠이라는 것을 알고...
이 녀석을 다시 구하고 오랜만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타건을 시작했을 때 셔터막이 깨끗한 새 카메라 셔터를 누를때 처럼의 
용수철소리의 여명이 방안 가득 퍼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방에다 방음 장치라도 해야겠다..." 너무 묵직하고 큰소리에 놀랐지요.

그런데 일주일째 열심히 이 녀석을 타건하면서 일을 하다보니 문득 "키보드 클릭음이 확실히 작아졌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만큼 많이 익숙해졌다는 것이겠지요.
거의 세이버급만 사용하다가 오랜만에 큰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허리도 아프고 마우스 때문에 손목 아프곤 했는데 일주일만에
키보드의 크기와 배치가 익숙해진 것을 보니 아마도 익숙해진다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쉽지요. 
처음에 그 용수철의 이명..."타칵..팅...이이이이이잉~~~~" 하는 그 소리가 이젠 내 귀에 아무렇지 않게 들리는 것이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새로운 키보드를 사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녀석에 대한 궁금증도 배가되면서 나름 키보드에 대한 생각도 정리다 되기도 하구요. 

우리에게 키보드는 입력장치가 아니라 역사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살아 남은 녀석들에 대한 동경 또는 남들과 다른 것을 알고
느끼게 되는 신비로움을 선물해주는 필구도구 같은 존재이며, 명품 다이어리 같은 느낌으로 다가서는 것이겠지요.
어떻게 생각하면 정성을 쏟고, 그 녀석에 대해서 공부하고 알아보고 고민하고 구매하고, 아끼고 쓸고 닦고...
그러다가 익숙해지면 새로운 것을 찾게되는 것이 원동력이 아니라 "간사함" 또는 키보드에 대한 배신감 같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키보드는 키보드가 아니라 키보드를 찾고 공부하는 것 자체 어쩌면 그 이상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취미는 키보드 수집이 아니라 키보드를 알아보고 사용하는 것이 취미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정답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디서나 전설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고, 왜 전설인지 알게 되면 감동하고 또 동경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유희를 맛보기 위해서는 유부남들께서는 와이프 눈치도 봐야하고, 용돈도 모아야하고 가끔은 카드 결제가 왜 문자로 날라가는지와 카드명세서를 받지 않는 방법은 없을지(-뭐 이 부분은 회사로 돌려놓으면 되긴하지만...) 고민을 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우리의 월급은 체리키보드 만큼도 오르지 않는 미스테리를 느끼게 합니다.

키보드는 똑같다라고 생각는 사람들에게 타건을 권해보면 뭐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관심없는 이들의 느낌은
"부장님 전에 쓰던 것과 전 차이를 모르겠는데요."라는 답을 들어도 
"명품은 한눈에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서서히 그 진가를 알게 되는거지..."

라는 말과 함께 키보드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보면서 씨~익 웃게 되네요.

어쩌면 익숙해진다는 것은 새롭고 다른 것을 갈망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게 아닐까 문득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불혹을 넘어선 나이에 사진을 제외하고는 처음 가져보는 취미라 그런지
"얼마야?" 라는 아내의 물음에 "키보드가 비싸야 얼마나 하겠어 게다가 이거 오래된 중고야..."라는 답변과 함께 와이프 핸드백을 같이 쇼핑을 해야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새롭다"라는 것은 "간사함"보다는 원동력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키보드 클릭음이 줄어드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던 밤부터 새벽까지 청비서신 최재선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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