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중심으로 각종 주변기기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Bluetooth) 기술이 첫 선을 보인지도 몇 해가 지났건만, 그 보급률은 무선랜(Wi-Fi)에 비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렇게 보급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선 주변기기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사실 데스크탑 PC 사용자 중에서 무선 키보드나 무선 마우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설령 필요하다손 치더라도, 눈알이 튀어나오리만치 값비싼 블루투스 장비를 사느니 보다 저렴한 RF(적외선) 방식의 무선 키보드나 마우스를 구입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종 PDA와 노트북, 휴대폰 등이 기본적으로 블루투스를 탑재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HTPC(Home Theatre PC) 등, 멀리 떨어진 곳에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일이 잦아진 덕분에 무선 주변기기의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눈에 띄게 성장세를 타고 있는 블루투스 시장에 국내 업체인 블루로직( http://www.bluelogic.co.kr ) 사가 과감히 출사표를 내던졌다. 그 첫 제품은 트랙볼이 탑재된 미니 키보드 BlueTooth Wireless Trackball Keyboard이다. 제공받은 제품은 개발중인 샘플이지만, 전반적인 모습을 살피기엔 충분할 것이다.

제품 사양
제작사블루로직
제품명BlueTooth Wireless Trackball Keyboard
제품가격미정인터페이스블루투스
키 개수88키 / 단축키 11개키 스위치멤브레인
키 작동기팬터그래프키캡 모양사각형(Cube)
자판 인쇄실크스크린측면배열스텝 2

외관 및 레이아웃

블루로직의 BlueTooth Wireless Trackball Keyboard는 작고 날렵한 미니 키보드로, 그 크기는 300mm X 160mm X 15mm에 불과하다. 흰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외부 프레임은 유연하고 날렵한 곡선형이며 좌우측면은 손으로 잡기 좋게 움푹 들어가 있다.



우측 상단에는 트랙볼이 있으며 좌측 상단에는 좌/우 버튼이 위치해 있다. 양손으로 프레임을 쥔 채 오른손 엄지로는 트랙볼을, 왼손 엄지로 버튼을 조작하면 된다. 프레임에 우레탄 코팅을 했다면 손으로 잡는 느낌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단 중앙에는 검은색 투명 플라스틱으로 보호되는 블루투스 무선 모듈이 눈에 띄며 좌우로는 11개의 단축키가 배열되어 있다. 단축키는 전화기에 씀직한 동그란 구형(Spherical) 키캡을 채택한 덕분에 일반 키캡과 확연히 구분된다.
전반적인 키 레이아웃은 체리 G84-4100과 유사하다. 한글/한자 키가 없는 대신 스페이스 바의 길이는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좌우 Shift 키의 크기도 거의 비슷하다.



측면 배열은 스텝 2 방식, 키캡은 전형적인 사각형 키캡이다. 가능하다면 다음 리비젼에선 원통형 키캡을 채택했으면 좋겠다.

키보드를 사용하기 위해선 뒷면의 배터리 삽입구에 AA 배터리 3개를 끼워넣어야 한다(삽입구가 좁기 때문에 배터리를 넣고 빼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제작사에 의하면 배터리 잔량이 위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블루투스 모듈 부분에서 붉은색 LED가 점등한다고 한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CapsLock/Num Lock/Scroll Lock 등의 LED표시등은 생략되었다.

