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에 관심이 생기고 나서 제 최대 관심사는 타건감입니다. 왜 이 기계식이나 무접점 키보드들이 좋은 소리를 내고 좋은 키감을 주는가?


제가 앞서 쓴 글들은 전부 그 호기심에 비롯되서 혼자 생각하고 검색해본 것들에 대한 것인데요, 이번엔 타건감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타건음과 키캡의 관계에 대해서 공부해봤습니다.


글의 구조는

0) 도입

1) 키캡과 타건음이 나는 원리

1-1) 복습

1-2) 소리가 뭔가

1-3) 타건음

2) 타건음에 미치는 키캡의 요소

2-1) 무게

2-2) 키캡과 타건음 실험영상 (조성/두께/높이)

3) 결론

입니다.


0) 도입

일단 기본적으로 키캡은 키보드의 얼굴이죠. 얼굴이 이쁘면 괜히 한번 더 쳐다보는것처럼 이쁜 키캡은 사용자의 만족감을 올려주는 중요한 요소죠. 하지만 디자인 뿐 아니라, 키캡의 재질, 모양, 내구성, 호환성 등등 키캡을 구매할 때 고려해야하는 요소가 참 다양합니다. 오늘은 이 키캡을 선택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키캡과 타건음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해보려합니다. 기본적인 물리 지식과 키보드 선배들이 쌓아놓은 자료 검색 내용들을 토대로 풀어나가겠습니다. 변변찮은 지식이라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으니 틀린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앞서 키매냐의 Best article에 Limmy님이 아주 상세하게 키캡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 글이 있습니다. (http://www.kbdmania.net/xe/kecycap/3591367) 여기에서 언급되었던 중요한 포인드들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타건음에 미치는 키캡의 중요한 요소는 무게과 키캡 내부의 공간입니다. 기본적으로 키캡이 무거워지면 키캡의 진동수가 낮아서 낮은 소리가 나게되고, 내부 공간에 따라 울림통이 변하니 소리도 함께 변한다는게 요지입니다. 이 이야기에 제 사견을 좀 덫붙여볼까 합니다.


1) 키캡과 타건음이 나는 원리

1-1) 복습

어떠한 물리적 현상을 설명할 때 변하지 않는 전제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그 다음은 상당히 수월해지기 마련입니다. 제가 세울 전제는 “1. 타이핑에 의해 저장된 스프링의 위치에너지가 소리에너지로 변환되서 타건음이 난다”과 “2.마찰에너지는 무시한다. 즉, 완벽한 윤활이 되어있다"입니다. 지난번에 쓴 글을 한번 읽어봐주시면 조금 이해하는데 편하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http://www.kbdmania.net/xe/index.php?mid=freeboard&page=2&document_srl=8940993 그래프얘기가 많이 나와서 다들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ㅠㅠ 근데 사실 저도 고딩때 배운것들로 썰을 푼거라 좀 허접합니다. 저도 이번에 키보드 관심가지면서 먼 옛날에 배운것들 복습을 많이 하게 되네요 키보드가 뭐라고 공부를 다시하게 만듭니다 ㄷㄷ) 

fig1.png


1-2) 소리는 뭔가?

아무튼 스프링에 저장된 에너지가 소리에너지로 전환되는데, 이때 만들어진 소리가 어떻게 들리느냐가 타건음과 키캡의 관계를 정의내릴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그래서 소리에 대해 공부를 좀 했습니다. 인터넷 뒤져가며… 그래서 찾은 중요한 점: 1-소리의 맵시는 음파의 파형과 세기는 진폭, 높이는 진동수에 관여되있다.(밑의 그림참조) 2-파동의 에너지는 파동의 진폭과 진동수 각각의 제곱에 비례한다. (참고: http://bit.ly/1MtUq3W)

fig2.png


1-3) 타건음?

연결고리를 찾았습니다.

타건 ====> 스프링의 에너지 ====> 파동에너지 ====> 진폭과 진동수 결정 ====> 타건음 발생

이네요. 여기서 생략한 소리의 맵시 (음파의 파형)는 제가 보기에 키캡보다 윤활과 튜닝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걸로 생각되기에 다음 기회에 고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워서 안하는것도 맞습니다)


2) 타건음에 미치는 키캡의 요소

2-1) 무게

앞서 기술한 Limmy님의 글을 보면 이러한 문구가 나옵니다. 비중이 왜 중요한가? 비중이 큰 물체는 진동할 때 저역의 소리를 낸다. 달리 말하면 무거운 놈이 진동되기 힘들기 때문에 진동수가 낮고 자연히 낮은소리가 난다는 얘기입니다. 유리잔에 물을 많이 채울 수록 낮은 소리가 나는 원리랑 같죠.


fig3.png



그래서 일반적으로 밀도가 높은 PBT키캡이 낮은 ABS키캡에 비해 더 나은 타건감을 준다고 알려진 이유입니다. (물론 더 까슬까슬한 질감이 주는 타건감의 향상도 무시 못 합니다.) 그리고 이 효과가 극대화 된게 Metal 키캡입니다. 키캡만 바꿔줬을 뿐인데 마치 튜닝을 한것처럼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나게 되죠.



또한 전체 파동에너지는 일정할테니 무거운 키캡이 낮은 진동수를 갖게되면 자연히 진폭은 커지게 되고 소리의 크기는 커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낮고 묵직한 소리는 이렇게 무거운 키캡에 의해 만들어지게 됩니다.


