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싸이온(Psion)에서 Psyon Organizer가 출시되면서 희미하게나마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라는 개념이 싹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PDA와 전자수첩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실질적으로 현대적인 PDA의 개념이 정립한 것은 1996년, 애플의 뉴튼(Newton)이었다.
그러나 뉴튼은 살인적인 가격과 낮은 필기인식률 때문에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다. 막상 미국 PDA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저렴한 가격과 그래피티 방식의 빠른 필기인식을 선보인 팜(Palm) 파일롯이었다. 미국에서 팜이 절대 강자로 떠오르는 동안, 다른 나라에서도 발빠르게 PDA 시장 개척이 이뤄졌다.. 유럽에서는 싸이온이, 일본에서는 샤프(Sharp)가, 한국에서는 셀빅(Celvic)이 꾸준히 독자 모델을 생산하며 몸집을 불려나갔다. 마침내는 컴퓨터 업계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가 Windows CE를 내놓으며 PDA 시장 참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는 휴대폰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 PDA 업체들은 독자 모델을 포기하고 PDA와 휴대폰이 결합된 스마트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PDA 시장의 최강자인 팜은 OS 개발과 라이센스를 총괄하는 팜소스(PalmSource)와 하드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팜원(PalmOne), 두 개의 회사로 갈라졌다.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열의와 독자 모델에 대한 자부심이 동시에 엿보이는 결단이다.

실제로 팜원은 텅스텐(Tungsten)과 자이어(Zire) 등의 하드웨어 및 주변기기를 꾸준히 내놓으며 미국 PDA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내놓은 신제품 중에서는 텅스텐 T3와 휴대용 무선 키보드인 팜 와이어리스 키보드(Palm Wireless Keyboard)가 눈에 띈다. 이것은 PDA 사용자라면 누구나 바랄 법한 휴대용 키보드인 동시에, 팜 OS를 탑재한 PDA라면 기종을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무선 키보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제품이 PDA 사용자의 욕구를 만족시켜 줄만한 제품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제품 사양
제작사팜원 / 국내 판매처 - 엠뷰
제품명Palm Wireless Keyboard
제품가격89,500 원인터페이스IrDA
키 개수51개키 스위치멤브레인
키 작동기팬터그래프키캡 모양사각형(Cube)
자판 인쇄실크스크린측면배열스텝 2

- 제품 외관 및 기본 사양

PDA용 키보드는 외관에 따라 대략 셋으로 나뉜다. 하나는 PDA 크기에 맞춰 크기를 대폭 줄인 미니 키보드, 다른 하나는 두 겹 이상으로 접히는 접이식 키보드, 마지막은 종이처럼 둘둘 말리는 키보드다. 팜 와이어리스 키보드는 2단 접이식 키보드에 해당된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이 제품은 팜과 IrDA로 연결되는 무선 키보드다. 대다수 팜 PDA는 IrDA 포트를 내장하고 있으므로 호환성에는 별 문제가 없다. 단지 키보드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번거로울 뿐이다.
접힌 상태의 팜 와이어리스 키보드는 지갑 정도의 크기와 두께에 불과하다. 차분한 회색 톤의 플라스틱 프레임과 은빛 팜 로고가 썩 잘 어울린다. 하단부에는 배터리 삽입구가 보인다. 뚜껑을 열고 AAA 배터리 2개를 삽입하면 사용 준비는 모두 끝난 셈이다.

키보드를 여는 방법은 간단하다. 팜 로고가 새겨진 덮개와 PDA 거치대를 들어올리고 키보드를 시원하게 열어젖히면 그만이다. 좌우 키보드 프레임은 널찍한 미끄럼 방지 고무 덕분에 책상에 단단히 밀착되고, 덮개를 완전히 뒤로 젖히면 PDA 거치대도 흔들림 없이 고정된다. 타이핑 도중에 손 힘을 이기지 못해 키보드가 접힌다거나 뒤로 밀리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무릎 위에 올려놓고 쓰기엔 적합하지 않다. 가운데 프레임을 받칠 공간이 없기 때문에 타이핑 도중 키보드가 접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평평한 책상 위에서 쓰는 편이 좋다.
여닫을 때 걸쇠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 부품이 마모되어 가루가 날리기도 한다. 오랫동안 쓰노라면 이 부분이 완전히 닳아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 키캡 및 레이아웃

