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터그래프 키보드의 대세를 이끌고 있는 아이락스의 키보드는 깔끔한 디자인에 괜찮은 키감, 브랜드 인지도까지 세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져 멤브레인 일색의 키보드 시장에 신선함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아이락스의 성공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팬터그래프 방식의 슬림형 키보드 시장에서도 저가의 제품이 범람하게 되었고, 결국 디자인이나 제품 자체의 품질 보다는 가격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되는 멤브레인 키보드의 시장과 닮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고급스러운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있었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급형 제품이란 기계식 키보드를 제외한다면 MS, 로지텍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든 구조가 되어 왔다.

이번에 소개할 Aurora KB002U-B(이하 오로라 키보드)는 컴퓨터 파워서플라이 시장에서 유명한 에너맥스사의 제품으로, 똑같은 슬림 키보드 시장에서도 고급 제품이라는 틈새를 훌륭하게 파고든 제품이다.

 

패키지와 제품 디자인, 키감

오로라 키보드의 패키지는 제품의 컨셉을 그대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다이아몬드 문양과 갖가지 빛, 극지방에서 볼 수 있다는 오로라가 키보드를 감싸고 있는 사진이 전면에 표시되어 있으며, 좌측에는 투명창을 내어 제품의 일부분을 겉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처음에 이 제품을 꺼내서 보았을 때 우와아~!라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표준 106키 레이아웃을 갖추었지만 통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제품 상단에 고급스러운 헤어라인 가공, 블랙 컬러의 코팅, 게다가 섬세하게 가공된 다이아몬드 커팅 기술로 은은하면서도 세련된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 상단의 Esc 키를 비롯한 F키 등이 일반 키보다 작게 디자인 되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자주 사용되지 않는 키이므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밝혔다시피 오로라 키보드는 팬터그래프  키보드이다. UV 인화 방식의 키캡 인쇄에 코팅을 했기 때문에 키캡 문자의 내구성은 충분히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팜레스트 부분은 다소 애매한 길이이긴한데, 딱 손바닥의 절반정도만 받쳐준다. 더운 여름날 열심히 열이 올라오는  노트북 키보드의 팜 레스트보다 짧긴 하지만 알루미늄 특유의 시원함이 손안을 감싸주어 좋았다. 키보드를 사랑한다면 죽부인 대신 오로라 키보드를 껴안고 자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키의 구조를 살펴보면 아이락스 키보드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형태의 모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크기의 러버돔, 비슷한 형태의 X자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타이핑 테스트 등 키감을 확인해보았을 때 아이락스의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단지 육중한 무게의 알루미늄 상판으로 인해 좀더 안정된 느낌을 받았다.

제품의 측면을 살펴보면 평범한 듯 하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으로 고급형 슬림 키보드를 찾던 사용자라면 바로 이거다! 라고 소리칠 수 있을 것 같다.

왼쪽 상단을 살펴보면 메탈 스티커 방식으로 부착된 에너맥스의 로고를 확인할 수 있다. 파워서플라이 전문 회사지만 첫 키보드 제품의 디자인이 이정도라면 나중에 출시될 제 2, 제 3의 제품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른쪽 상단의 NumLock, CapsLock, ScrollLock 부분은 깔끔하게 아이콘으로 인쇄되어 있으며, 푸른색의 고휘도 LED가 채용되어 눈부시게 빛난다.

하단을 살펴보면 상단과 동일한 알루미늄판이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튼튼해보이는 높이 조절용 다리를 확인할 수 있다. 중앙의 알루미늄판은 나중에도 살펴보겠지만 상대적으로 뒤집어 볼 일이 없는 키보드 아랫면까지 동일한 느낌으로 마무리해 고급 제품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한다.

키보드 높이 조절용 다리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다리를 채용하고 있으며, 저가 고무가 아닌 한 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고무가 높이 조절 다리를 둘러싸고 있다.

 

부가 기능 및 평가

 

오로라 키보드에는 몇 가지 재미있는 기능이 숨어 있다. 먼저 왼쪽 측면에는 마이크 및 헤드폰 단자가 있다. 그러나 제품 내부에 USB 사운드카드가 있는게 아니라 PC 본체의 마이크 사운드 단자를 그대로 끌어온 방식이다.

