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기계식 키보드나 저가의 키보드 사이에서 절망해 본적이 있는가? 고가의 키보드는 가격의 부담스러움이 저가의 키보드는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면 대안은 있는가? 3~4만원대의 중급형 키보드는 어떨까? 최근 필자가 테스트한 IBM의 KB-9910 키보드는 삼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급 키보드 못지않은 만족스러운 키감을 보여줬다. 여러분이 극도의 키보드 매니아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키보드를 좋아할 것 같다.”

IBM은 노트북이나 PC뿐만 아니라 키보드 제조사로도 정통성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가 8키나 10키의 레이아웃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키보드 매니아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IBM은 역대 키보드 중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Model M을 제조, 판매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UltraNav 을 사용한 고가의 키보드를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UltraNav 기술은 최신 씽크패드 T씨리즈에서 보는 것과 같이 트랙포인트와 트랙패트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으로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키보드 입력과 마우스 포인터의 이동을 극도로 향상 시킨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필자와 IBM 오리지널 키보드와의 인연은 별로 없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한때 한국 마벨의 OEM으로 만든 한국 IBM를 몇 달 사용한적이 있긴 하지만 이 키보드는 엄연한 의미에서 IBM 오리지널 키보드라고 할 수 없는 제품이다. 그러한 이유로 필자에게 IBM 키보드는 언젠가 풀어야할 무거운 숙제였다.

그러던 중에 정말 우연히 필자의 첫 IBM 키보드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용산의 한 가게에 놀러갔다가 그 가게에 막 들어오는 키보드를 살펴보았는데 놀랍게도 IBM에서 만든 키보드 였다. 몇 차례 키보드를 눌러보니 키감이 꽤 괜찮은 것 같아 혼쾌히 구입하고 이를 사무실로 들고갔다.

IBM 키보드 라인업은?

필자가 KB-9910을 받고 나서 최근 IBM 키보드의 자료를 찾아보았다. 여러 자료를 검토한 결과 KB-9910은 최신의 키보드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는 IBM.COM의 엑세서리 코너에서 현재 발매중인 키보드 리스트에서 KB-9910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IBM에서 파는 외장형 키보드는 다음과 같다.

1. IBM USB with UltraNav USB - 트랙패드와 트랙포인트가 탑재된 기종으로 IBM사 제품 고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키보드이다.
가격은 99$


그림 1. USB keyboard with UltraNav


2. 87-Key Space Saver II Keyboard (Stealth Black) - 디자인만으로 따지면 시중에 발표된 가장 아름다운 미니 키보드 중 하나.
작은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각종 키능키와 트랙포인트가 절묘하게 조합되어 있다. 가격은 무려 155$


그림 2. Space Saver II Keyboard


3. IBM Rapid Access III USB keyboard w/ 2-Port USB hub (black) - 기본적인 형태는 IBM Preferred 키보드와 같지만 본체 상단에 16개의 rapid access키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Preferred 키보드와 다르다.
현재 USB 타입만 발매되며 키보드 내에 두개의 USB 포트를 내장하고 있다. 가격은 $45


그림 3. Rapid Access IIII keyboard


4. IBM 106-Key preferred USB Keyboard with hub - IBM Preferred는 자사에서 제작하는 가장 표준적인 키보드이다. 이 키보드는 PS/2, USB 두 종류가 나오고 있는데 전자는 $29, 후자는 $39에 팔리고 있다.


그림 4. Preferred USB keyboard


각종 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IBM KB-9910 키보드의 최초 출시시기는 대강 2001년에서 2002년 사이이며 필자가 이번에 들어온 제품은 아마도 재고 제품이나 A/S용으로 반입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인지 이 키보드에 관한 가격도 급속도로 내려가고 있다. 2001년 첫 출시에 약 10만원 정도에 거래되던 이 제품의 가격이 최근 용산에서는 3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블랙 세단을 연상하게 하는 멋진 디자인

KB-9910은 IBM 제품 답게 검정색(Stealth Black)으로 마무리된 멋진 디자인의 키보드이다. 검정색이더라도 번쩍거리는 유광 계열이거나 완전히 짙은 검은색이라면 다소 식상하게 보일텐데 KB-9910은 스텔스 블랙을 채택해 한층 부드러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스텔스 블랙은 필자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컬러이기도 한다.


