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여기 계신 많은 분들과 달리 필요에 의해서 좋은 키보드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남들이 유명하다고 해서, 좋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또 그 유혹에 견디지 못하고 이것저것 사들이는 속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오늘 느꼈습니다.
회사에 이미 제대로 다 쓰기 어려운 수의 키보드를 가져다 놓고도,
온라인으로 새 제품을 주문해 놓고, 퇴근 길에 무리해서 매장에 들러 다른 모델을 또 샀습니다.
물론 기분은 좋습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으니까요.
그러나, 정말 필요해서 구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서는 누구에게인지 모를 죄책감이 듭니다.
손에 넣은 제품을 엄밀하게 평가해서 제조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상품평을 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단순한 욕심에 이것 저것 손을 대고 있는 제가 한심하게 느껴져서
그냥 몇 자 끄적여 봤습니다.
내가 만족하고 내가 행복하면 되는거죠. ^^
질리면 보내주면 됩니다. 선물해도 좋구요.
그러니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내가 한심하다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곳에선 특별히 놀랄만한 일도 아니고 자연스러운걸요
전혀 속물도 아니시고 절대로 잘못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키보드가 단순히 입력도구에 그친다면 여러가지 구입하고 인기있는 상품을 수집하는게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입력도구를 넘어서서 취미에 한 부분으로써 그리고 자신이 즐기고 좋아하고 만족하는 범주에 들어온 이상 절대 잘못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욕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루에 1 키보드 사용해도 일주일 안에 다 못사용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책걸이에는 이제 키보드 걸이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근데도 이쁜게 나오면 지금도 혹합니다.
어쩔 수 없는겁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활동이
꼭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이 만족하고 좋으면 되는 일 아닌가요?
전 가끔 현자 타임 오면 손에 맞는거 몇대 남기고 다 팔고 다시 구입하곤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자기가 좋아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거죠
어떻게 보면 인생 자체가 허무한거 아니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이고 잠시 세상에 머물다 가는것 뿐이죠
자기만족을 위한 지름이 죄책감이 되면 안됩니다.
물론 과도한 지출로 인해 재정상에 문제가 생겼다면 죄책감이 드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죄책감을 계속 끌어안고 있어서도 안되구요.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면 정신건강상 매우 안 좋은 결과를 얻게됩니다.
그리고 그냥 자기 반성의 정신 영역에 도달하신 것 뿐이라면, 좋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 방출한다 (재정에 도움, 죄책감 덮기,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도움)
- 선물한다 (정신건강에 도움, 죄책감 덮기)
저도 써보고 싶은 걸 구입해서 사용해보고 마음에 안들면 방출하거나 교환, 혹은 선물하곤 합니다 ㅎㅎ
재정상 문제까지는 아니지만, 사실 엄청난 부자도 아니기에
좋은 제품 하나 하나 구매하는 데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초기다보니 이것저것 신기한 것에 맘이 팔려 속도가 좀 과했지요.
카시니츠님 말씀 처럼 만족시키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가지면 정말 주객이 전도되는 꼴이 되겠네요.
사실 이런 고민을 한 것은 재정적인 문제보다는 구매한 키보드의 활용도 때문인데요.
다른 이곳 회원분들에 비해 키보드 사용량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 같아
구매한 키보드에 대한 미안함, 다른 헤비유저들에 대한 쑥스러움? 이런 것들이 복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다른 분들의 댓글들을 보면 괜한 눈치를 본 것 같네요.
자기 취미인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의미 없는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이제 그냥 당당하게 즐겨야겠습니다. ㅎㅎㅎ
속물이라니요 ㅋㅋㅋㅋ 정 그렇게 생각 되신다면, 자신만의 키보드 구매 결정에 명확하고 바꿀 수 없는 기준을 둬 보시는건 어떠신지요? 소비를 제어하지 못하는것 같이 보여 저만의 기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제가 한번 사놓은 키보드에 대한 방출은 없는걸 기준으로 합니다. 입양아를 키우듯 사랑입니다. (구매에 신중해질 수 가 있죠 현재는 3대의 키보드를 돌려쓰면서 방출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쓸데 없는 구매욕도 막을 수 있습니다.)
2. 제 업무상 장시간 타건에 효과적인 키보드를 찾습니다.
즉, 손의 피로감을 덜 느끼면서 구름타법으로 수월하게 타건할 수 있는 녀석들 위주로 구매를 하다보니
'청축'과 '흑축'은 사지 않게 되더군요. 압력이 높아 키감이 아무리 궁금해도 이 기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절대 구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필요없는 소비를 막을 수 있게하는 명분이 되어 줍니다)
3. 효율적인 타건이 중요시 하니 자연스럽게 87, 104, 106 키 배열을 제외한 변태키배열은 절대 구입하지 않는다. (이 기준은 최대한 지키려 노력 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의 봉인이 풀리는 순간 해피해킹과 수 많은 다양한 배열들이 저를 부를 테니까요 크흡...)
4. 메인 키보드를 대체할 생각을 최대한 버린다. 제 메인 키보드는 현재 리얼포스 106 저소음 차등입니다. 고장나지 않는한 쭉 일듯 하네요. 나머지는 마제2 갈축과, 레오폴드 적축을 번갈아 타건감의 재미와 키캡놀이 용도로 간간히 사용 중입니다.
키캡놀이에도 기준을 두었습니다.
1. 방출은 없다. 2. ABS 레이져 각인이면 절때 정각은 사지 않는다. 3. 단순 디자인만 보고 구매를 결정짓지 않는다. (사용할 키보드에 대한 키감을 몇가지 예상하고 사는 겁니다. 근데 이건 키보드가 여러대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사과나무님은 충분히 가능하시겠네요)
4. 리얼포스로 키캡놀이에 대한 환상은 접는다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투자되어 그냥 포기했습니다. 대신 기계식 키보드로 키캡놀이 만족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뭐 나름 이런 기준을 지키면서 지름에 신중하고 있습니다. 사과나무님도 기준을 만들어 보심이 어떠신지요^^
제 구매내역을 돌아보니 키캡에 관한 3번의 기준... 취소하겠습니다. 할말이 없네요 이쁜것도 많이 샀더라구요 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정 힘드시면 방출해도 되구요.
다만 너무 힘드시다면 신중하게 구입해보는 습관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