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
현재 중고가(3~5만 원대) 키보드 시장의 주류는 팬터그래프 키보드라고 단언해도 좋을 정도로, 그 가짓수나 수량에서 멤브레인 키보드를 압도하고 있다. 팬터그래프 특유의 쫀득거리는 키감과, 낮은 키 깊이(Stroke)를 살린 매끈한 디자인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막상 문제가 되는 것은 키 배열이다. LG의 X-Touch, 아이락스의 KR-6120/6130, 지니어스의 KB-19e NB 등, 대부분의 팬터그래프 키보드는 소형 컴팩트 키보드의 레이아웃을 채택하고 있다. 노트북과 유사한 컴팩트 키보드의 키 배열에 적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표준 레이아웃을 채택한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찾아 시장을 헤매어도 선택의 여지는 오직 하나, 맥컬리의 IceKey가 유일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조만간 하나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왜냐하면 아이락스 코리아에서 표준 레이아웃의 KR-6110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락스 KR-6110은 이전 모델인 KR-6120/6130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을까? 경쟁자인 IceKey를 능가하는 실력을 보여줄까? 이번 리뷰를 통해 그러한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제품 사양 | |||
제작사 | 아이락스/아이락스 코리아 | ||
제품명 | X-Slim KR-6110 (미정) | ||
제품가격 | 2만원대 후반(미정) | 인터페이스 | USB 또는 PS2 (미정) |
크기 | 451x160x30 mm | 무게 | 810g |
키 개수 | 한글 106 + 5개 특수 키 | 키 스위치 | 멤브레인 |
키 작동기 | 팬터그래프 | 키캡 모양 | |
자판 인쇄 | 실크스크린 | 측면배열 | 스텝 2 |
- 패키지
KR-6120의 전체적인 외관
아이락스 코리아에서 리뷰용으로 제공한 KR-6110은 판매용 제품이 아닌, 개발 단계의 엔지니어링 샘플이었다. 키보드 본체만 수령했기에 박스 포장 상태나 매뉴얼 등에 대해선 확인할 수가 없었다. 여기 대해선 정식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 확인하도록 하겠다.
6120/6130은 USB/PS2를 동시에 지원하는 콤보 모델로써 출시되었지만, 6110의 엔지니어링 샘플은 USB만 지원하고 있었다. 최종 제품이 콤보 모델이 될지, USB와 PS2 지원 모델이 따로 나올지, USB 모델만 나올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어느 쪽이 되건, 가격은 6120과 비슷한 2만 9천원 선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 외관
KR-6110은 6120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키캡을 은빛 프레임이 둘러싼 모양새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윤곽선은 복잡하고 부드러운 곡선 대신, 단순하고 남성적인 직선을 강조하고 있다.
대만 아이락스 사이트에선 KR-6110의 크기가 500 x 200 x40 (mm), 무게가 810g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측 결과, 그 크기는 451 x 160 x 22 (mm)였다(높이 조절 받침대를 포함하는 경우, 두께는 30mm). 면적은 다른 101/103/106 키보드와 비슷하되 두께는 훨씬 얇다.
우측 상단의 5개의 특수 키
하부 프레임은 단아하고 차분한 짙은 회색(검은색), 상부 프레임은 은빛, 키캡은 짙은 회색이다. 6120과 마찬가지로 밝은 은빛과 어두운 검은빛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상부 프레임의 위아래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되었다.
좌측 상단엔 옅은 회색의 i-rocks 영문 로고가 자리잡았고 우측엔 5개의 특수 키가 붙어 있다. 둥그스름한 특수 키는 Internet, Mail, Sleep, Wake up, Power 키의 순서로 배열되었으며, 키감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텐 키 위에는 Num Lock/Caps Lock/Scroll Lock용 LED가 자리잡고 있는데, 여기엔 푸른빛 고휘도 LED가 사용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눈에 불필요한 자극을 주는 고휘도 LED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개조 마니아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 않을까.
높이 조절 받침대는 뒤로 너무 많이 젖혀진다
상, 하부 프레임은 16개의 나사와 꺾쇠로 튼튼하게 결합되었다. 하부 프레임 아래쪽엔 2개의 미끄럼 방지 고무가, 위쪽엔 2개의 높이 조절 받침대가 달려 있다. 받침대의 길이가 짧은데다 뒤로 완전히 젖혀지다시피 하는 바람에, 높이 조절 효과는 기껏해야 8mm에 그치고 만다.