PC 본체와 연결하도록 된 케이블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최근의 PC의 기능이라든지 전체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사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진은 노트북 컴퓨터를 예로 든 것이지만 사운드 입출력 케이블과 USB 케이블 사이에 약간의 여유만 있어 PC 본체와의 연결은 가까이에 있는 단자쪽으로 우선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만일 오로로 키보드의 사운드 입출력 단자를 이용하기 위해 요즘 PC에 채용된 전면 오디오 단자 및 USB 단자를 이용할 경우, 뒷면으로 출력되는 사운드는 자연스레 끊어지게 되어 실제 사용여부에 따라 일일이 사운드 입출력 케이블을 꽂았다 뺐다 할 수 밖에 없어진다. 또한, PC의 뒷면으로 연결할 경우 전면 사운드 입출력 단자와의 충돌이 문제가 되며, 스피커를 연결할 때 또 다시 키보드의 사운드 입출력 단자를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돼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국, 키보드에 사운드 입출력 단자를 장착했다는 것이 장점이 되니는 커녕 더 불편해질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사용자의 호불호가 있겠지만, 이 방식보다 USB 사운드 카드를 장착하는 편이 더 낫지 않나 한다.

앞서 살펴본 PC 연결 케이블에서도 알 수 있는 것 처럼, 오로라 키보드는 기본적으로 USB 단자에 연결하도록 되어 있다. 덕분에 우측 후면에 두 개의 USB 단자를 갖추고 있는데, 실제 컴퓨터에 연결했을 때, 별도의 USB 허브가 먼저 인식된 후 키보드가 인식되었다. 즉, USB 단자의 경우 본체의 USB 단자에 연결된 별도의 버스파워 USB 허브처럼 동작한다.

알루미늄 재질의 상판이라면 아무래도 지문이나 먼지 등, 여러 오염에 취약할 수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한 점을 의식했는지 제품 패키지에 극세사 천이 포함되어 있다.

 

분해 및 구조

 

사실 뒷면의 알루미늄판을 보았을 때, 8개의 나사만 풀어내면 키보드의 회로가 보이며, 확장가능한 메모리 슬롯이 있을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결국 날 분해해줘~라는 오로라공주 아니 오로라 키보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분해를 시도했다. 뭐 물론 결과는 사진과 같이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지만 기왕에 분해한거 끝까지 가보자라는 심정으로 분해를 진행했다.

전면 상판을 보면 각 지지점이 정교하게 절곡되어 있으며, 위치에 따라 두께까지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 키보드에 숨겨진 기능이 하나 더 있는데, 2~6mm에 달하는 저 두깨의 알루미늄 상판 덕분에 비상시 강도를 퇴치한다거나 치한을 혼쭐낼 수 있는 흉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케이블 길이야 넉넉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컴퓨터 본체가 굴러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내부에 녹색의 반가운 기판이 보였지만 컨트롤러 칩을 비롯한 갖가지 칩의 모델 넘버가 지워져 있어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긴 어려웠다.

팬터그래프 모듈 역시 플라스틱을 지져 강제 고정한 방식이라 차후에 음료를 흘리게 된다면 크게 낭패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아이락스 키보드 역시 이와 동일한 모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고장나게 된다면 성급하게 분해하지 말고 에너맥스의 국내 총판인 (주)컴퓨마트의 고객지원센터를 이용하는게 바람직 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얼마전, 누군가 고급형 키보드를 수배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을 때 한 시간을 넘게 고생한 적이 있다. 약간 비싸더라도 고급스러운 키보드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MS나 로지텍의 제품은 고급스럽다기 보다도 그냥 기능많고 평범한 키보드인데 비싸다는 느낌이 많았다. 그런 점을 생각해 본다면 에너맥스의 오로라 키보드는 정말 이러한 사용자의 요구에 딱 맞아 떨어지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커팅, 블랙 컬러에 헤어라인 가공도 훌륭하며, USB 단자 역시 꽤나 유용하다. 단지, 왜 있는지 모를 것 같은 사운드 입출력단자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리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사운드 입출력 케이블만 연결하지 않고 사용하면 된다.

멤브레인은 시시하다. 기계식은 비싸다?! 팬터그래프가 좋을것 같긴한데 좀 더 고급스럽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진 사용자라면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 게다가 더운 여름날 키보드를 끼고 살아야 한다면 이 제품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물론 겨울에야 손이 더 시렵겠지만 그건 그때가서 걱정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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