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게된 계기는 사용하던 멤브레인 키보드가 시간이 지나면 뻑뻑해져 사용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떤 키보드가 오랫동안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나 검색해보았고 여기 키보드 매니아 사이트를 알게되었죠.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키보드의 기준이 부드럽고 쉽게 눌리는 키보드였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높은 키압은 불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다행히(?) 해피해킹 키보드로 입문했고 4년동안 기변없이 해피를 사용해왔습니다. 다른 키보드를 접해보지 못하고 가볍고 잘 눌리는 키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적축이 출시되었고 또 해피와 비슷한 크기의 포커 키보드도 출시되어서 적축 포커 키보드를 구입하게 됩니다. 


몇개월동안 적축을 사용해보니 키압이 낮은 키보드라고 손가락이 무조건 편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키보드를 사용할 때 우리는 키보드위에 손을 올려놓게 되는데 너무 키압이 낮은 키보드를 사용할 때는 키들이 눌릴까봐 키위에 손을 올려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타이핑하지 않을 때는 손가락이 쉴 곳이 없어서 오히려 손이 피로해지더군요.(손가락을 쫙 펴서 키보드 위에 올려놓으면 되기는 하지만 홈열에 손가락을 조금 구부린채로 쉬는 것은 불가능해보였습니다.) 한참 타이핑 할 때는 적축이 정말 편안하지만 잠시 타이핑을 멈추고 쉬어야할 때는 적축처럼 가벼운 스위치는 조금 불편하네요. 아마도 리얼포스의 차등 키보드도 같은 이유로 새끼 손가락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추측도 해봅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적축은 적축대로 매력이 있어서 처분할 생각은 없지만 혹시나 낮은 키압 = 편안함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참고하시라고 글 적어봅니다. 


또, 키가 뻑뻑한 것과 키압이 높은 것은 다르다는 것도 알려드리고 싶네요. 키압이 높은 경우나 뻑뻑한 경우나 키를 누르기 위해서 들어가는 힘이 크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뻑뻑한 경우는 마찰과 관련이 있어보이고 키압이 높은 것은 반발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키압이 엄청 높지만 뻑뻑하지 않은 키보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죠. 윤활하지 않은 알프스 흑축키보드는 뻑뻑하기도하고 반발력도 컸는데 윤활을 해주고 나니 뻑뻑하지는 않으면서 반발력이 높더라고요. 


세줄 요약을 하자면..

1. 키압이 낮은 스위치는 손가락을 올려놓고 쉬기가 힘들다. 타자를 치는 동안은 편안하지만 쉬는 시간에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2. 키압을 높게 만든 수많은 이유중 하나는 손가락을 놓고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일듯.

3. 키압이 높은 것과 뻑뻑한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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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ings are subject to interpretation whichever interpretation prevails at a given time is a function of power and not truth.
- Friedrich Nietzs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