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tnc.org널찍한 책상 위에 컴퓨터 본체, 모니터, 스피커, 키보드, 마우스를 줄줄이 늘어놓으면 보기도 좋고 쓰기도 좋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 위에 이것저것 올려놓기도 꺼림직하거니와 어지간한 크기의 책상으론 이런 짓을 흉내내기 힘들다. 큼직한 CRT 모니터가 얇은 LCD 모니터로 대체되고 컴퓨터 본체 역시 예전보다 작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더군다나 일반 책상은 독서나 글쓰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책을 비스듬히 세워놓고 보기엔 편리하지만 키보드를 놓기엔 불편할 정도로 높다. 손 위치가 팔꿈치보다 높아지는지라 오랫동안 타이핑을 하노라면 손목에 무리가 가고 끝내는 어깨까지 통증이 전해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찌감치 키보드 서랍 혹은 키보드 받침대 같은 액세서리가 등장했다. 그러나 시중에서 3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는 대만제 키보드 서랍은 내구성이 많이 떨어지는데다 지속적인 사후보장이 약속되지 않는다. 켄싱턴 등 믿음직한 브랜드에서 내놓은 제품은 내구성이나 완성도는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가격 부담이 너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높낮이와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는 관절식 키보드 암(Articulating Keyboard Arm) 형태의 받침대는 20만원 선을 훌쩍 넘어간다.


해외 쇼핑몰에서 150~200 달러(!)에 판매되는 켄싱턴의 관절식 키보드 받침대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 업체인 KT&C에서 U-Station이라는 관절식 키보드 받침대를 출시했다. 사진만 놓고 보면 디자인은 유명 브랜드 제품 못지 않고 가격만 놓고 보면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이다. 그렇다면 실제 사용감은 어떠한지 철저히 뜯어보도록 하겠다.

제품 사양
제작사 KT&C
제품명 U-Station 100/120/130 & 300/320/330
제품가격 49,000~110,000 원 색상 검은색
크기 490~910 x 280 x 185mm 무게 -

- 패키지 및 첫인상


U-Station 제품 이미지(KT&C 사이트에서 발췌)

U-Station은 크게 100과 300 시리즈로 나뉜다. 300 시리즈는 높낮이 조절 기능 및 기울기 조절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만 100 시리즈에는 생략되어 있다. 회전 기능 및 앞뒤 이동 기능은 동일하게 갖춰졌다. 겉보기엔 둘 다 비슷해 뵈지만 실제로는 300 시리즈만이 ‘관절식 키보드 받침대’라 불릴 자격이 있으리라. 리뷰를 위해 받은 제품은 상위 라인에 속하는 U-Station 320으로, 키보드 상판 오른쪽에 마우스 받침대가 추가되어 있다.

제품 일러스트레이션과 KT&C 로고가 인쇄된 튼튼한 골판지 박스 안에는 완충 비닐에 싸인 부품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레일 프레임, 회전판, 높낮이 조절용 원통과 지지대 등의 주요 부품은 죄다 금속제였고, 키보드 받침대는 두꺼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레일 프레임은 스틸, 원통과 지지대는 알루미늄, 상판은 ABS 수지로 만들어졌다). 더불어 크기도 큼직하니 무게가 나가는 거야 당연지사. 이외에도 자세한 조립 설명서와 다양한 종류의 나사가 포함되어 있다.

- 조립 및 설치

U-Station은 일종의 DIY 상품이다. 부품 상태의 제품을 하나부터 열까지 사용자가 직접 조립해서 책상에 설치해야 한다.
제일 먼저 할 일은 U-Station의 철제 레일 프레임(겸 책상 접합부)를 책상에 고정하는 것이다. 설명서에선 최소 12개의 나사를 사용해 단단히 고정할 것을 권장한다.

문제는 이게 그리 녹녹한 작업이 아니란 사실이다. 레일 프레임은 그 크기만도 폭 15 cm, 길이 44cm에 달하는데다 묵직하기마저 하다. 책상 아래쪽에서 프레임을 지탱하며 나사를 조이기란 쉽잖은 일이었다. 게다가 U-Station을 설치할 책상 재질이 너무 단단하니 나사가 도무지 들어갈 생각일랑 하지 않았다.
결국 책상을 완전히 뒤집고 전동 드릴로 하나씩 구멍을 뚫어야만 했다. 이 부분은 U-Station만의 단점이 아닌, 모든 키보드 받침대의 숙명적이고도 고질적인 단점이다. 어쨌건 설명서대로 12개의 나사로 조여놓으니 접합부는 애초부터 책상의 일부였던 양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회전판/원통/지지대/상판/기울기 조절 볼트 등을 결합한 모습(아랫면)

제일 어려운 고비만 넘기면 나머지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원통형 구조물에 지지대(암 Arm)를 끼우고 회전판에 고정한다. 방향에 주의하지 않으면 다시 조립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설명서의 그림대로 조립했는지 확인한 다음 지지대에 상판을 붙인다.

