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좋은 키보드를 좋은 가격에 양도해주신 K™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만나뵙고 실제로 타건후에 양도받긴 했지만, 그래도 실사용때와는 또 느낌이 다른지라 돌아오자마자 박카스를 한 병 마신 다음(....) 하우징 상판의 파란 도색을 보며 "음.. 마음에 든단 말이지.." 라며 괜히 혼잣말도 중얼거려보고는(평소에도 혼자 잘 놉니다.) 노트북에 물려주고 타이핑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딱 첬을때 들었던 느낌은 우선 키감보다는 반응속도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어라...? 어째 한 박자 늦게 입력되는 것 같다?"

계속 쳐봐도 그런 느낌이 사라지지 않기에 원래 쓰던 리얼이를 꽂고 타이핑.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입력 자체가 한 박자 늦다기보다는 리얼이의 입력타이밍이 너무 빠르더군요. 살짝 눌러 들어가는 순간 리얼이가 키 입력이 되는 반면에, 스기 세이버는 확실하게 딱 눌렀다는 느낌이 오는 타이밍, 그 타이밍에 화면에 키 입력이 뜹니다. 그동안 너무 리얼이에 익숙해져 있었다는 게 여기에서 나타나더군요.

입력 타이밍에 대한 부분은 이렇게 납득을 하고 다시 스기를 연결, 타이핑을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허구헌 날 리얼이만 써왔던 데다가 다른 키보드는 마제 시리즈를 잠깐 쳐본 적밖에 없는 초보인지라 뭐라 다른 것과 비교하기는 어렵고, 그냥 주관적인 감상을 말씀드려보면

"가벼운 듯 하면서도 손가락에 달라붙어 안 떨어지는 느낌?"

이랄까, 여러 사용기에서 흔히 쓰이던 "쫀득하다"라는 느낌이 이런 느낌인 것같습니다. 리얼포스가 가볍게 툭툭 누르면 지가 알아서 들어갔다 나온다고 한다면, 이건 퉁 치면 손가락 끝에 붙어 손가락이 누르는 만큼만 딱 들어갔다 올라올때도 손가락에 붙어서 같이 올라오는 그런 느낌? 아무튼 상당히 미묘한 느낌입니다. 마제를 종류별로 다 쳐봤을때도 못 느껴본 경험이라 꽤나 신선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가 리듬감이 있어 재미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신기함까지 더해지니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이미 피곤 따위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박카스 빨일지도 모릅니다만 넘어갑니다.)

결국 두 시간 정도를 예정에 없던 작업을 하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체적으로 만족했고, 점수를 주자면 8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얼이보다 손가락이 빨리 지치므로 1점 감점, 그리고 아직도 장터 눈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1점 감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좋은 키보드를 양도해주신 K™님께 감사드리며 사용기를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