- 키캡 및 레이아웃
6110의 측면배열은 스텝 2, 키캡은 원통형(Cylindrical)이다. 키캡의 미끄럼 방지 요철은 적당한 깊이로 새겨졌다. 이 부분은 6120/6130과 별 차이가 없었다.
엔지니어링 샘플 제품의 자판은 실크 스크린으로 인쇄된 듯 했다. 특기할만한 점은 한글 서체가 고딕체로 변경된 동시에 인쇄 품질 역시 대폭 향상되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락스 코리아에 의하면, 실제 제품에서는 서체 및 인쇄 방식이 변경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여기 대해선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 다시 확인토록 하겠다.
역L자형 엔터키와 단형 백스페이스, 널찍한 쉬프트 키에 주목!
KR-6110은 ‘지극히 평범한’ 한글 106키 레이아웃을 채택하고 있다. 즉, 한/영, 한자, 좌/우 윈도우 키, 컨텍스추얼 메뉴 키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Return 키는 역 L자형. BackSpace 키의 크기는 일반 단형(單形) 키캡과 동일하다. Escape 키와 펑션 키, Print Screen/Scroll Lock/Pause 키의 높이는 단형(單形) 키캡의 2/3 정도로 줄어들었다. 스페이스 바의 길이는 94mm, 좌측 Shift 키는 43mm, 우측 Shift 키는 52mm로써, 일반 키보드와 동일한 수준이다.
- 키감 및 사용감
KR-6110의 러버 돔/팬터그래프 작동기는 6120과 동일하다
KR-6110은 6120/30과 동일한 멤브레인 스위치/팬터그래프 작동기를 탑재하고 있다. 키 입력 압력은 55-+20g, 키 깊이는 2.5mm, 키 간격은 19mm다. 여기에 알파 N키 롤오버를 지원한다는 점까지 6120/30과 완벽하게 동일하다. 한마디로 레이아웃을 제외하면 아무런 차이점이 없다. 키캡을 들어서 확인해 본 결과, 6120과 똑 같은 검은색 러버 돔/흰색 팬터그래프 작동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키감은 6120/30과 비슷할 것으로 추측되며, 실제로도 예전에 테스트한 6120의 엔지니어링 샘플과 거의 유사한 느낌이었다. 팬터그래프 작동기 특유의 쫀득거리는 맛과 절도 있는 구분감이 살아 있으니, 모범적인 키감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다만 6120의 엔지니어링 샘플과 실제 제품의 키감이 약간 달랐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6110 역시 실제 제품의 키감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일반 106 키보드의 레이아웃을 겸비했으니 금상첨화란 말이 아깝지 않다. 경쟁자인 IceKey는 키감은 물론이고 가격 면에서도 골고루 밀린다.
다만 엔지니어링 샘플에선 s키 등이 연달아 입력되는 등, 입력 오류가 잦은 편이었다. 이 문제는 정식 판매 제품에선 말끔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사항 : 일반 키보드를 치듯이 힘있게 치면 손가락으로 바닥을 직접 두들기는 듯한 충격이 전해진다. 하지만 이것은 6110만의 문제가 아닌, 보급형 팬터그래프 키보드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약점이다.
- 결론
KR-6110은 정통 팬터그래프 작동기의 키감에, 은빛의 알루미늄 케이스부터 검은색 케이스까지 골고루 포용하는 멋진 디자인을 겸비한 제품이다. 게다가 가격은 맥컬리 IceKey보다 훨씬 저렴한 29,000원 선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표준 106 키 레이아웃이 주는 익숙함과 편안함도 놓칠 수 없는 장점이다.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췄으니, 혼란스런 보급형 팬터그래프 시장을 제패하기엔 충분한 자격을 지닌 셈이다.
결론적으로, KR-6110은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입문자부터 중급 사용자까지 두루두루 만족시킬만한 제품이다. 특이한 키 배열 때문에 팬터그래프 키보드 구입을 망설인 사람들, 혹은 지금 사용하는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키 배열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 DJ.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