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조금 바빠서 따로 긴 글을 쓸 시간이 없었네요. 너무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주말을 이용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윤활이 타건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쓰고 있습니다. 이게 윤활의 마지막 시리즈입니다. 윤활방법에 대한 글도 쓰고 싶었지만, 일단 제가 윤활을 해본 경험이 없으니, 제가 쓴 글이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생각을 접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많은 윤활고수분들이 적은 글들을 모아 열거하는 식의 글을 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의 구조는

0. 도입

1. 본론

1) 소리의 맵시

2) 타건음 생성요소의 분해

3) 윤활의 역할

3-1) 마찰진동

3-2) 스위치/키캡진동

a) 에너지 보존

b) 윤활제의 점도

2. 결론

아… 개요부터 벌써 길게 생겼네요. 바쁘신 분들은 그냥 결론만 읽으셔도…


0. 도입

키보드 세계에 들어와보지 않은 분들은 대체 왜 키보드에 윤활까지 해야하나라고 생각할겁니다. 하지만 이 키보드계에서는 윤활이 특별한 의미를 갖죠. 이 곳에 발을 담그고 있는 키덕들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윤활을 직접하는 사람, 공방에 윤활을 맡기는 사람, 조만간 윤활을 경험할 사람. 저는 제일 후자에 속합니다. 아무튼 제가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은 키보드에 왜 윤활을 필요로 하는가 입니다. 제 이전 글에서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2447) 이야기했듯이 키보드 윤활의 목적은 사용자의 마음에 드는 타건감을 얻기 위해서 윤활을 합니다. 그렇다면 윤활을 통해 어떻게 타건음이 바뀌는가를 고민해보려합니다.


1. 본론

1) 소리의 맵시

간단히 이전 글을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2447) 복습을 해보자면,


i) 스프링 혹은 러버돔에 저장된 위치에너지가 소리의 파동에너지로 바뀌면서 타건음이 난다.

ii) 소리의 높낮이 (진동수)는 키캡의 무게에 의해 결정되고, 무거울수록 낮은 소리가 난다. 그리고 소리의 크기 (진폭)는 전환되는 위치에너지에 비례한다 (엄밀히는 제곱에 비례). 즉, 무거운 키캡을 사용하면 크고 낮은 (묵직한) 소리가 나게된다.


여기서는 소리의 높낮이와 소리의 크기에 대해 주로 생각해보았는데, 한가지 생략하고 넘어갔던 것이 소리의 맵시입니다. 소리는 파동이다. 파동의 파형이 소리의 맵시를 결정한다. 그리고 이 파형은 여러 파동의 중첩에 의해 고유한 모양이 결정된다. 제가 보기에는 이 소리의 맵시 또한 타건음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키보드에서 하는 윤활이 이 맵시와 큰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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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1. 소리의 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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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2. 다양한 파동의 파형


파동은 그 본질적 특성에 의해서 작든 크든 여러 파동이 만나게 되면 서로의 고유의 특징 (진동수, 진폭 등)을 유지하면서 중첩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중첩이 일어나면 마치 하나의 파동인듯 행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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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3. 파동의 중첩 #1


키보드에서 타건음이 만들어지는 것 또한 다양한 파동의 중첩으로 만들어 지는것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조건을 간소화해서 이 현상을 한번 파봅시다.


2) 타건음 생성의 분해

이 글의 하나의 전제조건은 Pressing sound (바닥치는 소리)는 생략하고 Releasing sound만 집중하는 것 입니다. Releasing sound를 분해해보면, 


i) 키캡이 눌러진 상태에서 Releasing될 때 마찰하면서 생기는 마찰 noise (여기에서 슬라이더 마찰, 스프링마찰, 스테이빌라이져 철심 진동 등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ii) 키캡과 스위치의 떨림, 

iii) 그리고 i)+ii)의 파동이 통울림으로 변형됩니다.


간단한 수식으로 써 보자면,


타건음 = (마찰진동 + 스위치/키캡 진동)*하우징통울림


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우징 통울림은 다들 아시다시피 하우징에 흡음제를 넣어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고려할 부분은 


타건음 = 마찰진동 + 스위치/키캡 진동


입니다.


3) 윤활의 역할

단순히 생각하면 키보드의 윤활은 “마찰진동”만을 제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보는 윤활은 “마찰진동” 뿐만 아니라 “스위치/키캡 진동”에도 영향을 줍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윤활을 통해 마찰진동을 줄이면, 마찰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적어집니다. 따라서 적어진 손실은 스위치/키캡 진동에 더 큰 영향을 주어 소리의 크기를 키우게 됩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먼저 윤활이 마찰진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부터 보도록하겠습니다. 


3-1) 마찰진동

아무리 우리 눈에 매끈해보인다 하더라도 어떤 재료든 불규칙 표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규칙접촉면이 pressing/releasing을 반복하면 서로 마찰이 일어날테고, 그 마찰은 마찰열 뿐아니라 미세한 불규칙진동도 함께 유발하게 될 겁니다. 그 진동은 타건음에도 영향을 줄겁니다. 제 능력으로는 타건음의 정확한 파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으니 단순한 수학적 그래프로 상황을 묘사해보겠습니다. 밑의 그래프를 보시면 큰 키캡 진동의 파형에 자잘한 마찰진동의 파동이 중첩이 된다고 가정하면 어떤 파동이 그려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fig4.png

fig4. 윤활의 종류와 윤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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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5. 마찰진동의 영향 (위 그래프는 제가 대충 그린 sine 그래프이니 그냥 파형만 보는 정도로 생각하세요.)


