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접점 미니 배열 키보드의 3총사를 갖게된 지 며칠만에 3총사를 비교하는 타건 영상과 리뷰를 대략적으로나마 작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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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짤의 배치는 어느 분께서 알려주신 삼위일체(Trinity Force)의 그것을 흉내내 보았습니다.

(참고로 레오폴드 FC660C는 2014년 6월 하순경 구매한 모델을 중고로 입양하였으며, 해피해킹 프로2 먹각은 2010년 12월 생산품을 중고로 입양하였고 해피해킹 프로2 Type-S 백각은 2015년 5월 생산품을 입양하였습니다.)




해피해킹 프로2의 경우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일본 후지쯔 사의 자회사 PFU에서 만드는 제품입니다. 내년 2016년이 PFU 창립 20주년, 그리고 2017년이 해피해킹 시리즈가 출시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해피해킹 프로2의 경우는 자매 모델로 해피해킹 프로2 라이트(방향키 추가된 멤브레인) / 해피해킹 프로2 타입-S(저소음 버전)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프로2와 라이트는 먹(무)각/백(무)각 모델이 존재하고 타입-S는 백(무)각 모델만 존재합니다.


레오폴드 FC660C의 경우는 한국 레오폴드 사에서 만드는 제품으로, 레오폴드에서 만드는 유일한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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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C와는 다르게, 해피의 경우는 스페이스바 재질이 ABS라 마모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3M 불투명 테이프를 붙여주었습니다. 먹각 모델의 경우는 색이 매치가 안되어서 저렇게 약간 보기 안좋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백각 모델의 경우는 3M 테이플 붙여도 거의 티가 나지 않습니다. 백각 모델 사용자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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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제품을 이렇게 비교해보았습니다. 해피 프로2 / 해피 타입-S는 그냥 똑같은 제품의 다른 버전이기 때문에 크기는 똑같고, 660c와 해피 형제들 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660c의 밑에는 네 귀퉁이에 고무 범폰이 부착되어 있어 기본 높이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하우징의 경사가 660c 쪽이 낮아서 실제 최고 높이는 해피 쪽이 더 높습니다.


그럼 이제 타건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해피 프로2 먹각의 경우는 윤활은 하지 않았지만 스페이스바 밑에 완충 스프링을 설치한 상태이며, 다른 두 키보드는 100% 순정 상태로 찍었습니다. (조금 긴장해서 손에 땀도 차고, 파워 타건이 되고 타자가 꼬이고 난리가 나긴 했습니다ㅠㅠ)



먼저 FC660C입니다.






다음으로 해피해킹 프로2 먹각 모델입니다.






마지막으로 해피 타입-S 백각 모델입니다.









잘 들어보셨나요? 그럼 이제부터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함유된 평가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레오폴드 FC660C: 확실히 모디열 윤활이 필요한 제품입니다.



- 660c는 무접점 미니 배열이 끌리긴 하는데 해피의 변태배열에 적응하기 어려우신 분들이 선택하시기 안성맞춤입니다. 제대로 된 방향키와 Delete 키가 살아있어서 텐키리스 적응하신다고 생각하고 접근하시면 10분도 안되서 적응하실 수 있지만, 특유의 스테빌 소리가 거슬리는 문제가 크나큰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키보드의 경사도와 높이가 조금 부자연스럽습니다. 틸트를 올리지 않게 되면 해피에 비해서 뒤쪽이 굉장히 낮은 편이라, 같이 놓고 보면 키들이 하늘을 정확하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약간 더 뒤로 누워버리게 되어 타건 시에 이질감이 상당합니다.

- 하지만 660c는 세 제품 중 리얼포스의 그것에 가장 가까운 중후하고 무거운 도각거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구분감이 비교적 명확하면서도 차분하게 도각거리는 키감은 레오폴드가 토프레의 그것을 잘 따라해 만들었다는 기술력의 증거입니다. 흔히 짝퉁이니 뭐니 하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은데, 기술을 베끼고 따라하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레오폴드 FC660C는 정말 잘 만든 제품이 맞습니다.

