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엠텍 EK7310 키보드 리뷰

국내에서 첫 출시된 펜터그래프 방식 키보드인 맥컬리 IceKey 이 후 같은 방식의 여러 키보드들이 출시되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2007년 봄은 조정 국면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대기업 브랜드를 붙였거나 일부 전문 기업들의 제품 위주로 팬터그래프 키보드가 보급되고 있다. 그리고 상당 수의 팬터그래프 키보드들은 치열한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본 리뷰에서는 이엠텍의 EK7310을 다뤄보려 한다. 이엠텍 사는 익히 그래픽 카드 전문 유통 기업으로 알려진 곳. 이엠텍사는 이 제품을 시작으로 올해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엠텍 7310은 제품 디자인이나 구조를 살펴보면 지극히 평범한 펜터그래프 방식의 키보드이다. ‘평범하다’라는 말에 많은 것이 숨겨져 있음을 밝혀둔다. EK7310은 전형적인 표준형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디자인을 따랐고 키감도 만원대의 다른 제품들과 큰 차이나 나지 않는다. EK7310의 가격은 대량 수입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만원대 초반에 형성되어 있다. 타 제품에 비해 다소 저렴한 가격이긴 하나 이 부분이 화제가 되거나 결정적인 강점은 될 수 없어 보인다.

이엠텍 EK7310의 평범한 속에 가려진 부분들은 아쉽게도 다소 부정적이다. 이엠텍사는 키보드를 들여오기 전에 여러 부분을 확인했겠지만 바쁜 일정 탓에 세세히 테스트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EK7310은 그래픽 전문 기업의 첫 키보드 모델이라는 데 충분한 의의가 있다. 이 제품을 계기로 하여 이엠텍사가 좀더 다양하고 품질 높은 키보드를 출시하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꼭 수정되어야 할 이엠텍 EK7310의 키 레이아웃

“키 레이아웃에 정답은 없다. 다만 키 레이아웃에는 나름대로의 기본 철학은 있어야 한다.” 필자의 키보드 레이아웃에 대한 지론이다. 극악의 키 레이아웃으로 알려진 해피해킹 프로부터 시작하여 각종 일본어 키보드, 그 외 다양한 기능 키를 탑재한 키보드를 접해보면서 필자는 위와 같은 지론을 가지게 되었다.

제조사 혹은 유통사가 키 레이아웃에 대한 자신감이 없을 때에는 한글 키보드의 106키 배열이나 혹은 영문 키의 104키 표준 배열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표준 레이아웃도 단점이 있긴 하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져 있는 배열이라 다른 배열을 선택하는 것에 비해서는 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제조사가 자신의 키보드를 특별하게 보이기 위해서 각종 기능키 추가나 키 배열을 바꾸고자 한다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많은 키보드들이 적절치 못한 키 배열을 채택한 점 때문에 대접을 못 받기도 하며 주렁주렁 달린 각종 키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해피해킹 프로 키보드는 실험적인 키 배열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커서키 조차 없는 다소 생경한 키 레이아웃이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각 키들을 배열하여 사용하면 할수록 이에 감탄하기 때문이다.

이엠텍 EK7310의 키 레이아웃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이다. 나름대로 표준 키보드의 형태를 따라가고 있지만 표준 형태는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사려 깊게 처리된 키보드 레이아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나 일본어, 한글 키보드 배열도 아닌 EK7310의 키보드 레이아웃은 왜 유통사가 이 제품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까지도 들게 한다.

일견 긴 빽 스페이스와 커다란 엔터키가 매력적으로 보이나 이 때문에 \키는 생뚱맞게 우측 쉬프트 우측에 자리잡게 되었고 더욱이 또 다른 \키가 키보드 맨 아래 줄에 중복되는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엠텍 EK7310의 \키 위치 1



이엠텍 EK7310의 \키 위치 2


놀랍게도 이와 유사한 키 레이아웃을 삼성 PLEOMAX의 일부 키보드나 티소닉 키보드의 일부 모델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다소 생경한 레이아웃은 분명 OEM 제조 공장에서 만들어진 키보드를 가능한 수정 없이 우리나라에 들여옴으로 인해서 나타난 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레이아웃 이라면 차라리 다른 레이아웃을 지닌 키보드를 들여오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아쉽다기 보다는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다.

