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려니 정모에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해 어제 일하면서 계속 안타깝다는 생각만 머리에 맴돌더군요.
하여튼 오늘의 주제는 5170이랍니다.

몇 주전 어느 친절한 회원님이 쪽지를 주셔서 구입해둔 5170은 높낮이 조절용 다리가 하나 부러져서 본드로 붙여놓은 것을 제외하면 매우 좋은 상태를 지니고 있는 녀석이었답니다.
하지만 전 주인이 소장용으로 보관만해서인지 사용을 하지 않아 키캡에 때가 많이 껴있더군요.
그러나 이런 청소라면 아주 즐거이 할 수 있고, 또 깨끗이 변한 키보드 보는일이 너무 즐겁기에 시간날때 청소를 하려고 했더랍니다.
하지만 몇 주동안 시간이 나지 않던차에 오늘 드디어 일요일..
저번에 육각렌치로 뒷판을 분리하여 청소를 시도하다가 상판과 하판이 삐걱대기만하고 도저히 뭐가 부러지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어 그냥 다시 결합해둔 적이 있었기에 바디와 키캡만 닦으려고 공구한 리무버로 신나게 키캡을 뺐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본 사이트 가입하여 처음 구매한 확장1을 청소하면서 스테빌라이저가 있는 키들은 다시 장착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빼지않고 청소를 했었는데..
불과 두세달 이곳을 돌아다니다보니 머리가 굵어져서인지 '까짓거 다시 못끼우겠어' 하면서 모두 뽑아버렸죠. 문제는 키압높은 스페이스바였습니다.
다른건 쑥쑥 뽑히는데 잘 안나오더군요.
겨우 뽑고 나니.... 이런 난감할데갸.. 세상에 스테빌라이저가 철판안에 있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ㅠ.ㅠ

도저히 그냥은 다시 끼울수가 없고,, 분해도 못할 거 같은데..
어쨌든 육각렌치로 나사를 풀고 죽기살기로 삐걱대는 상판과 하판을 벌리니.. 결국 분리가 되더군요. 어찌나 우악스럽게 만들어놨는지..
문제는 하판을 떼내면 철판아래가 보일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5170은 철판이 상판과 하판 2중 구조였던 것입니다. 3KG에 육박하는 무게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더이상 물러설 수 없기에 안에 나사들 풀고 기판과 연결된 각종 플러그같은 거 뽑고.. 결국 분리된 철판이 공중부양하고야 말았습니다.
예전에 블랙체리님이 5170을 완전분해 여러번 해봤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닐것이라는 자기암시속에서 두개의 철판을 죽을힘을 다해서 떼어냈습니다.
그러자 와르르 쏟아지는 스프링 달린 프라스틱 판들..
비명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
하여튼 복잡한 구조를 가진 문제의 스페이스바와 스테빌라이저를 겨우 연구끝에 원위치 시키고 각종 스피링판들 다 제자리에 꽂고 조심조심 철판을 결합했는데.. 여기까진 한번에 잘됐습니다.
그런데 결합하고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거 결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세도 잘 잡아야하고 안에 스프링과 각종 판들이 제 위치에서 흐트러지지 않게 매우 조심해야하거든요) 나니 스페이스바가 내려갔다가 절반만 올라오는겁니다. 압력도 낮아지고..
하여 또 분해..
다시 뜯어서 연구해보니 스테빌라이저가 가운데가 약간 각이 진 상태로 강한 압력을 발생시키게 되어있더군요. 잘 결합이 되는 상태로 하면 안되고 좀 끼우기 힘든 상태에서 끼우면 맞더군요.
문제는 이 다음부터였는데 도통 철판결합이 잘 안되는 겁니다. 좀 될만하면 스프링판들 돌아나니고.. 겨우겨우 엄청난 노력끝에 결합을하고 역순으로 조립을 다 마쳤습니다.
조립시 상판과 하판결합도 쉽지 않더군요.
여하튼 낑낑대면서 제발 살아나라.. 작동만 좀 되어주라.. 믿지도않는 신들과 천지신명께 기도를 하면서.. 이거 살아나게 해주시면 다시는 분해하지 않겠습니다. 다짐을 하면서...

컴퓨터에 꽂았습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키들이 정상작동을 하더군요. 몇개는 잘 되지 않아서 키캡뽑아서 스프링좀 흔들어주고 키캡끼우니 작동을했는데.. 또다시 스페이스바가 말썽이었으니.. 스페이스바가 작동이 되지 않는겁니다. 제대로 올라오는데..
가만생각해보니 스프링판을 스테빌라이저 위로 (밑으로 오게 끼워야 기판과 닿는데..) 끼우고 결합했던 것입니다.
다시 또 그 과정을 반복할 생각을하니 죽을 거 같더군요. 그러나 뭐 어쩌겠습니까..해야지..
결국 해내고 말았습니다.
모든 키가 정상작동을 하더군요. 아... 힘들어요. 도대체 아침ㅁ 8시반부터 오후 3시까지 뜯었다 붙였다.. 이게 뭐냐고요..
암튼.. 5170구하시는 저같은 초보분들 부디 당부컨대 스페이스바를 뽑지맙시다. ^^;;

내심 정전용량방식이란 무엇일까.. 생각을 했는데.. 뜯어보니 아무것도 없어서 무척 당황했습니다. 철판 하판에 기판만 하나 있고.. 스위치를 누를 때 내려오는 스프링판은 플라스틱 재질 같았는데.. 어떻게 키가 작동을 하는것인지 무척이나 의문이 들더군요. 정전용량방식 키보드들이 러버돔형태로 되어있는 걸 사이트에서 몇 번 봤는데.. 결국 정전용량방식은 키감과도 상관없는 것이구나.. 그 방식을 구현하는 형태에서의 키감이지 케페시터라는 것은 키감같은 것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것임을 깨닫는 것으로 일단의 소동에서 얻은 소득으로 오늘 하루를 마감해버립니다.

얼마전에 구한 제니스 스위치를 위에 열어서 윤활에 5170청소 후 도전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무섭고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그냥 써야할 거 같습니다. ^^



덧붙임 : 혹시 이걸 다 읽으신분이 있다면 매우 수고하셨습니다..ㅋㅋ
요 며칠사이 갑자기 애플컴 지름신이 강림하사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기에 애플의 운영체제에 도전도 해보고 싶고, 써보고 싶은데.. 너무 아는 것이 없어서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예쁜거야 그동안 쭉보아왔지만..
혹시 애플컴 사용자분이 계시면 제가 생각하는 것은 아이맥 G3 600이 중고로 35만원정도하고, 이맥이 60에서 70사이 하는거 같던데 어떤게 좋을지 추천좀 부탁드립니다. 맥미니를 사면 또 모니터도 사야하고.. 추가비용이 많아질 거 같아서..  G4 Cube는 또어떨까요? 애플컴중에 가장 갖고 싶은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