- 키감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냉장고에서 살짝 얼린 초콜릿을 손가락으로 부러뜨리는 느낌"입니다.







2) 해피해킹 프로2: 스페이스바와 좌쉽 쪽에는 어느 정도의 윤활이 필요합니다.



- 해피해킹 프로2는 처음 보시는 분들은 모디열을 어떻게 쳐야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스러운 배열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해피해킹을 유니크하게 만드는 일종의 아이덴티티입니다. 배열에 적응하는 데에 기본으로 2~3일 정도는 필요하죠. 하지만 배열에 적응하기만 하면 이렇게 편한 키보드가 없습니다.

- 그 이유는 우선 일반 키보드의 CapsLock 자리를 차지한 Ctrl 키와 Delete/Backspace 키가 있습니다. 일반 키보드처럼 Ctrl 키가 키보드의 좌측 하단에 자리잡게 되면 정타법 계열을 쓰시는 분의 경우 Ctrl+C/V 같은 Ctrl 관련 단축키를 쓸 때 왼손 새끼 손가락이 Ctrl로 가야하기 때문에 손목을 비틀어야 하는데, Ctrl 키가 CapsLock 자리에 있게 되면 새끼 손가락을 그냥 옆으로 한칸만 옮기는 것으로 Ctrl 키를 쓸 수 있습니다. 또, Delete/Backspace 키의 경우 일반 키보드처럼 맨 오른쪽 상단에 자리잡게 되면 훨씬 움직이는 동선이 늘어나게 되는데, 해피해킹의 경우 약지/소지로 커버 가능한 범위에 Delete/Backspace 키가 큼지막하게 있어 훨씬 편합니다.

- 게다가 앞서 보았던 660c에 비해 확실히 키감이 가벼운 편인데, 그 원인은 아무래도 두 제품의 안에 들어간 보강판과 상하부 하우징 체결방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해피해킹의 경우는 하우징이 상하로 분리되어 있고 상판 하우징에 ABS 재질의 보강판이 일체형으로 묶여있습니다. 반면 레오폴드 FC660C는 상부 하우징이 하부 하우징을 감싸 덮듯이 체결하는 방식이고, 그 하우징 안에 슬라이더를 물고 있는 별도의 보강판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피해킹은 체결된 상하부 하우징의 유격이 존재하여 그 유격 사이로 키음이 빠져나갈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레오폴드 FC660C의 경우는 밀폐된 하우징 안으로 키음이 갇히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 또한 이 해피해킹은 상부 하우징 일체형인 보강판을 때리는 손맛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이건 오로지 해피해킹만이 가진 특성이고 많은 해피 유저분들이 해피를 극찬하는 이유 중 하나인 '가벼움'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해피를 치다가 레오폴드 FC660C를 처음 쳤을 때 "으엑 너무 무거워" 소리가 속으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 가벼움은 어떤 키보드에서도 맛 볼 수 없기 때문에 역체감이 심각할 수 밖에 없지요.

- 다만 그 엄청난 배열에 적응하는 것이 사람마다 개인차가 심각하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입니다. 제 경우는 이틀만에 거의 완벽히 적응한 반면, 제가 아는 분은 1주일을 써보셨지만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하시고 해피를 방출하시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 키감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여러 개의 작은 조약돌을 손에 쥐고 자갈자갈 손 안에서 굴리는 느낌"입니다.







3) 해피해킹 프로2 타입-S: 윤활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 기본적인 사항은 해피 프로2와 똑같지만, 타입-S가 일반 해피 프로2와 가장 차별성을 갖는 부분은 특유의 정숙성입니다. 위 타건 영상은 매우 가까이서 찍은 것이고 긴장한 나머지 파워타건이 되어버려서 소리가 커진 것 뿐이지, 실제로 힘을 조금 빼고 속타를 치기 시작하면 여느 멤브레인 뺨을 수십대는 후려치는 정숙성이 나옵니다.

