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D V2 무각흑축 키보드를 사용한지 일주일가량되었네요.


이 키보드를 구매하기 전 2~3주가량 인터넷으로 기계식키보드에 대한 정보들을 접하고 공부했습니다.


이 게시판은 자유게시판이니 그 동안 공부했던 것과 일주일가량 기계식 키보들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들을 끄적거려 보려합니다.


이 글의 목적은 저처럼 기계식 키보드에 대해 전혀 모르던 사람이 관심을 갖고 첫 키보드를 선택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 있습니다. 주제는 기계식 키보드의 타건감에 대한 이야기와 적합한 구매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려합니다.


이 분야에 전혀 내공이 없이 2주 혼자 독학하고 1주 경험한 사람이 쓴 글임을 이해하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틀린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시면 그건 감사히 듣고 수정하겠습니다.


바쁘신 분들을 위해 간략히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신에게 맞는 키보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직접 구매해서 경험해보는 방법 밖에 없다"입니다. 


글의 구조

0.도입

1.타건음

2.타건압

3.키보드의 구매방법

i) 통계적 접근

ii) 오프매장 타건

4.결론


0. 도입

번들로 주는 키보드를 마다하고 새로운 키보드를 구매하는 목적은 타이핑을 즐겁게 또는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직이든 일반인이든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시간이 매우 긴만큼, 타이핑하는게 즐겁다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험이 훨씬 향상되겠지요. 즐거운 타이핑의 요소는 자신에게 꼭 맞는 ‘타건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제가 정의 하는 타건감은

타건감 = 타건음 + 타건압 + 알파

입니다. 타건음은 타이핑할때의 소리 (청각), 타건압은 손끝으로 느껴지는 키보드의 압력 (촉각), 그리고 알파는 디자인 혹은 LED와 같은 (시각)적인 요소라고 봅니다. 저는 여기서 타건음과 타건압에 대해서 주로 얘기해보려 합니다.


1. 타건음


제가 2~3주가량 기계식키보드에 대해 공부하면서 했던 것들의 절반은 다양한 키보드의 타건영상을 찾아보는거 였습니다. 거의 수백건의 유투브영상들을 봤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앞에 서술했듯 저는 흑축 키보드를 구매해서 사용중인데 (이 글 또한 흑축키보드를 작성 중인건 안자랑), 제가 느낀 실제 타건감은 유툽영상으로 보아오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매를 고민하던 시점에는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부분이지만, 구매해서 직접 사용하면서 그 차이가 이해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영상으로 전해지는 타건감은 청각만 전해주기 때문이지요. 물론 시각적인 정보도 제공해 줄 수 있지만, 영상을 통해서는 타건압을 절대 전혀 전해질 수 없습니다.(눈보다 손이 빠르니까요)

 그리고 영상의 소리는 실제 타건음과 다를 수 있는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실제로 같은 제품에 대한 타건영상임에도 천차만별의 소리가 남니다. 왜냐하면 그 소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녹음을 하는 전자기기의 종류/위치, 키캡의 재질/두께, 키보드 본체의 재질, 보강판의 종류, 영상의 주인공이 사용하는 타법, 거기다 같은 종류의 축이라 할지라도 스프링의 종류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게됩니다. (같은 축에 다양한 스프링을 사용해 리뷰한 글도 있습니다. 최고의 덕은 양덕 https://geekhack.org/index.php?topic=44749.0) 그리고 몇몇 고수분들은 키보드를 직접 튜닝 혹은 윤활을 통해서 극상의 타건음을 보여주시는데, 이는 어찌되었든 저와 같은 초보가 구현해낼 수 있는 기성품의 타건음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거액의 돈을 주고 키보드를 산다고 제가 내공없이 (이라쓰고 노력이라 읽는)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닌거지요. 