2-2) 키캡과 타건음 실험영상 (조성/두께/높이)

근데 재미있는 실험 영상이 있습니다. 같은 키보드 본체인 레오폴드 fc600m에 다른 키캡 5종류를 바꿔 설치하고 타건하는 영상이 유투브에 있는데, 이게 자세히 두고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사람이 같은 타법으로 같은 키보드 본체를 다른 키캡으로만 타건하기 때문에 명확한 대조군 설정이 되있는것이죠. 그리고 같은 카메라로 같은 위치에서 녹화했기때문에 소리자체도 비교가능합니다. 키캡이 타건음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에 완벽한 실험 영상인거죠.


============키캡의 종류===============

a) 레오폴드 fc600m 기본 pbt 키캡 ▶두꺼움/독자높이

b) 볼텍스 구형 pbt 키캡 ▶두꺼움/마제높이 (wasd : abs)

c) 마제스터치 abs 키캡 ▶얇음/마제높이

d) mx8000 주옥션 pbt 키캡 ▶얇음/체리높이

e) 레오폴드 pbt 키캡 ▶두꺼움/체리높이

===================================


이렇게 5가지의 키캡을 사용했는데, 여기서 실험군은 다른 제조회사/다른 재질/ 다른 두께/ 다른 높이가 되겠습니다.


예상해볼 수 있는 결과는 앞서 이야기 해보았듯 무거운 녀석이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든다. 즉 두껍고 높은 PBT 키캡이 묵직한 소리를 만들어야겠죠. 그녀석이 제일 무거울테니까요. 근데, 영상을 찬찬히 보면서 소리를 들어보시면, 신기하게 (혹은 당연하게도) 그런 결과로 들리지 않습니다. 소리가 완전 제각각입니다. 심지어 볼텍스 PBT가 마제 abs보다 소리가 높게 들리죠.


그런데 신기한점은 첫번째 키캡의 소리와 마지막 키캡의 소리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최소한 제귀에는 그렇게 들립니다.) 그 첫째와 마지막 키캡의 유사점은 두꺼운 PBT키캡이고 둘다 레오폴드가 제조한 키캡이죠. 높이는 다릅니다.


이 영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제 결론은 키캡의 무게는 재질의 조성 (제조방법) >> 두께 >> 높이 순으로 주요하다 입니다.


Limmy님 글을 다시 한번 살펴보시면, ABS와 PBT는 고분자 물질이기 때문에 그 비중이 조성/제조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ABS는 0.35~1.35 g/cc, PBT는 1.07~1.63g/cc입니다. 평균적으로 PBT가 무겁지만, 어떤 ABS는 PBT보다 무겁죠. 즉 ABS 키캡이 PBT보다 좋은 타건음을 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같은 조성의 키캡에서는 당연히 두꺼운게 무겁겠지만, 조성에 따라 그 무게가 역전될 수 있으므로 그냥 키캡의 두께를 보기보다 오히려 제조회사를 보고 키캡을 선택하는게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키캡의 높이도 의견이 분분한데 제가 정보를 모아본바로는 키캡의 높이와 타건음의 관계가 명확하지않습니다. 다만, 키캡의 높이에 따라 타건감은 확실히 바뀐다는게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참고 글들: http://bit.ly/1N9da7L, http://bit.ly/1N9ddAv, http://bit.ly/1N9dhjI, http://bit.ly/1N9dfZ3, http://bit.ly/1N9djrR, http://bit.ly/1N9dm6K, http://bit.ly/1N9dkMk) 키캡의 높이가 높아져도 실제로 타건의 스트로크 높이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즉 전체 소리에너지의 양은 변하지 않아, 소리는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타점이 바뀌게 되니 키감이 바뀐다 정도로 저는 결론 내렸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당구칠 때 큐를 길게 잡거나 짧게잡고 치는 정도의 차이라고 봅니다.


3) 결론

항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하염없이 길어지네요. (죄송합니다;;;) 최대한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i) 타건음은 스위치의 스프링에너지가 소리의 파동에너지로 바뀌면서 난다

ii) 키캡이 무거울수록 낮은 진동수와 높은 진폭으로 낮고 묵직한 소리를 낸다.

iii) 키캡의 무게는 조성(제조회사) >> 두께 >> 높이 순으로 영향을 받는다.

iv) 키캡을 선택할 때, 믿을 수 있는 회사 키캡사는게 제일 중요하다 (결국은 비싼거…)

v) 같은 회사라면 이왕이면 두꺼운 키캡

vi) 높이는 키감에 영향을 주지 타건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키캡 중요합니다. 그리고 비쌉니다. 이왕이면 조금 알고 본인에게 제일 맞는 키캡을 선택할 수 있는게 그나마 지갑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윤활에 대해 공부해보려 합니다. 키보드의 길이 머네요.



WASD 87 V2 Custom 흑축 + 볼텍스 PBT

Realforce SE18TO 먹각 55g 균등

Realforce 104 저소음 45g 영문균등


%타건감에 대한 고찰 시리즈

i) 타건감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39770

ii) 타건음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0993

iii) 키캡의 기초: http://www.kbdmania.net/xe/kecycap/8943518

iv) 키캡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6447

v) 윤활 기초 #1: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0688

vi) 윤활 기초 #2: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2447

vii) 윤활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57308

viii) 키보드의 구분감: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6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