그림 5. IBM KB-9910의 모습


솔직히 디자인을 보면 IBM KB-9910보다 훨씬 고가인 체리나 리얼포스 키보드 보다 고급스러워 보인다. 제품의 컬러도 그렇거니와 실크 스크린으로 처리된 키캡의 문자 인쇄 상태도 수준급이다. 또한 제조사는 키보드 뒷면을 줄무늬로 처리하였는데 이 것 역시 다른 키보드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림 6. IBM KB-9910의 뒷면


그리고 제품 박스 내에 포함되어 있는 손목 받침대를 키보드에 부착하면 키보드의 모습이 좀더 우아해 보인다. 이것은 손목 받침대가  키보드와 달리 곡선 위주로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7. IBM KB-9910의 모습 II


마지막으로 팁 한 가지. 키보드 좌측 상단에 있는 LG-IBM 마크가 다소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손 혹은 기타 도구로 LG-IBM 마크를 가볍게 들어 올리길 바란다. 매우 견고하리라고 생각했던 마크는 손쉽게 떨어지는데 그 밑에는 그동안 감쳐져 있던  IBM 오리지널 마크가 나타난다. 이것은 IBM사 노트북인 씽크패드 사용자들에게서 전해오는 전설의 팁인데 이 와 같은 내용이 데스크탑 키보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그림 8. IBM KB-9910에 붙은 LG-IBM 로고


IBM KB-9910의 키감

이 제품의 키감은 꽤 괜찮다. 물론 고급 키보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가격대 이상의 키 터치감은 제공해준다.

처음 키를 누를 때 반발력이 생각보다 조금 세 약간 버거운 느낌이지만 키보드가 눌러졌을 때 나는 경쾌한 소리가 인상적이며 키를 누른 후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튕겨져 올라가는 것도 만족스럽다. IBM KB-9910으로 타이핑을 고속으로 하면 좋은 키보드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맛볼 수 있다.  저가 키보드와 달리 IBM KB-9910은 키를 눌렀다는 확실한 느낌을 귀와 손끝에서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한다.

IBM KB-9910는 특징상 터치하듯이 부드럽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 보다는 다소 힘있게 자판을 치는 사람들에게 더 어울리는 키보드이다. 필자의 경우 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데 KB-9910을 쓰면서 100%는 아니지만 꽤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필자가 테스트한 KB-9910은 치코니사에서 OEM한 제품으로 원산지는 중국으로 되어 있다. 필자는 많은 사람들이 태국에서 만든 IBM KB-9910에 좀더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는 IBM KB-9910은 현재 중국에서만 제조되므로 과거의 제품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다만 향후 KB-9910의 태국산 제품을 입수하게 되면 본 리뷰에 일정 부분은 중국산과 태국산의 키감 차이에 대해서 언급할 것을 약속한다.

글을 끝내며..

필자가 키보드계에 들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키보드가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다. 물론 몇몇 고급 키보드는 권해주기에 충분할 정도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지만 가격 문제에 걸린다.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건데 IBM KB-9910 정도면 주위 사람들에게 하나 써보라고 권해주어도 가격, 디자인, 키감 등 여러면에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Kbdmania.net에서 방문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키보드의 제조사는 IBM이었다.  이는 아마도 넷피니티 키보드라 불리우는 KB-9910의 덕이라고 보는데 앞으로 이 제품을 능가할 수 있는 새로운 중가의 키보드가 나오길 바라면서 글을 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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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매니아가 세계 최고 동호회가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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