또한, 이렇게 영상으로 전해들은 타건음만을 기준으로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이 아주 위험합니다. 본인의 작업환경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적인 제 예를 들자면, 저는 업무시간 내내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즉, 타건감에서 타건음이 가지는 비율이 굉장히 낮은거죠. 혹여 게임을 즐겨하시거나 저처럼 음악을 듣는 분들은 타건음보다는 뒤에 설명할 타건압에 대해 좀 더 비중있게 고려해서 키보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키보드매냐 게시판 혹은 그외키보드 관련 커뮤니티에서 항상 “제 이야기는 주관적이니 직접 타건해보고 구매하시길 추천합니다”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2. 타건압

기계식 키보드 (체리사에서 공급하는)의 축의 종류는 크게 청/갈/적/흑축 네가지로 나뉩니다. 각각의 간략한 구동방식과 특징은 http://pdbaby.tistory.com/74에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사실 구글에 치면 어마어마하게 나오...) 그리고 공부 조금 해보시면 아래와 같이 Force vs travel 그래프를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four_swt.png

출처: http://bit.ly/1XfWvSN


이 그래프들을 고등학교 물리지식으로 읽어보면 (이과였습니다...)


1. operating point (또는 “make" or “actuation" point)는 키가 입력되는 최소 지점. 즉, 타이핑할 때 그 지점까지만 누르면 굳이 바닥까지 치지않고도 입력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4개의 축 중 청축이 눌러야하는 깊이가 가장 깊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2. reset point (또는 break point)는 키가 입력이되고 재입력을 위해서 키캡이 돌아와야하는 최소지점. 즉 operating point를 지나고 다시 reset point를 지나오자마자 다시 누르면 문자가 재입력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reset point가 항상 operating point 왼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3. 적축이 흑축과 같은 구동방식을 가지지만, 보통 적축이 더 가볍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흑축보다 약한 스프링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적축 그래프를 보시면 그래프의 직선의 수직위치가 흑축보다 아래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적축의 operating point가 45cN (여기서 cN은 centinewton으로 gram-force와 거의 1:1 변환비율을 가지고 있어 45cN=45g 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걸 내가 어찌알지...)인데 반해 흑축은 거의 60g입니다 (다양한 축들의 operating point가 궁금하시면 http://deskthority.net/wiki/Cherry_MX 참고하세요) 또한 적축의 직선의 기울기가 흑축의 그것보다 더 얕은데 이 또한 적축 스프링의 탄성계수가 흑축보다 작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4. 그리고 고등학교 물리에서 배웠듯 한 일의 크기는 힘*거리 입니다 (W=Fx). 이를 아래 그래프에 적용해보자면 아래에 나왔듯 operating 구간의 밑넓이가 타이핑을 한번 할 때 내가 한 일 즉, 손가락이 한 일이 될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엔 이 밑넓이가 전적으로 장시간 타이핑시 손가락의 미치는 피로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fatigue.png

출처: http://bit.ly/1XfWvSN + 그림판


이를 기준으로 다시 위의 그래프에서 대략 밑넓이를 그려보시면 흑축을 제외한 나머지축은 밑넓이가 비슷해 보이는 반면 단연 흑축은 그 넓이가 넓습니다.(흑축은 정말 다 좋은데, 오래치면 손가락이 조금 아픕니다ㅠㅠ) 즉 제일 타이핑이 피곤하다는 뜻이고 그렇기 때문에 흑축에서만 유독 구름타법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구름타법은 키보드의 바닥까지 누르지 않고 operating point까지만 키를 누르고 다시 돌아오는 타법을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각 축의 구동방법과 이 그래프를 대략 읽어보시면 각각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 다양한 후기들을 살펴보신다면 그 후기에서 표현하는 타건감에 대한 묘사들이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청축이 소리가 큰 대신에 그만큼 타이핑의 피드백이 좋거나 적축은 가볍고 클릭감이 적어 게이밍키보드에 많이 사용되거나 흑축이 강한 스프링덕분에 키캡 복원이 빨라 타이핑속도에 어느정도 기여를 할 수 있다와 같은 특성들에 대한 설명도 이해가 됩니다.


