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함께 근무했던 후배 프로그래머는 자신이 원하는 키보드를 설명하며 이러한 제품이 있다면 바로 구입하겠다고 한적이 있다. 그 친구는 키 감이 좋으며 키보드의 폭이 노트북 정도인 미니 키보드를 원했다. 언뜻 들어보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바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그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미니 키보드의 종류가 극히 적을 뿐만 아니라  제품 크기로 인해서 표준형 키보드 보다 영 만족스럽지 못한 키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우리는 체리 미니 키보드 G84-4100 PPMUS를 테스트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제품은 체리 고유의 ML 기계식 스위치를 쓰는 제품으로 국내에서의 아주 보기 힘든 제품이다.

결론을 우선 말하자면 체리 G84-4100 PPMUS은 미니 키보드로써는 최고 수준의 키감을 제공해주는 제품이다. 이점만을 보고 구입해도 제품을 구입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하겠다.  물론 체리 G84-4100 PPMUS도 완벽한 제품이 아닌 만큼 나름대로의 단점도 꽤 많이 가지고는 있는데 이는 리뷰 중간 중간에 짚고 넘어가겠다.

자 그럼 체리 G84-4400으로의 여행을 떠나가 보자!

놀랄 정도로 작은 크기가 인상적

미니 키보드라고 하면 얼마만한 크기가 정답일까? 필자는 키보드에 관심이 많은 유저로써 나름대로 여러 대의 미니 키보드를 거쳐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미니 키보드 크기에 대한 감을 잡고 있었는데 체리 G84-4400는 필자가 늘 생각해 왔던 것 보다 더 작은 크기였다. 이것은 제품 상세 사양을 확인하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때 컴팩트한 사이즈로 화제를 모았던 PFU 해피 해킹 키보드의 폭이 29.4cm인 반면 체리 G84-4100 PPMUS은 28.1cm 정도에 불과하다.

체리 G84-440는 최대한으로 집약된 디자인이다. 일단 키패드를 싸고 있는 케이스의 폭이 좁으며 키보드의 높이도 2.35cm에 불과하다.  키패드를 케이스가 간신히 싸고 있는 이 형태는 심지어 앙증맞게 보이기 까지 한다. 필자는 이러한 디자인이 좋다고 몇몇 지인하게 말한 바 있는데 몇몇 사람들은 필자의 큰 덩치와 체리 G84-4100 PPMUS의 크기는 잘 안어울려서 마치 코끼리 비스켓 느낌이라고…  ^^;


그림 1. 체리 G84-4100과 체리 표준형 키보드와의 크기 비교


이와 같은 작은 크기를 위하여 체리 G84-4100 PPMUS은 몇몇 부분들을 조정했다. 우선 문자 키캡의 너비는 일반 데스크탑과 동일한 수준이나 키와 키 사이의 간격은 대폭 줄어 들었으며 각종 특수키들 이를 테면 커서키, alt, Ctrl, 윈도우키들은 정상 키캡 폭의 80%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키보드의 높이를 줄이느라 키 피치 역시 노트북 정도의 수준으로 낮아졌다. 뒤의 키감 부분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체리 미니 키보드에는 기계식 ML 스위치를 사용한다.


그림 2. 체리 G84-4100의 키 레이아웃 - 전체


필자는 원래 제대로 된 크기의 표준형 키보드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체리 G84-4100 PPMUS 정도로 컴팩트한 키보드라면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 같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컴퓨터를 사용해야할 사람이나 가능하면 손의 움직임을 최소화 시켜야 하는 프로그래머에게 제격이다.

G84-4100 PPMUS와 비슷한 크기인 PFU Happy Hacking 키보드가 별도의 펑션키를 가지고 있지 않는 반면에 체리의 G84-4100 PPMUS은 이를 내장하고 있다. 리눅스나 Mac OS X과 같이 펑션키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운영체제의 사용자라면 Happy Hacking도 좋은 선택이나 빈번하게 펑션키를 사용하는 윈도우 사용자들에게는 아무래도 체리 G84-4100 PPMUS쪽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다소 불만적인 키 레이아웃

G84-4100 PPMUS 키보드는 28cm라는 좁은 폭에 표준형 키보드의 숫자 패드를 제외한 모든 키를 거의 다 집어 넣었다. 대개의 미니 키보드가 그렇듯이 G84-4100 PPMUS 역시 키 레이아웃 수정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었다.

