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은 한때 컴퓨터 매니아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트북의 높은 가격 때문에 선뜻 구입하질 못했다.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세상이 많이 바꼈다. 이미 2~3년 전부터 보급형 노트북이 선보이기 시작한더니 2003년 여름에 와서는 100만이 약간 넘는 정도의 노트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가격 뿐만이 아니다. 성능 면에서도 노트북은 일치 월장 했다. 하드 코어 게임 매니아나 그래픽 전문가들을 제외한 대다 수의 사용자들은 최저가 노트북으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즐길 수 있다. 비싸기만 하고 느려터졌던 옛날 노트북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노트북은 이동성이 확보되어 있고 책상위에서 공간을 적게 차지 하니 간단하고 깔끔하게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노트북은 막강한 데스크탑 시장의 틈새를 뚫고 서서히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더니 최근에 와서는 체감적으로 데스크탑 컴퓨터와 반반정도까지 올라간 느낌이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상황이고 국내에서는 데스크탑과 노트북의 비율이 8:2 혹은 7:3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 가끔 용산 특히 전자랜드, 터미널 상가의 목 좋은 자리엔 노트북 매장이 대부분 들어서있다.

이처럼 노트북이 가격, 성능, 인기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지만 아직까지 미진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노트북의 키보드이다. 최근 데스크탑 외장 키보드의 질 조차 형편없이 낮아진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이야기 처럼 들릴지는 모른다. 하지만 근래의 노트북의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충분히 고민해봐야할 문제로 생각된다.

사실 노트북의 경우 키보드를 배치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그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노트북이라는 매우 안정된 스페이스를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노트북 키보드의 희생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노트북 키보드의 키피치가 데스크탑용 키보드보다 낮다던지 키캡의 면적이 데스크탑 외장 키보드 보다 적은 경우도 부지 기수이다. 게다기 소니 노트북 처럼 일부 키보드의 경우에는 왼쪽 쉬프트가 거의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작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노트북에 크게 인정을 못받는 부분이 노트북 키보드이지만 필자는 어느부분 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림 1. 애플의 노트북인 아이북의 키보드. 하얀색의 컬러가 인상적이지만 키감은 평균 남짓한 수준이다.


첫째, 노트북 키보드는 팜레스트와 함께 노트북 부품 중에서 사용자와 가장 빈번히 접하는 부분이다. 이때문에 좋지 못한 노트북의 키보드를 사용할 경우 피로감이나 불편함이 사용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반면에 좋은 노트북 키보드를 사용하는 경우 손목, 어깨의 피로감이 훨씬 줄어들며 작업 능률이 오르기 때문이다. 노트북으로 문서를 자주 작성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수긍갈만한 내용으로 생각한다.

둘째, 노트북에는 외장형 키보드의 사용가치가 떨어지치가 떨어진다. 노트북의 경우 USB포트나 PS/2 포트 중 하나는 분명히 내장하고 있다. 이들 포트를 이용해 외장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지만 실제 사용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

왜냐하면 키보드를 연결하여 책상위에 올려놓고 노트북을 뒤로 밀었을 경우 노트북의 작은 화면에 떨어진 텍스트를 읽기가 상당히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12.1인치 이하의 액정을 가진 노트북의 경우는 거의 치명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문제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적어도 14.1인치 액정을 지닌 노트북에서야 외장 키보드를 연결했을 때 어느정도 사용할만 했다. 특수하게 설계된 노트북 스텐드를 사용하여 키보드의 효용성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이는 사용자에게 매우 번거로운 일이므로 논외로 하도록 하겠다.

셋째, 좋은 키보드를 지닌 노트북이 품질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말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업체에서 가장 사소하게 생각하는 키보드 조차도 잘 만들어 내놓는 기업이라면 분명 다른 부분도 수준 이상의 품질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지금까지 노트북 키보드의 중요성을 간단히 설명해 보았는데 이 글을 읽고 어떤 노트북이 좋은 키보드를 지니고 있는가 하고 묻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있겠다.

간단히 이에 대답하면 정답은 없다. 한 사람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노트북의 수는 매우 한정적이므로 가능한 매장에서 이 부분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매장에서 눈치를 주겠지만 좋은 선택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 ^^;)

하지만 노트북 메이커에 대한 일반적인 평판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겠다.

역시 노트북 키보드로 추천할 만한 제품은 엘지 아이비엠의 씽크패드이다. 비록 최근 제품의 키보드가 과거에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씽크패드의 키보드는 데스크탑 키보드의 체리 처럼 거리 발군이라고 할 수 있다. 씽크패드의 좋은 키감은 풀사이즈의 키캡, 적당한 키 피치와 더불어 씽크패드에 사용되는 러버돔 때문으로 보인다. 씽크패드의 러버돔은 일반 노트북 키보드의 러버돔에 비해 매우 탄력이 좋은데 이때문에 자연스레 씽크패드 특유의 쫄깃쫄깃한 키감이 난다.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싱크패드는 1998년에 생산된 ThinkPad600 기종이다. 이 키보드의 키감을 한마디로 극상의 키감으로 메인브레임타입 외장형 키보드 중 최고급 품과 비견될만 하다. 단지 키보드만 보고 사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기종이다.

그외 도시바사의 일부 노트북은 상당히 괜찮은 키감을 가지고 있다는 평이다. 이에 반해 소니, 삼성, 델과 같은 업체 상당 수의 노트북의 키감은 평균 이하란 평이 대부분으로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키감을 테스트해보고 구입하길 바란다.

참고로 애플의 노트북 컴퓨터의 키감은 평균정도이다. (최신 기종 기준) 그 이전 기종들은 멋진 디자인에 걸맞지 않게 평균 이하의 키감을 보여주었는데 높은 품지의 애플사 제품사 답지 않는 실로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나마 애플이 최근 키보드에 신경을 기울여 평균 수준의 키보드를 제작하는데에 안도해야 할 듯 하다.

노트북은 참으로 매력적인 기종이다. 1~2년전 데스크탑 외에는 거들더 보지던 않던 필자가 지금은 두대의 노트북만을 돌리며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노트북은 컴퓨터와 사용자가 직접 살을 맞대며 사용하기 때문에 정서적인 부분이라던지 애착감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키보드 매니아들이라면 노트북 선택에서도 좋은 키감을 찾는 신중함을 취하길 바란다. 우리가 여태까지 데스크탑형 키보드에 쏟았던 정성만큼만 노트북 키보드에 쏟는다면 분명히 몇년간 여러분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노트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노트북이 시대에 대세라면 이제 서서히 노트북 키보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그림 2. 씽크패드 600의 키보드. 씽크패드 770과 함께 역대 노트북 중 최고의 키감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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