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대윤님의 알프스 넌클릭에 대한 글의 리플에서 잠시 언급되었기에 지금까지의 정리사항만 한번 올려봅니다.
1년여동안 수십개의 알프스 키보드들을 만져보고 자료들을 수집하며 공부하고 있는데 아직 완성은 되지 않았습니다.(역시 깊고도 넓습니다.. 완성은 될런지...) 시기구분 이외의 자료도 준비중에 있으니 나중에 추가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내용과 관련된 사진이나 추가정보 역시 추후 업데이트합니다. 참고의 자료일뿐 이것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겠습니다. ^^; 그럼 길고 지루한 글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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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스위치의 슬라이더 색깔별 이력에 대한 고찰

슬라이더의 색깔별로 그 시기나 이력을 생각해보는 것은 그것 자체로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방면이든 역사적인 배경이 뒷받침 되는 고찰이 지식을 얻고 가치를 따지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키보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타이핑감에도 물리적인 분석 이외의 역사적인 고찰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행품이 아닌 오래된 스위치들에 있어서의 이력에 대한 접근은 역사를 고증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키보드에 대해서는, 약 30년정도의 짧은 시간이라도 남아있는 물건이나 문서등의 자료들이 빈약한 편이므로 많은 유저들이 그 비밀들을 하나둘씩 밝혀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저의 경우도 이력에 처음부터 집중했다기 보다 키보드를 접하고 공부할수록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되었고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의 글은 각종 키보드에 대한 개인적인 체험과 여러곳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결과가 아니므로 앞으로 더많은 조사를 통해 수정될 수 있음을 밝힙니다..
알프스는 각종 전기부품 회사답게 키보드용 스위치도 매우 다양한 종류를 생산했지만 여기서는 IBM 5576계나 애플의 어드져스터블등에 사용된 다른 스위치는 제외하고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그래서 키보드에 있어서는 주류라고 할 수 있는 각축에 대해서만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이하에서 전기,후기라는 기수의 구분은 편의상의 구분일 뿐 실제로는 동시기에 함께 사용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분류의 척도가 되는 것들

1. 해당 스위치가 사용된 키보드의 생산시기
당연한 얘기겠지만 가장 좋은 척도가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도 명확한 제조일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 키보드가 많으므로 역시 추정을 해봐야하고 각 제조사의 연혁등 폭넓은 자료가 필요하므로 절대치를 얻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2. 스위치를 이루고 있는 부품들의 변화 과정
많은 샘플들의 비교와 위 1번의 것을 따져보면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니스 ZKB-2(R)처럼 제조시기가 표기되어 있는 키보드나 기타 샘플들의 스위치를 분해해서 내부 구성물들을 비교해보는 것으로 연대가 불확실한 키보드의 시기에 대한 가늠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의 대략적인 통계로 얻은 현재의 결론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위치 상부하우징의 로고 각인 : 초기엔 없고, 후기로 올수록 더 많이 발견된다.
-스위치 상부하우징의 갈라짐(Slit) : 빈티지라 일컬어지는 키보드들엔 일반적으로 모두 있고, 근래의 스위치엔 없다.
-스위치 내부 접점부의 플라스틱 색깔 : 키보드 제조년에 미루어 생각해볼 때 각각 검은색->회색->흰색으로 바뀌고 있는 듯 하다.


각 스위치 색상별 시기의 구분

1. 리니어 – 갈색, 녹색, 노란색
명확하게 갈색 단종-녹색 시판 이런 흐름은 당연히 없습니다. 단지 시기적으로 갈색-녹색-노란색의 순으로 단종 되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 – 갈색(83~86?년경)과 녹색(?~88,9년경) : 이 스위치들이 사용되는 초기의 대표적인 키보드들은 의외로 일본 IBM의 키보드들입니다. 동시기 미국의 IBM이 버클링스프링+정전용량 방식의 스위치를 사용한 것에 비해 일본 IBM은 일본어 표기를 위한 컴퓨터의 개발과 함께 일본어용 키보드도 개발했는데 이것에 자국의 제조사인 알프스의 스위치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 알프스 리니어 스위치는 멀티스테이션 5550시리즈라는 컴퓨터 모델이 83년부터 판매되었으므로 83년전후가 등장 시기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초기 5550시리즈와 함께 사용된 키보드로 대표적인 것은 5556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키보드는 정말 오래된 기기답게 구형으로 파인 두꺼운 이색사출 키캡이 적용되어 있고 배열은 5576 계열과 닮아 있습니다. 초기품에 사용된 스위치는 갈색축과 녹색축입니다. 두 스위치 모두 스위치 상부엔 알프스 각인이 없으며, 접점부는 검은색,회색,흰색의 것이 모두 존재합니다. 현재의 접점 및 판스프링의 구조와 다르나 동일한 갈색축의 스위치가 다른 키보드에서 발견되는 점, 그리고 갈색축이 사라진 시기(87년정도의 키보드부터는 보이지 않습니다.)가 녹색보다 먼저인 점등의 이유로 갈색이 먼저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녹색축의 접점부에 검은색 플라스틱이 사용된 사진이 보고되므로 역시 후계기종들처럼 동시기에도 사용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아직 좀 더 많은 샘플이 필요하겠으나 너무 오래되서 구하기가 어려운 점이 장애가 됩니다.
후기 – 녹색과 노란색(86?~90년대 초반) : 위의 IBM 키보드도 후기로 올수록 키캡도 현재와 같은 원통형으로 파인 키캡, 승화인쇄, 스위치도 녹색에서 점점 녹색,노란색 혼재로 바뀌고 있습니다. 같은 예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제니스 ZKB-2(R) 도 같은 변화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서서히 이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90년 생산품의 ZKB-2에서는 상부하우징에 알프스 각인이 있는 노란색축이 사용되는 것도 있습니다.