팜와이어리스 키보드의 키 개수는 고작 51개에 불과하다. 키캡 모양은 단순한 사각형이고 측면 배열은 단순한 일직선 형태다.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 PDA 전용 제품에서 사용자 편의성까지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이리라.
정식 수입 제품이긴 하지만 한글 자판은 아직 인쇄되지 않은 상태였다. 키캡 위엔 가볍게 미끄럼 방지 요철(凹凸)이 들어갔으며, 자판은 실크 스크린 인쇄로 찍어냈다.

51개란 적은 키 개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인 키 외의 숫자 키, 펑션 키, 편집 키, 텐 키 등은 과감히 생략되었다. 파랑색/녹색의 Fn 키와 메인 키의 조합으로 숫자 키와 편집 키, 팜 OS 단축키 등을 입력할 수 있다.
2단접이 키보드답게 스페이스 바는 둘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둘로 쪼개진 부분 바로 아래에 프레임 회전부가 돌출되어 있다. 스페이스 바 가운데 부분을 치려고 하면 손끝이 여기 걸리기 십상이다. 가능하면 스페이스 바의 끝부분을 치도록 한다.

- 사용감 및 키감

이 키보드를 쓰려면 먼저 PDA에 키보드 전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팜 PDA를 크래들에 올려놓고, 동봉된 CD의 인스톨러를 실행한 다음 핫싱크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팜에 Keyboard 소프트웨어가 설치된다. 여기서는 키보드 드라이버의 On/Off 및 키 반복속도, 재입력 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이제 PDA 거치대의 고정 철사 안쪽에 팜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키보드의 IrDA 포트를 회전시켜 팜의 IrDA 포트와 마주보도록 한다. 준비가 끝나면 노트패드 등을 열어서 타이핑을 시작하면 된다. 그래피티 입력과는 비교조차 안되리만치 빠른 속도로 문장이 입력되는 순간, 사용자는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져들리라.
뭣보다도 최신 팜 PDA의 랜드스케이프(Landscape:가로 방향) 모드를 완벽히 지원한다는 점이 최대의 강점이다. 유선이 아닌 무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키감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키 개수가 줄어든 만큼 키 간격이 여유로운 데다가, 팬터그래프 작동기를 탑재한 덕분에 어지간한 중저가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의 키감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상단 숫자 키가 없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무의식 중에 스페이스 바 가운데 부분을 치다가 손끝이 걸리는 일도 자주 있다.

팜 PDA의 대표적인 한글 솔루션인 디오펜과도 잘 어울렸다. 디오펜 3.5 플러스가 설치된 텅스텐 T3에서 시험해본 결과, 노트패드를 비롯한 대다수 어플리케이션에서 직접 한글을 입력할 수 있었다. 한영 전환 키는 Shift+Space였다.
하지만 디오펜이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하는 독투고(Documents to Go)에선 입력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문제가 당장 해결될 가능성은 없으니, 긴 문장을 입력할 때는 독투고 대신 QED 등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 결론

팜 와이어리스 키보드의 장점은 쓸만한 키감과 높은 휴대성에 있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팜 PDA와 호환된다는 점도 높이 사줄 만하다. 단점이라면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한데다 내구성도 의심스럽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가격대 성능비를 따져보면 썩 괜찮은 물건이란 결론이 나온다. 왜냐하면 이 키보드의 국내 판매가는 89,500원. 비싸다면 비싸지만 PDA용 접이식 키보드치곤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니다.

물론 PDA에 키보드를 연결해 쓰느니 중고 노트북을 구입해 들고 다니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회의록이나 간단한 아이디어 노트에는 PDA와 휴대용 키보드로도 충분하다. 그런 용도라면 그런 경우 팜 와이어리스 키보드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단, 그 정도 작업을 처리하는데 9만원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다.

- DJ.HAN -

profile
전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for peace and freedom of world!
영광된 내일을 위하여!   for glorious tomorrow!
해피 키보딩딩!!!  Happy Keyboardingding!!!

 - DJ.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