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릭픽이나 램페이지 같은 키보드를 무식하게 두들겨대는 시절에는 키보드가 고장이 보다 잦은 편이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그 시절의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는 지금 제품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졌는지도 모릅니다. 혹은 과거의 사용환경이 더 가혹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기계식 키보드는 확실히 비교 우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자판을 두들기는 감에서부터 내구성 등등..

마침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구입했던 키보드를 찾았습니다.
꼬질꼬질하긴 해도 고장난 곳 없이 쌩쌩하네요.

다른 분들의 사용기를 보면 보통 KB-A103S 로 표기가 되어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끝에 z가 붙어있습니다. 정확히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키캡을 벗겨보니 알프스 마크가 찍혀 있더군요.
예전 제품이라 AT 방식을  PS/2방식으로 변환해주는 커넥터가 있어야 합니다.

오랜 세월 사용한 제품이지만 인쇄상태는 정말 극상입니다. 벗겨지거나 흐려진 키가 단 한 개도 없고, 대부분의 키보드와는 달리 키의 표면이 맨들맨들합니다.
매끄럽지만 그렇다고 땀이 나서 미끄러지는 일은 없습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촉감입니다.
IBM 의 넷피니티나 스페이스세이버의 표면은 땀이 나면 미끄러지기 때문에 비교가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판을 두들기는 감은...
'글쎄요"라고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쓰는 사람에 따라서 느낌이 많이 다를겁니다.
인터넷에서 기계식 키보드에 대해서 너무 부풀린 평가가 많습니다만,
기계식 키보드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일단 기계식 키보드는 특유을 딸깍 혹은 서걱거리는 소음이 있기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멤브레인 키보드에 비해서 팔이나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클릭감에 대한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평가가 갈리지만,
멤브레인 방식은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인해서 팔에 힘은 덜 들어가는 편입니다.
오히려 장시간 타이핑을 할 경우에 멤브레인이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대신 기계식은 약간의 힘이 들어가지만 그 특유의 소리와 손가락 끝에서 전해오는 느낌 때문에 오타율을 아주 약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제 경우 멤브레인은 몰아서 빠르게 치는데 유리하고, 기계식은 안정감있게 균일한 속도로 치는데 유리하더군요.
기계식 처음 쓰는 분들은 아마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타자프로그램으로 속도를 측정해 보니, 순간 최대 속도는 멤브레인이 더 빠르고
평균 속도는 기계식이 약간 더 빠르게 측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제 경우)
그러나 그 차이가 미비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보다 더 강한 반발력을 가지고 있는 뻑뻑한 키보드가 아니라면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 필요없이 기본 400타는 칩니다. 노트북 키보드도 마찬가지고. 다만 오타율이 조금 차이가 나는 정도.

그리고 예전에는 한영변환을 왼쪽 시프트+스페이스를 자주 사용했지만,
윈도우즈 환경으로 변하면서는 오른쪽 하단의 한/영키를 자주 사용하는 습관이 들었는데
아마 이런 구닥다리 키보드 쓰시는 분들도 처음에는 약간 오타가 날겁니다.
그리고 윈도우키 등이 없기 때문에 스페이스바가 무척 길게 느껴지지요.
\키의 위치는 키보드마다 약간 다르니까 그렇다치고... 윈도우키가 없는 것은 약간의 감점 대상이 됩니다.

지금 판매되는 기계식 키보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하는 마음에 굳이 비싼 기계식 키보드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특별히 기계식이어서 점수를 더 주기는 그렇고,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뽀송뽀송한 키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예전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는 시간이 좀 지나면 뻑뻑해지고 이상이 생기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확실히 내구성에서 점수를 많이 주고 싶네요.
노트북을 장시간 쓰다보니 지금은 부드러운 키감을 더 좋아하게 되어서 역시 이 마벨 키보드는 추억의 키보드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 나오는 기계식 키보드가 더 잘만들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