2. 넌클릭 – 오렌지색, 핑크색, 크림색(과 백색), 흑색
역시 명확하게 시대별로 출현-단종의 흐름은 없고 혼용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오렌지와 핑크의 경우가 매우 판단하기 힘들지만 몇가지 사실로 오렌지가 먼저가 아닐까 추측하게 됩니다.

전기 – 오렌지와 핑크(86?년~90년대초중반) : 이 스위치들의 초기 대표적인 모델들로는 역시 애플의 IIgs, 스탠다드1, 확장1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DB 키보드로선 최초인 IIgs키보드가 IIgs 컴퓨터와 함께 86년에 발매되고 이후 애플이 아닌 맥킨토시 컴퓨터들이 발표되면서 87년 등장한 것이 스탠다드1과 확장1입니다. 3종의 키보드 모두 오렌지,핑크가 다 사용되고 있으나 오렌지가 약간이나마 더 오래된 것은 아닐까라고 추측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최초기인 IIgs 키보드에서 핑크보다 오렌지가 더 많이 발견되는 점
둘째, 확장1의 경우 확장2(89년 등장 당시의 키보드에 핑크색 스위치가 사용된 것으로 추측)의 이른 등장으로 멤브레인인 스탠다드2(90년?)가 등장할때까지 좀 더 일반적으로(당시엔 현재의 101배열은 Extended나 Enhanced로 불리웠고 오히려 스탠다드가 표준이었음) 사용된 스탠다드1에 비해 일찍 대체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확장1에서보다 스탠다드1에서 핑크가 더 많이 발견되는 점
셋째, 올드델(88?년~90년대 초반)이나 왕724(올드델과 비슷)등 IIgs보다 늦게 생산되기 시작한 기종에 오렌지보다 핑크가 더 많은 점
넷째, 스위치 상부 하우징에 오렌지는 로고없음이 일반적이고 핑크는 로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 점
다섯째, 접점의 플라스틱 부가 회색인 것은 오렌지에서 더 많이 발견되고, 핑크에선 거의 흰색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
물론 두 스위치는 누가 먼저라고 구분하는 것조차 애매할 정도로 거의 동시기에 사용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후기 – 크림색(혹은 백색)과 흑색(90년대~) : 몇가지 이유로 오렌지나 핑크에 비해 인기가 적은 두 스위치는 위에 언급한 것 처럼 각각 후계품으로 등장합니다. 크림색의 댐퍼 있는 스위치는 90년경정도부터 확장2, SGI의 키보드등에 매우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흑색축은 대표적으로 올드델이 미국 알프스사에서 실리텍으로 OEM사가 바뀌면서 단행된 변화에서 나타나는 스위치로 대략 크림색보다 나중에 소개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올드델 대만산 흑축의 FCC ID 최초 인증은 92년) 두 스위치 모두 일반적으로 상부하우징의 로고는 있고, 스위치 접점부는 흰색이 사용되어집니다. 역시나 핑크가 단종되고 크림색이 사용되거나가 아니고 모두 동시기에 혼재하고 있습니다.
넌클릭의 경우 일본의 키보드에선 90년대 초중반인데도 댐퍼 없는 베이지색(크림이 아닌)의 스위치등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추가 : 크림에 비해 많이 보이지 않아 잊고 기록하지 못했는데 크림색의 댐퍼 스위치와 동시기에 백색의 댐퍼 스위치 역시 함께 쓰이고 있었던 점을 추가합니다.

3. 클릭 – 청색, 백색
클릭에 있어서는 시기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청색이 확실히 백색축보다 이른 시기의 제품에서 발견되고 일찍 단종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전기 – 청색(80년대 중반~후반) : 청색도 역사가 매우 오래된 스위치로 생각됩니다. 80년대 중반 현행의 PC용이 아닌 NEC의 키보드에서 발견되는 청색엔 스위치 접점부가 검은색이 사용되고 그 이후로 회색->흰색의 것이 발견됩니다. 스위치 하우징 상부에 알프스 각인은 없습니다.(있는 것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대략 90년경 정도부터는 백색축이 사용된 키보드가 점점 더 많이 발견됩니다. NEC에 납품한 Acer의 키보드에서 슬라이더 색이 옅은 색도 발견이 됩니다.
후기 – 백색(80년대말~현행) : 아마 알프스 기계식 키보드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해야하는 것이 이 백색축 스위치일 것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키보드에 탑재되고 있으며 현재에도 상부하우징에 갈라짐(Slit)이 없는 형태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알프스는 현재 단종되었기때문에 아마 재고가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우징의 로고는 거의 있는 편이며 접점부의 플라스틱은 흰색이 대부분입니다.

이 외에도 스프링이나 사용된 플라스틱의 재질등도 다른점들이 있겠지만 그것까지 눈으로 알아낼 수는 없는 것이므로 여기에선 제외하였습니다.

이상 대략적으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것은 절대치가 아닌 추정이므로 이 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단 참고의 자료정도로 생각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찌보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필요할까 저 스스로도 질문을 할때가 많지만 이런 자료들도 키보드를 알아가는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추가로 더 발견되거나 수정되야 하는 부분은 계속 업데이트 하고, 사진도 역시 업데이트해서 보기 좋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루하고 긴 글이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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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의 수정이나 정보의 제공 언제나 환영입니다. 쪽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