생각없이 주저리 적다보니 축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길게 얘기했네요. 타건압으로 다시 주제를 돌아와서 얘기해보자면, 축의 특성을 이해했다하더라도 문제는 이 지식으로는 타건압을 상상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와 같은 대부분의 초보들은 멤브레인키보드만 사용하다가 첫 기계식 키보드를 찾고 있기때문에,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경험이 없는게 큰 문제입니다. 제 개인적 견해로는 멤브레인 키보드로 기계식 키보드를 상상하기보다 공중전화 버튼 혹은 구식 ATM기계 버튼이 오히려 기계식키보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할 정도로 멤브레인과 기계식은 느낌이 너무 다릅니다. 게다가 앞서 타건음 부분에서 이야기 했듯 축을 떠나서 키캡의 재질/두께, 스프링의 강도와 같은 것들 때문에 같은 축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타건압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키보드매냐 게시판 혹은 그외 키보드 관련 커뮤니티에서 항상 “제 이야기는 주관적이니 직접 타건해보고 구매하시길 추천합니다”라고 하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결국은 용산으로…)


3. 키보드의 구매방법


i) 통계적 방법


제가 한 방법입니다. 저처럼 주변에서 직접경험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닥치고 정보를 수집/습득 밖에 할게 없습니다. 그럴 땐 정보를 아주 많이 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정보가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전제조건으로 보자면 수백건의 영상과 리뷰들을 전부 훑고 이를 평균치를 낸다면 평균적인 “타건음”과 “타인”들이 느끼는 평균 타건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의 치명적인 단점은 결국은 타인의 경험밖에 얻을 수 없어서, 직접 구매했을 때 그 느낌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감수 할 부분입니다.


ii) 오프매장 타건


대부분의 키보드 선배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것이 매장에 가서 직접 타건해보고 결정해라입니다. 옛 말에 어른들 말씀틀린게 하나없다는데, 이게 그에 딱 맞는 얘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답변입니다. 영상 백날봐바야 정확한 타건압을 느낄 수 없으니 정확한 “타건감”을 알 수 없고, 축에 대해 백날 글로 공부해봐야 기준이 없으니 타건감을 알 수 없습니다. 직접가서 쳐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 방법의 단점은 타건해볼 수 있는 장소와 제품이 한정적이란 것입니다. 제 주변에는 타건을 해볼 장소도 없고 기계식 키보드를 가진 지인도 없어서  인터넷/글로만 공부를 해야해서 선행경험을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work place가 아닌 곳에서의 타건은 완벽한 사용경험을 제공해주기 힘듭니다. 그래서 종종 리뷰글에 보면 타건장소에 가서 자신의 컴퓨터에 직접 연결해 책상에 앉아 타건해보고 온다는 얘기가 나오는게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결론은 이러한 오프매장 타건도 결국엔 임시방편이라 생각합니다. 1주일만 연애하고서 상대방을 파악하기 힘들고, 차 한달 리스해서 탄다고 그 차에 대해서 알 수 없는 것처럼 본인 제품을 가지고 긴 시간을 놓고 사용해보지 않고서는 그 진가를 결코 알 수 없습니다.


4. 결론

맨 처음 키보드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면서 놀란 점은 여태 몰랐던 키보드의 세계가 굉장히 넓고 깊었다는 겁니다. 다양한 종류의 키보드에 놀라고 많은 매니아들에 놀랐습니다. 얕은 제 공부 경험에 의거해서 추측해보자면 키보드의 아주 미시적인 차이 (수mm의 키캡두께 혹은 높이, 수g의 스프링의 압력, 몇방울의 윤활유, 다양한 방법의 튜닝)들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혹은 예측불가능한) 타건감의 차이가 사람을 매료시키는 것 같습니다. 즉, 직접 타이핑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타건감이 최고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무튼, 최종결론은 본인 키보드를 직접 사서 사용해보지 않고는 제대로된 그 제품의 타건감을 알 수 없다, 그러니까 그냥 사서 써봐라입니다.(이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긴글을 이 야밤에 적다니…) 뭐, 여러분들이 일단 이 글을 읽고 계시단 것 자체가 이미 지갑이 열었거나 곧 열거란 얘기겠지요. 해피 타이핑하시길 바랍니다.

WASD 87 V2 Custom 흑축 + 볼텍스 PBT

Realforce SE18TO 먹각 55g 균등

Realforce 104 저소음 45g 영문균등


%타건감에 대한 고찰 시리즈

i) 타건감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39770

ii) 타건음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0993

iii) 키캡의 기초: http://www.kbdmania.net/xe/kecycap/8943518

iv) 키캡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6447

v) 윤활 기초 #1: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0688

vi) 윤활 기초 #2: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2447

vii) 윤활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57308

viii) 키보드의 구분감: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6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