블루투스 연결



제품에는 USB 블루투스 어댑터가 포함되어 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해 뵈지만, 블루투스 모듈은 물론 드라이버까지 내장된 대단한 물건이다. 따라서 이 어댑터를 PC 본체에 꼽기만 하면 연결 준비는 얼추 끝난 셈이다. 키보드에 배터리를 끼우고 아무 키나 누르면 블루투스 어댑터에 파란 불이 들어오면서 키보드와 어댑터가 페어링(Paring : 짝짓기)되었음을 알려준다.
드라이버가 내장된 USB 블루투스 어댑터는 부팅 초기단계부터 키보드를 인식하므로 부팅시 Del 키를 눌러 바이오스로 진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어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없어서 여타 블루투스 장비의 연결/해제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 이유 때문에 블루로직 사에서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 USB 블루투스 어댑터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 패키지에 어떤 종류의 어댑터가 포함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매킨토시 지원 여부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블루투스 모듈을 탑재한 애플 파워북(MacOS X 10.2)에서도 이 키보드를 인식할 수 있었다. 키보드 사용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내장 트랙볼을 인식하는 데는 실패했다.

연결에 실패하는 경우, 다른 블루투스 어댑터에 키보드를 연결하려는 경우에는 하드웨어적인 리셋 버튼을 눌러서 기존의 연결 정보를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 제공받은 샘플에는 리셋 버튼이 없었지만, 정식 제품에는 탑재될 예정이라고 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용감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마우스의 위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2~3미터 거리가 한계인데다 감도도 떨어지는 RF 방식 무선 키보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7~8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키 입력이 가능했고, 트랙볼의 감도도 USB 마우스 못잖은 수준이었다(스펙 상의 사용거리는 무려 10미터!).



키감은 상당히 경쾌하고 가볍다. 밋밋하고 딱딱한 멤브레인 방식의 세진 무선 미니 키보드에 비하면 천국을 걷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팬터그래프 방식답게 키 깊이(Key Stroke)가 얕아서 누르는 느낌은 약하지만, 적절한 압력과 반발력으로 키 입력을 받쳐준다. 10점 만점에 6.5에서 7점 정도는 줄 수 있었다.
상단의 Num Lock 키를 누르면 일부 키를 텐키(숫자 키)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LED 표시등이 없기 때문에 Num Lock이 켜졌는지 꺼졌는지 분간하기 힘들다.

러버돔(카본 컨택트) 방식의 스위치를 채택한 최상단 단축키의 키감은 과히 좋지 않았다. 어차피 자주 손이 가지 않는 키인지라 키감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정작 문제는 단축키 자체에 있다. 예를 들어 미디어 플레이어 단축키는 Control+Alt+M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실제로 Windows Media Player에는 아무런 단축키도 할당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IE(Internet Explorer) 실행 단축키 바로 옆에는 잠자기(Sleep) 단축키가, Outlook 실행 단축키 옆에는 파워 오프 단축키가 있다. 이래서야 손가락을 조금만 삐끗해도 난감한 사태가 일어나기 일쑤다.

결론

RF 방식의 무선 키보드나 마우스는 여러 종류 있지만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만족할만한 제품은 하나도 없다. 감도는 형편없고 3미터 이상 떨어지면 제대로 인식도 안되는 물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Bluetooth Wireless Trackball Keyboard는 뛰어난 성능으로 기존의 무선 키보드를 압도한다. 10미터 안팎의 거리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하는데다 감도도 훌륭하다. 미니 키보드라는 한계 때문에 데스크탑 시장을 공략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틈새 시장을 파고들기엔 이상적이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에 연결된 HTPC를 조작하고자 할 때, 혹은 침대에 누운 채 책상 위 컴퓨터에서 동영상을 플레이하고자 할 때, 아주 제격이다.

아직 판매가격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대략 10만원대 초반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MS나 로지텍에서 나온 거창한 무선 키보드/마우스 패키지에 비하면 단촐하기 그지없지만 무선 성능과 키감은 훨씬 낫다. 제대로 만들어진 컴팩트한 무선 키보드를 찾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DJ.HAN -

PS : 현재 제공받은 샘플 제품은 자잘한 문제점이 발견되는 등 완성도가 약간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만, 상용 제품에서는 수정되리라 보여집니다. 이 점을 참고해 주십시오. 또한 상용 제품이 발매되면 다시 한번 테스트를 거쳐 평점 및 리뷰를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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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