체리 G84-4100 PPMUS의 레이아웃중 눈에 뜨이는 것은 중앙 하단의 작은 스페이스와 오른쪽 하단의 작은 쉬프트 키 그리고 대부분의 특수키들이 정상 키캡 폭의 8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등이다.

우선 작은 스페이스키는 정확히 윈도우 키 세 개의 폭만큼 너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표준형 키보드에 비해 가로 너비가 좁은 미니 키보드의 경우에는 윈도우 키를 넣기가 마땅치 않다. G84-4100 PPMUS과 같은 경우에도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윈도우 키를 키보드에 배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스페이스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시각적으로 볼 때는 굉장히 불안해 보이지만 다른 키 들보다는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입력시에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그림 3. 체리 G84-4100의 키 레이아웃 - 좌측


G84-4100 PPMUS 특수키의 좁은 너비는 빠른 타이핑을 막는 장애물 같은 존재이다. G84-4100 PPMUS의 특수키 중 가장 심각한 것은 Alt키와 백 스페이스키. 이 두 키는 키캡 면적이 좁을 뿐 아니라 위치도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 Alt키는 윈도우키와 BackSpace키는 Scroll Lock키와 그 위치가 무척이나 헷갈린다. 당연히 이에 관련 오타도 자주 발생한다.  이 부분은 결국엔 사용자가 키보드에 맞춰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른쪽 하단의 어이없을 정도로 G84-4100 PPMUS의 작은 쉬프트 키. 마치 바이오와 같은 일본 노트북의 쉬프트 키를 연상케한다. 오른쪽 쉬프트 키는 왼쪽 쉬프트 키에 비해 사용 빈도가 훨씬 적지만 !나 @와 같은 좌측 상단의 특수 문자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키이다. 이와 같이 작은 쉬프트로 인해 키를 입력하는 중간 중간의 리듬이 끊기거나 오타가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 이다.


그림 4. 체리 G84-4100의 키 레이아웃 - 우측


미니 키보드로는 최고의 키감

세계적인 기계식 키보드 / 스위치 메이커인 체리사는 세가지 키 스위치를 만들고 있다. 전형적인 기계식 스위치라 부를 수 있는 클릭 스위치와 클릭 스위치에서 소리나는 부분을 제거한 넌클릭 스위치, 고속 입력이 가능하도록 만든 리니어 스위치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세가지 방식의 스위치는 모두 데스크탑용 키보드를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체리사는 미니 키보드용으로 자사 고유의 ML 스위치를 내놓고 있다. 기계식이긴 하지만 노트북용 제작되어 그 높이가 낮게 처리되어 있으며 넌클릭 방식의 스위치이다.


그림 5. 체리 G84-4100의 ML 기계식 스위치


G84-4100 PPMUS 키감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키 피치가 약간 낮은 것 제외한다면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은 애플 확장 키보드 II와 비슷하기도 하다. 이는 약간은 평평한 G84-4100 MUS의 키캡에서 느껴지는 것인데 일종의 딱딱함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분 나쁜 감은 아니고 손끝을 살짝살짝 자극시켜 주는 기분좋은 자극이다.

G84-4100의 키를 누를 때 반발력이 있긴 한데 리니어 방식이나 체리 데스크탑 넌클릭 방식처럼 강하지 않다. 키 피치가 낮기 때문에 바로 키가 밑으로 내려갔다가 체리 키보드 특유의 탄력성으로 키는 자연스럽게 반발 되어 나온다.  이러한 특성을 기초로 사용자가 빠른 속도로 키 입력을 하면 좋은 키보드에서 맛볼 수 있는 리듬감을 온몸에서 느낄 수 있다. 그 황홀한 느낌. 분명 미니 키보드에서 찾기 힘든 환상의 키감이다. 손끝에서 쫙쫙달라 붙는 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정도의 키감이면 타이핑을 많이 하는 전문 작가나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는 점은 ML 스위치로 인해 얻어지는 특유의 리듬감을 키보드의 특수키들이 자꾸 방해한다는 것이다.  

결론

이미 글머리 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컴팩트한 사이즈에 좋은 키감의 키보드를 원한다면 G84-4100 PPMUS 는 분명 고려의 대상이다. 다만 여러분은 G84-4100 PPMUS 특수키의 작은 크기에 적응해야만 한다. 이에 익숙해지면 G84-4100 PPMUS는 최상의 키보드가 될 것 이며 이를 이겨내지 못한사람이라면 다른 미니 키보드나 표준 키보드를 찾는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profile

키보드 매니아가 세계 최고 동호회가 되는 날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