EK7310은 이 뿐만이 아니다. 편집 키 영역에서 기존 표준형 키보드인 3x2키 배열을 무시하고 2x3키 배열을 선택했다. 유명 메이커의 PC 키보드에서도 이와 같은 비 표준 편집키 배열은 가끔 볼 수 있지만 EK7310의 경우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EK7310의 2x3키 배열은 분명 키보드의 폭을 줄일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텐데 의외로 EK7310의 하우징이 큰 편이라 실질적인 사이즈 축소 효과는 거의 없다.

그게 아니라면 키보드 디자인 때문에 멀쩡한 키보드 키 배열을 비 표준형으로 바꾸었다는 말인데 이 역시도 정상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표준처럼 보이지만 비 표준인 메인 키 배열과 편집 키 배열의 생소한 레이아웃은 EK7310의 사용시 큰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EK7310의 키감에 대해…

앞의 키보드 레이아웃과 같이 키감과 구조에 대한 부분에서도 단점을 중심으로 글을 진행해야겠다. 사실 EK7310의 키보드를 처음 쳐봤을 때에는 일반 팬터그래프 키보드와 거의 동일한 키감을 느낄 수 있었고 구조 역시 타 키보드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견한 부분은 EK7310이 일부 팬터그래프 키보드에게 가지고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글을 진행해 가면서 좀더 자세히 밝히도록 하겠다.

펜터그래프 키감에 대한 편차는 일반 기계식 키보드나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트북의 경우 씽크패드와 같은 제품이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키감인 것을 보면 분명 그 차이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한 펜터그래프의 키감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팬터그래프의 키캡이다. 이 부분 기계식 키보드에 비해 영향을 끼치는 비율이 적긴 하지만 평균보다 약간 두꺼운 키캡이 충격 흡수에 좋을 듯 싶다.

필자가 생각하는 팬터그래프 키감의 약점은 파워 타이핑을 할 경우 다른 키보드에 비해 충격 흡수 부분이 취약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계식이나 멤브레인 키보드도 비슷하겠지만 팬터그래프의 경우 키 깊이가 낮기에 키를 힘차게 눌렀을 경우 바닥의 충격이 손가락 끝에 바로 전해져 그리 유쾌하지 못하다. 같은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경우라도 씽크패드 내장 키보드 같은 경우에는 손가락의 충격이 덜하면서 상대적으로 키감이 부드럽고, 적당한 탄성을 지녀 키캡과 손가락이 올라가는 타이핑이 적절하여 소위 ‘쫄깃하면서도 손에 착 붙는 키감’을 제공한다.

둘째, 팬터 그래프 키보드의 러버 부분이다.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경우 러버 부분이 떨어지는 형태도 있고 분리되는 형태도 있어 일일이 러버 부분을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러버 부분의 두께가 너무 얇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탄성을 지녀야만 쓸만한 키감을 줄 수 있음은 상식 선에서 추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셋째, 팬터그래프 안쪽의 X가 구조의 설계 부분이다. 일반 보급형 팬터그래프의 경우 X 구조 사이에 러버 부분이 올려져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씽크패드 내장 키보드나 최근 테스트한 MS 무선 내츄럴 엔터테인먼트 7000 키보드의 경우에는 X구조 위에 평평한 플라스틱 판을 부착하고 있었다. 그 차이는 무얼까? 아마도 특정 키를 누를 때 일반 팬터그래프 키보드는 아주 좁은 영역에 힘이 집중 적으로 가해지는데 반해서 씽크패드 내장 키보드나 내츄럴 엔터테인먼트 7000 키보드는 좀더 넓은 영역에 힘이 골고루 분배될 것이다. 덕분에 씽크패드 내장 키보드나 내츄럴 엔터테인먼트 키보드의 경우 타이핑시 일반 팬터그래프 키보드가 제공해주는 묘한 충격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씽크패드 키보드의 구조



마이크로소프트 무선 내츄럴 엔터테인먼트 7000 키보드의 구조


결국 위에서 거론된 세가지 부분을 만족시켜야 팬터그래프 방식 키보드에서 쓸만한 키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최근 키보드를 기준으로 본다면 앞에서도 여러 번 거론된 두 키보드 씽크패드의 내장 키보드와 내츄럴 엔터테인먼트 7000 키보드 만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키감을 제공해 주었다.

