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0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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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동네 검도도장을 다녔다.

왜소한 체격 때문이었는지,

부모님의 욕심 때문이었는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곧 또래의 아이들과 잘 어울리게 되었으며

특히, 형들 따르기를 좋아했다.

외동이라서 그랬는지 형들이 커 보였고 멋있어 보였고 형들이 말해주는 건 다 재밌었다.

와중에 형들과 다퉈서 울기도 하고 씩씩거리면서 집에 갔지만 다음날 검도도장에 가면 언제 그랫 냐는듯이 곧 잘 어울렸다.


우리 집에서는 곧 잘 회초리를 드는 일이 없다.

내가 말을 안 들으면 우리 엄마는 검도도장 관장님께 전화를 했다.

관장님께 꾸중을 듣는 것도 무서웠지만 넘사스러운 일을 다른 아이들에게도 보여야하는 자체가 싫었다.

항상 아들,조카처럼 대해주면서 이렇게 깨작깨작 먹어서 되겠냐고 방학때 우리집에 와서 맨날 밥 삼식세끼 세그릇씩 먹여야겠다고 하던 관장님.


얼마 전, 근처를 지나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렸는데 예전에 뛰어놀던 검도도장은 텅빈 임대를 붙여놓은 공간이 되어버렸다.

여름에 비가 오는 날이면 눅눅한 냄새가 나고, 겨울이 되면 바닥이 차웠지만 항상 맨발로 발바닥이 쌔까매질때까지 뛰었던 곳인데

아무런 흔적없이 사라져 버려 옛생각에 자꾸 빠진다.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라 더 그립고 행복했던 시절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내 추억의 무릉도원은 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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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블로그에 적었던 수필입니다.

기왕 쓴거 묵혀두기 아까워 허접한 글이라도 여러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을 것 같아 키매냐에도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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