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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kin은 국내에선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에선 컴퓨터 액세서리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대형 메이커다. 소소한 멀티탭에서부터 대형 UPS에 이르기까지 오만가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가 포함되어 있음이야 당연한 일이고 게임용 조이스틱 또한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최근에는 애플 아이팟(iPod)용으로 다양한 액세서리를 내놓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선 벨킨 코리아가 제품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가짓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헌데 여기서 내놓은 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게임용 '확장 키패드' 노스트로모 n50 스피드패드(nostromo n50 SpeedPad)가 아닐까 싶다. 외국의 하드코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복잡한 조합 키를 단번에 입력할 수 있는 게임용 키패드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국내에도 MS의 스트래티직 커맨더(Strategic Commander)와 IDIZM의 스페이스 데블피쉬(Space Devilfish) 등이 소개된 바 있다.
문제는 두 제품 모두 게임 외의 다른 어플리케이션에서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스페이스 데블피쉬는 드라이버의 완성도가 떨어져 잦은 시스템 다운을 일으키기마저 했으니, 끝내 게임용 키패드는 사용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노스트로모 n50 스피드패드는 게임용 키패드가 쓸모 없는 물건이라는 고정 관념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제품 사양 | |||
제작사 | Belkin | ||
제품명 | Belkin nostromo n50 SpeedPad | ||
제품가격 | 약 5만원 | 인터페이스 | USB |
키 개수 | 10키, 쓰로틀 휠, 8방향 키패드 | 키 스위치 | 멤브레인 |
키 작동기 | 러버 돔 | 키캡 모양 | 원통형(Cylindrical) |
자판 인쇄 | 실크 스크린 | 측면배열 | 스텝 스컬쳐 2 |
- 패키지 및 첫인상
노스트로모 n50 스피드패드는 검은색 박스에 포장되어 있다. 이 박스는 제품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앞면이 노출된 형태로 제작되어 있다. 붉은색 배경 위의 검은색 n50 스피드패드는 꽤나 인상적인 모습이다. 박스 자체는 상당히 튼튼해서 노출 부분을 직접 건드리지 않는 한 내용물이 파손될 염려는 없다.
박스 안에는 n50 스피드패드 외에도 간단한 매뉴얼과 드라이버 CD 등이 들어 있다. 드라이버를 CD에서 설치해도 되지만, 벨킨 홈페이지에서 최신 버전을 다운 받아 설치해도 된다.
- 외관
스피드패드의 색상은 차분한 검은색, 전체적인 모양새는 둥그스름한 곡선을 강조하고 있다. 스페이스 데블피쉬는 너무 큼직하여 놔둘 곳을 찾기 어렵건만, 스피드패드는 크기가 아담하여 책상 위에 올려놔도 부담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은 오른손잡이인지라 아무래도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잡기 마련이다. 따라서 노스트로모 n50 스피드패드는 왼손 사용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다.
스피드패드 하단에는 플라스틱 손목 받침대가 있고, 위로는 부드럽게 경사진 손바닥 받침대가 연결되어 있다. 그 앞에는 약간의 빈 공간을 두고 10개의 키패드가 놓여져 있으며 바로 옆에는 Red/Green/Blue 쉬프트 키 LED가 있다. 왼손을 손바닥 받침대에 올려놓으면 엄지손가락 부분에는 방향 키패드가 잡히고 검지 부분에는 쓰로틀 휠이 잡힌다. 나머지 손가락은 10개의 키 위에 파지하거나, 혹은 빈 공간 사이로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다.
왼손으로 잡기엔 아주 좋지만 오른손으로 잡으면 제대로 쓰기 힘들다. 다시 말해 마우스를 왼손으로 잡아야 하는 왼손잡이는 스피드패드 사용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좋다.
PC/맥과 연결하는 USB 케이블의 길이는 넉넉한 편이었고, 하단부에는 무려 7개나 되는 미끄럼 방지 받침대가 부착되어 있다. 그러나 무게가 워낙 가벼운 탓에 격렬하게 타이핑을 하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조금씩 밀려난다.
- 소프트웨어
스페이스 데블피쉬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먼저 키보드 매핑 드라이버를 설치하고, 데블피쉬 드라이버를 설치하고, 키 매핑 유틸리티를 설치하는 복잡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 순서가 틀리거나 하나라도 빼먹으면 데블피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비해 노스트로모 n50 스피드패드는 설치 과정이 아주 간단하다. 인스톨러를 실행하면 드라이버는 물론 키 매핑 유틸리티인 LoadOut Manager와 Profile Editor 까지 단숨에 설치된다. 설치 후엔 트레이(Tray)에 노스트로모 아이콘이 표시된다.
Profile Editor 화면
설정 방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Profile Editor를 실행해 스피드패드용 키 설정 프로파일을 작성한다. 여기서 각각의 키에 특정 키를 지정하거나, 혹은 일련의 키 조합으로 이뤄진 매크로(Macro)를 지정할 수도 있다.
