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r_01.jpg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모든 일의 발단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곤 합니다.

맠투 기판을 손에 넣고 나서, 처음 찾아 다닌 것은 60g계열의 대압 스프링이었습니다.

근래에는 그 꼬리조차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물건이지요.

입문하지 얼마되지 않은 제가 이리저리 둘러봐도 대압스프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구흑은 스프링압이 70g 전후"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옳다구나~ 하고 좋은 구형 흑축이 딸린 키보드들을 뒤적거렸죠.

근데, 이것도 구하기가 쉬운 물건이 아니더랍니다. (머피의 법칙이라고, 이걸 주문하고 낙찰 받은 후에 재료용 와이즈를 얻었습니다.)


이리저리 살피고, 뒤지고 하다보니 결국 다다른 곳은 항구였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된 키보드가 이것입니다.


ncr_04.jpg

ncr_05.jpgncr_06.jpg


사실 초보라고 해도 주워 들은 게 있어서 처음에는 윤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스위치가 좋고 키캡이 승화인 키릴이라는 것도 노려보았지만, 너무 레어한 키보드라서 입수하기가 곤란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 당시에는 키릴이 승화랑 이색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NCR 1984/85 컴퓨터에 부속된 것으로 보이는 저 XT케이블을 가진 키보드입니다..


스카님 말씀에 따르자면 흑축키보드로서는 굉장히 좋은 물건임은 확실합니다.
80년대에 생산된 키보드여서 그런지 범폰이 노랗게 떠있습니다 ㅎㅎ;

ncr_02.jpg
ncr_03.jpg

전문 셀러가 아닌 개인에게서 30불 정도에 들여왔음에도 불구하고, 포장이 무슨 음식 싸는 것 같은 랩으로 거의 1.5cm두께로 덮혀있어서 풀어내는데 애를 먹었는데 상태가 무척 깨끗합니다.

NIB 수준은 아니지만, 거의 MINT급은 되는 것 같습니다.
키캡에는 뽀얀 먼지가 앉아있는데 키캡을 벗겨서 속을 보니 안은 무지하게 깨끗하고, 꼬인줄은 싱싱한 생선처럼 탱탱합니다.
게다가 필요로 하던 아크릴 창이 달린 키캡까지 수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ncr_07.jpg
항공모함이라는 애칭으로 분류될 만큼 크긴 큽니다.
옛날 키보드라서 그런지 제일 하단열의 키캡들 엉덩이가 뾰죽합니다. 누가 보면 승화키캡이라고 착각하겠어요 ㅎㅎ

내일 모레가 이 키보드의 제삿날입니다.
저에게 스위치와 키캡을 내주고 20 수년의 삶을 끝내겠지만, 부품은 맠투로 이식하여 유용하게 활용하려 합니다.

대단한 콜렉션도 아니고, 어차피 재료용이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자료로서 다른 분들이 키보드를 구하실 때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오늘 스위치 추출을 위해서 배를 갈랐는데, 기판 위에 모델명이 있어서 기재해 둡니다. 

NCR.JPG


P.S. 비슷한 이유로 땡기게 된 돌치도 상태가 괜찮더군요. 이 놈도 재료용으로 뽀각 예정입니다.
dolch_02.jpg
profile
하나씩 천천히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10 년 안에 저만의 커스텀 키보드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