그 정숙성의 비결은 특수 저소음 슬라이더를 장비했다는 것과, 모디열의 스테빌 잡음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잡아낸 점에 있습니다. 실제로 타건해 보시면 모디열이 일반 키와 그다지 차이나지 않는 키음을 가집니다. [윤활이 필요없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특수 저소음 슬라이더의 부가효과로 타건 시 키압이 굉장히 낮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해피 프로2가 조약돌을 굴리는 느낌이라면 타입-S는 빠르게 타건하면 구름 위를 지나다니는 듯한 착각까지 듭니다. 이런 키감은 오직 해피 타입-S에서만 느끼실 수 있습니다. 정말로요.

- 따라서 타이핑을 장시간 동안 매우 많이 하시고 스무스한 저압 타건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타입-S는 새로운 세계를 선사해드릴 수 있는 매력충만한 친구입니다. 돈값 제대로 합니다. 대신 프로2의 그 찰진 손맛은 좀 많이 반감되는 것이 약점이랄까요.

- 그러나 해피 타입-S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그 지랄맞은 가격(...)입니다. 최근 중고나라에서 돌아다니던 매물과 비교해도 직구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신묘한 녀석입니다. 배송대행을 시켜도 물품가+부가세+배송대행비가 35만원에 육박하니 말 다했죠. 간단히 계산해서 프로2 노멀 모델보다 약 1.5배는 비싸다고 보시면 됩니다. 해피 특유의 변태배열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것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 키감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밤새 내린 마른 함박눈이 소복하게 쌓인 마당을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걸을 때의 사박사박한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 각 키보드 별로 간략한 총평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1) 레오폴드 FC660C
△ 일반 키보드(풀배열/텐키리스)를 쓰시던 분도 10분이면 적응할 수 있는 평이한 배열
△ 중고 한정으로 저렴한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 제대로 된 무접점 키보드를 접하고 싶으면 한번쯤 거쳐가야 할 교보재.
▼ 하우징과 스텝스컬쳐 간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타건 시 이질감이 들 수 있음
▼ 윤활을 하지 않으면 너무나도 거슬리는 강력한 스테빌 소음

2) 해피해킹 프로2
△ 특유의 통통 튀는 듯한 가벼운 키감, 그 찰진 손맛! 그리고 덤으로 가벼운 무게까지
△ 적응만 한다면 확실히 손가락이 편한 배열 (정타법 계열 사용자 한정)
▼ 적응하는 데에 개인차가 심각하다. 2~3일 정도는 손가락을 익숙해지게 할 시간이 필요하다.
▼ 한번 해피에 적응하고 나면 다른 키보드를 쓸 수가 없다. 갑자기 오타가 작렬하니까.

3) 해피해킹 프로2 타입-S
△ 해피 프로2와는 또 다른 정숙하고도 개성 넘치는 키감.
△ 많은 키보드의 고질적인 문제인 스테빌라이져 소음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잡아내었고, 저압을 좋아한다면 꼭 도전해봐야 함.
▼ 절로 욕이 나오게 되는 어마어마한 가격.
▼ 해피 프로2의 배열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므로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개인적으로 이 글을 쓰는 아침에 서울의 Y모 병원을 갔다오느라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쓰다보니 뭔가 망글이 된 느낌(...)이고, 리얼포스 45균등을 구하지 못했고 무접점을 접한 기간이 일천하여 여기 계시는 대구촌놈 님처럼 상세하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리뷰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 저열한 3자 비교글이 된 듯 하여 부끄럽습니다만, 주말에 또 일이 생겨서 리뷰를 또 미룰 수는 없다는 생각에 무리해서라도 글과 영상을 올려보았다는 사죄의 변과 함께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미니배열 키보드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