그 마찰면에 윤활유가 막을 형성해서 이 마찰이 줄어들게 되면 이 불규칙 진동의 크기가 함께 줄어들게 됩니다. 즉 중첩되는 파동의 파형이 보다 매끈한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겁니다. 이 파형이 어떻게 되는지는 밑의 그래프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빨/노/파 순으로 적은 마찰진동이 중첩되면 어떠한 파형이 나오는지 볼 수 있습니다.


fig6.png

fig6. 줄어든 마찰진동에 의한 파동의 변화


이를 토대로 생각하면, 윤활은 슬라이더간의 마찰/ 스테이빌라이져의 마찰/ 스프링 마찰에서 발생하는 불규칙진동을 줄여서 타건음의 파동을 보다 매끄럽게 만들어서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2) 스위치/키캡 진동

a) 에너지 보존

근본적인 물리 법칙 중의 하나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입니다. 전체시스템의 에너지의 총합은 변하지 않는다는게 그것입니다. 이걸 키보드에 적용해보자면, 스프링 혹은 러버돔에 축적된 에너지는 보존이 된다는 뜻입니다. 축적된 에너지는 스위치/키캡진동 에너지 + 마찰진동에너지 + 마찰열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앞서 얘기했듯 윤활을 통해 마찰진동에너지를 줄인다면 자연스레 스위치/키캡진동 에너지가 늘어나겠죠. 그런데, 만약 마찰진동은 줄이는데, 마찰열에너지를 늘릴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전체 에너지가 10이라 가정해봅시다.

스위치/키캡진동 + 마찰진동 + 마찰열에너지

i) 윤활 안한 케이스 10 = 스위치/키캡진동(8) + 마찰진동(1) + 마찰열에너지(1)

ii) 마찰진동만 줄인 케이스 10 = 스위치/키캡진동(9) + 마찰진동(0) + 마찰열에너지(1)

iii) 마찰열에너지를 늘린 케이스 10 = 스위치/키캡진동(6) + 마찰진동(0)  + 마찰열에너지(4)


마찰진동과 마찰열의 크기에 따라 각 케이스별로 스위치/키캡진동의 에너지가 다르게 형성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마찰진동과 마찰열에너지를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게 윤활유의 점도 입니다.


b) 윤활제의 점도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테니스 공을 라켓으로 세게 휘둘러친다면, 라켓이 공기를 가르는 “쒜에~” 소리와 함께 공을 타격하는 “팡!”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 스트로크를 물 속에서 한다면, 라켓은 물의 마찰때문에 제대로 휘두르지는 못하는데 그렇다고 물을 가르는 소리도 안날만큼 라켓은 천천히 움직일겁니다. 그리고 타격소리도 잘 안나겠죠. 즉 휘두르는 에너지가 거의 대부분 마찰”열”로 전환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점도가 높은 윤활유를 사용하면 이 윤활유도 윤활막을 형성하여 불규칙진동을 없앨 수 있지만, 높은 점도때문에 마찰열로 소모되는 에너지는 늘어나게됩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소리로 전환되는 에너지가 줄어들게 되어, 타건음의 진폭과 진동이 작아져 더욱 낮고, 묵직한 소리가 나게되는 것 입니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너무 높은 점도의 윤활제를 사용하면 타건감이 완전히 죽어버립니다. 끈적끈적한 타건이 되버리는거죠. 




2. 결론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 최대한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i) 타건음의 소리의 맵시는 스위치/키캡진동 + 마찰진동에 의해 결정된다.

ii) 윤활제의 점도에 무관하게 윤활을 하면 마찰진동이 줄어들게 되어 매끈한 파형을 가질 수 있어 듣기좋은 타건음이 만들어진다.

iii) 높은 점도의 윤활제를 사용하면, 소리로 전환되는 에너지를 줄여 더 작고 낮은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너무 높은 점도의 윤활제는 끈적이는 타건감을 만들 수 있으니 주의)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적절한 점도의 윤활제를 찾아야한다는 얘기는 이 결론과 일맥상통합니다. 일단 윤활을 하면 마찰진동을 없앨 수 있습니다. 적당한 점도의 윤활제를 사용해서 전체 소리의 진폭과 진동수를 조절할 수 있으니 본인에게 가장 좋은 타건음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여태까지 저는 축에 따른 타건음, 키캡에 따른 타건음, 윤활에 따른 타건음을 고찰을 해봤습니다. 각각의 조합이 키보드의 타건음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축을 선택/ 다른 키캡을 장착/ 다양한 윤활 방법 등으로 고유의 타건감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축을 바꾸거나 다른 키캡을 장착하는 방법은 아예 키보드를 바꾸거나, 새로운 키캡을 구매해야합니다. 하지만 윤활은 키보드는 유지하면서 다른 키감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겁나 많은 시간, 노력, 집중력을 투자해야하는건 생략…) 즉, 만들어 낼 수 있는 키감의 다양성은 윤활이 이 세가지 방법 중에는 가장 넓은 것 같습니다. 


글이 길고 복잡한데 시간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즐거운 키보딩하세요!



%타건감에 대한 고찰 시리즈

i) 타건감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39770

ii) 타건음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0993

iii) 키캡의 기초: http://www.kbdmania.net/xe/kecycap/8943518

iv) 키캡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6447

v) 윤활 기초 #1: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0688

vi) 윤활 기초 #2: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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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force 104 저소음 45g 영문균등


%타건감에 대한 고찰 시리즈

i) 타건감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39770

ii) 타건음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0993

iii) 키캡의 기초: http://www.kbdmania.net/xe/kecycap/8943518

iv) 키캡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6447

v) 윤활 기초 #1: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0688

vi) 윤활 기초 #2: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2447

vii) 윤활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57308

viii) 키보드의 구분감: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6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