이제 회전판을 레일 프레임에 밀어 넣고, 키보드 받침대에 기울기 조절 볼트와 스프링을 끼운다. 마지막으로 레일 프레임 끝부분에 고정쇠(피스)를 물리고 나사로 마감한다. 설명서의 그림은 무척 정중하고 설명은 매우 자세하니 이것만 보고 따라 하면 실수할 일은 없을 것이다.


레일 프레임에 회전판을 삽입!


총 작업시간은 두 시간 정도, 책상에 구멍을 뚫는데 걸린 시간을 제외하면 삼십 분 남짓했다. 시간을 절약하려면 자신의 책상 재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공구(전동 드릴 및 드라이버 등)를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작은 나사도 꽤 많으니 작업 도중에 부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책상에 U-Station이 설치된 모습

- 조작성 및 사용감

흔히 볼 수 있는 서랍형의 키보드 받침대는 상판 양 끝이 레일 프레임에 고정되는 형태다. 높낮이 조절은 불가능하고 오로지 앞뒤 이동만이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암(Arm) 형태의 U-Station 320 모델은 다음과 같은 복잡한 조작이 가능하다.

1. 앞뒤 이동 : 레일 프레임/회전판
2. 받침대 회전 : 회전판
3. 높낮이 조절 : 지지대(Arm)/원통
4. 경사 조절 : 기울기 조절 볼트

다시 말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자유로운 조작이 가능하다. 키보드를 조금 높이 쓰고 싶다면 슬쩍 들어올리면 그만이다. 앞으로 기울이고 싶다면 기울기 조절 볼트를 돌리면 된다. 살짝 밀어 안으로 집어넣을 수도 있고 다시 당겨 빼낼 수도 있다.

회전 동작
기울기 동작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단점이 있다. 상판을 고정하는 지지대(Arm)가 단 하나뿐인 구조이기에, 격렬한 타이핑을 하노라면 양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도 U-Station의 지지대는 원통형 구조물에 확실하게 고정되었기에 흔들림의 폭이 매우 적다.
지지대가 원통형 구조물에 꽉 끼워진 덕분에 높낮이 조절시엔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설명서에는 상판을 약간 위로 들어올리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고 씌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지지대 전체를 붙잡다시피 해서 위로 들어올려야 한다. 볼트로 기울기를 조절하는 방식은 그리 매끄럽진 않지만 불편하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었다.


높낮이 조절에 사용되는 원통형 구조물과 지지대

상판 크기는 가로 490mm, 세로 280mm(손목 받침대 제외시 약 220mm)로 일반적인 101/103/106/109 키보드를 올려놓기에 적당한 크기다. 위쪽에는 큼직한 미끄럼 방지 고무 패드가 붙어 있으며, 고급스런 젤 타입의 손목 받침대가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다. 작지만 세세한 배려가 눈에 띄는 부분이다.
단단한 느낌의 손목 받침대는 어지간한 젤 타입 받침대와 비견해도 과히 떨어지지 않는다. 단, MS 내츄럴 키보드 등 손목 받침대 일체형의 대형 키보드를 쓰려면 이 손목 받침대를 제거해야 한다.

앞서 밝혔듯이 U-Station 320 시리즈에는 원형의 마우스 받침대(지름 약 210mm)가 달려 있다. 여기에는 마우스 케이블 고정용 걸쇠가 붙어 있으며, 동시에 딱 맞는 형태의 원형 마우스 패드가 함께 제공된다. 마우스 받침대를 쓰지 않을 경우에는 키보드 상판 아래로 감출 수도 있다.


실제 사용 예

하지만 마우스 받침대는 한쪽만 키보드 상판에 고정된데다 두께도 얇은지라 수직으로 내리누르는 힘을 잘 받쳐주지 못한다. 오래 쓰기엔 상당히 불안해 뵌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KT&C에서는 마우스 받침대가 일체화된 전문가용 U-Station 350XP(3월 중순 출시 예정) 시리즈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 결론

KT&C는 오랫동안 해외 수출에만 주력하다가 올해부터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과연 해외에서 충분히 검증된 제품답게 U-Station의 사용감은 훌륭한 편이었다. 가격은 최하위 기종인 U-Station 100이 49,000원이고 상위 기종인 U-Station 320이 99,000원이니 관절식 키보드 받침대 치고는 저렴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설치 과정이 불편하고 조립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 상판이 약간 흔들린다는 점은 모든 종류의 키보드 받침대가 공유하는 문제이니 굳이 단점으로 꼽기는 힘들다. 마우스 받침대가 비교적 허술하고, 높낮이 조절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색상이 검은색 하나밖에 없다는 점도 약간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전반적인 가격대 성능비는 상당히 우수한 제품이다. 책상 위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U-Station 100 시리즈를, 인체공학적인 관절식 키보드 받침대를 맛보고 싶다면 U-Station 300 시리즈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키보드와 마우스를 받침대 위에 함께 올려놓고 싶다면 미니 키보드/미니 마우스 조합을 선택하거나, 다음에 나올 U-Station 350XP 시리즈를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이다.

- DJ.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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