프로파일을 저장한 다음(확장자 n50), LoadOut Manager에서 이를 특정 어플리케이션/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정한다. 이 설정은 Loadout(확장자 ldt) 파일로 저장된다. 이런 식으로 필요한 어플리케이션/게임 별로 프로파일을 만들고, 로드아웃 파일을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면 된다.
LoadOut Manager 화면
Profile Editor의 기능은 매우 막강하다. 일단 10개의 키와 8개의 방향 키패드에 특정 키를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쓰로틀 휠의 작동 범위를 X,Y,Z,Rx,Ry,Rz 축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마우스 휠 기능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매크로(Macro) 지정 기능은 대단히 강력하면서도 간단하다. Profile Editor에서 키를 선택한 다음 New Macro 명령을 실행하면 매크로 작성 윈도우가 뜬다. 여기서 Start Recording 버튼을 클릭한 다음 키 조합을 순서대로 입력하고 Stop Recording 버튼을 클릭하면 끝이다. 매크로 작성시에는 각각의 키 입력 지연 시간을 0.01초 단위까지 정해줄 수 있다. 또한 매크로 키가 눌려지는 동안 매크로를 반복 입력할 것인지, 한번만 입력할 것인지 정해줄 수도 있다.
Macro 입력/편집 화면
특정 키를 쉬프트(Shift) 키로 지정해 키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의 쉬프트 키만 지원하는 여타 게임패드와는 달리 스피드패드는 Red, Green, Blue 세 개의 쉬프트 키를 지원한다. 해당 쉬프트 키를 누르면 키패드 좌측의 LED에 불이 들어온다.
세 개의 쉬프트 키를 각각의 키에 할당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Cycle Shift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하나의 키를 누를 때마다 순차적으로 Red/Green/Blue 쉬프트 키로 전환되는 것이다.
하지만 쉬프트 키를 누르면서 다른 키를 누르면 손가락 둘을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이래서야 키패드를 사용하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 - 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쉬프트 키 토글 기능도 갖추고 있다. 즉, 쉬프트 키를 누르면 다시 누를 때까지 그 기능이 유지된다.
LoadOut Manager는 최대 5개까지의 스피드패드를 인식, 각각의 키패드에 별도의 프로파일을 지정할 수 있다. 또한 Automatic Mode를 선택하면 어플리케이션 실행시 자동으로 해당 Loadout 파일을 로딩시켜 준다.
또한 벨킨은 아이팟용 액세서리를 만드는 업체답게 맥용 드라이버/소프트웨어도 충실하게 준비해 놓고 있다. 맥 사용자도 PC에서와 마찬가지로 n50 스피드패드의 기능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다.
- 키감 및 사용감
노스트로모 n50 스피드패드는 멤브레인 스위치에 러버 돔 작동기를 탑재하고 있다. 키를 누르면 끊어지는 맛이 확실하니, 최고는 아닐지라도 중간 이상은 되는 키감이다. 그러나 서양인의 큼직한 손에 맞춰진 탓인지 위쪽 키(01~05)를 누르기가 약간 불편했다. 쓰로트 휠은 마우스 휠과는 달리 작동 범위에 한계가 있기에 왠지 낯선 느낌이었다.
보다 상세한 테스트를 위해 프로파일 에디터에서 포토샵, MS 워드, 엑셀, ACDSEE, AcroEdit,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프로파일을 제작했다. 이를 LoadOut Manager에서 각각의 어플리케이션에 지정한 다음, Automatic Mode에서 스피드패드를 사용해 봤다.
어플리케이션 사용 및 전환시 자동으로 프로파일이 바뀌는 기능은 별 문제없이 작동했다. 단, 프로파일 에디터나 로드아웃 매니저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는 프로파일이 제대로 바뀌지 않았다.
단축키 혹은 키 조합을 단번에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은 게임에서는 물론이고 일반 어플리케이션에서도 편리하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매크로 기능을 잘 활용하면 비교적 복잡한 작업도 한번의 키 입력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 편리하기 그지없다.
- 결론
벨킨 노스트로모 n50 스피드패드의 국내 판매가는 약 5만원 선. 가격은 국산 스페이스 데블피쉬와 엇비슷하지만 활용도와 안정성은 훨씬 뛰어나다.
소프트웨어는 설치하기 쉬운데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덕분에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안정성도 뛰어나 별다른 트러블도 없다. 비단 게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서 스피드패드를 문제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높이 사 줄만하다. 키 개수는 10개에 불과하지만 쉬프트 키 덕분에 부족함을 느끼긴 어렵다.
만일 게임이나 어플리케이션의 복잡한 단축 키를 단번에 입력할 수 있는 확장 키패드를 찾고 있었다면 노스트로모 n50 스피드패드는 좋은 솔루션이 될 것이다. 단, 왼손잡이라면 다른 제품을 알아보는 편이 좋다.
- DJ.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