이엠텍 EK7310의 키감을 설명하자면 보급형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키감이라고 할 수 있다. 더하거나 빼지 않고 딱 평균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이핑을 터치하듯이 살며시 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무리 없는 키감이지만 필자와 같이 다소 힘을 실어 타이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키캡을 누를 때마다 느껴지는 충격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대다수의 보급형 팬터그래프 키보드가 보여주는 부분이므로 이 부분은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앞에서 설명한 EK7310의 구조적인 문제는 X자 구조와 키캡의 결합 부분이다. X자 구좌와 키캡의 결합 구조가 견고하지 못해 키캡이 X자 구조에서 살짝 살짝 벗어나곤 한다. 물론 타이핑을 다시 하면 키캡이 다시 자리잡긴 하지만 ‘짜각’ 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키캡이 X자 구조에서 탈출하는 사건도 생긴다.


이엠텍 EK7310의 구조


요즈음에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팬터그래프 키보드들이 거의 없어졌는데 이엠텍 EK7310에서 이런 문제를 다시 발견한 것은 사뭇 유감이다.

키보드의 이모저모

이엠텍 EK7310은 투 톤 방식으로 컬러를 처리했다. 은색과 백색 혹은 검정색의 조화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이엠텍 EK7310 키보드


EK7310은 일반 표준형 키보드에 일곱 개의 기능키가 추가되었다. 좌측 상단의 홈, 이메일, 검색키와 우측 상단의 볼륨 줄임, 키움, 묵음, 전원키가 그것이다. 좌측 상단의 키들은 위치상 그다지 쓸모가 없게 모이지만 우측 상단의 기능키들은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이엠텍 EK7310 우측 기능키


디자인은 나쁘지는 않은 편이지만 케이스 좌우 라인은 다소 둔탁하다. 좀더 단순하게 처리되었다면 심플한 느낌을 줄 수 있었을 것 같다. 그 외 일부 외곽 라인에만 고 광택 처리가 되었는데 몇몇 기업의 제품처럼 좀더 과감하게 고 광택 처리를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엠텍 EK7310 키보드 2


키캡 인쇄는 전형적인 패드 인쇄이다. 한글 글씨체가 다소 투박하기는 하지만 한글 자모가 큼지막하게 처리되어 있어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사용하기엔 타 키보드 보다 좋으리라 생각된다. ^^;


이엠텍 EK7310 키캡 인쇄



이엠텍 EK7310 컨트롤러와 키패드

* 보드 콘트롤러를 보면 이 제품은 ZIPPY사가 제조한 제품이다. ZIPPY사의 오리지널 모델 7310과 비교하여 허브가 빠진 것 말고는 거의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다 ^^; 삼성 물산과 같이 ZIPPY사 OEM을 하고 있는 업체가 많으므로 EK7310과 유사한 키 레이아웃의 키보드를 국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그다지 신기하지 않다.*




이엠텍 EK7310 키보드 뒷면


끝으로…

주변기기 업체들에게 키보드는 상당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키보드는 부피가 크다는 단점은 있지만 제품 단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AS나 고객 지원이 특별히 필요 없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견 유통 업체들은 적어도 키보드를 한 번쯤 취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키보드 업계는 그리 만만한 분야는 아니다. 저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굴지의 기업 로고가 박힌 제품들이 여러 종류 선보이고 보급형 부분에서는 강력한 선점 업체들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엠텍의 EK7310 키보드는 필자의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제 팬터그래프 키보드 시장도 과포하 상태가 되어 디자인이나 키감, 가격 중에 한 부분에서라도 특별한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엠텍사는 EK7310을 좋은 경험으로 삼아 야할 것으로 삼아 올해 출시할 제품 준비에 만반을 기했으면 한다.

키보드는 분명 그래픽 카드와 같은 컴퓨터 주변기기 지만 독자적인 특징과 평가 기준이 있다. 이엠텍사가 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유통사의 분발을 좀더 바라면서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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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매니아가 세계 최고 동호회가 되는 날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