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멤브레인, 러버돔(탄소접점) 등 대다수 스위치는 내부의 접점이 연결되는 순간 전류가 통하면서 키 입력을 인식하게 된다. 쓰면 쓸수록 접점은 닳기 마련이고, 따라서 그 수명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제작사에 따라 다르지만 - 금속제 접점을 사용한 기계식 스위치의 반복 사용 횟수는 대체로 2000만 번 이상, 얇은 필름 위에 회로와 전극을 인쇄한 멤브레인 스위치는 1천만 번 정도다.
101키보드를 하루 8시간씩 분당 300타 속도로 친다고 계산하면 각 키를 천만번 두들기기 위해선 19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요즈음 저가형 키보드에 많이 사용되는 멤브레인 스위치는 19년은커녕 2, 3년만 지나도 접촉 불량이 일어나기 일쑤다. 더군다나 작동기로 사용되는 러버 돔이나 스프링의 수명은 이보다 짧다.

이에 비해 정전용량 무접점 스위치(Capacitive Switch)는 말 그대로 접점이 없기 때문에 다른 스위치에 비해 수명이 훨씬 길다. 그렇다면 접점 없이 어떻게 키 입력을 인식할 수 있는가? 그 의문을 풀려면 정전용량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윗 그림에서 보여지듯, 두 개의 평행한 금속 전극 사이에 유전체(절연체)를 넣고 전압(V)을 인가하면 각각의 전극에는 전하가 축적된다. 이 때 전하를 축적할 수 있는 능력을 정전용량(Capacitance : C[단위:F])이라고 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전하를 축적하는 장치가 콘덴서(Condensor)다. 그런데 정전용량(C)은 유전율과 극판 면적에 비례하며 전극 간격(l)에는 반비례한다. 다시 말해 극판 사이의 간격이 줄어들수록 정전용량은 커진다.

정전용량 무접점 스위치는 이러한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기판상에는 2개의 고정 전극을, 그 위에는 가동 전극을 놓는다. 가동 전극이 고정 전극에 가까워지면 정전용량이 증가하는데, 이 변화를 검출하여 스위치를 연결(ON)하는 것이다
이 방식의 스위치를 탑재한 가장 대표적인 키보드는 토프레의 리얼포스(Realforce)다. 러버 돔 내부에는 용수철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작동기(Actuator)가 아닌 가동 전극이다. 키를 누르면 용수철의 길이가 줄어들어 기판 위의 고정 전극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정전용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정전용량이 어떤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 키 입력을 인식한다.

정전용량 무접점 스위치는 경우에 따라서는 기계식 스위치를 능가하는 내구성을 자랑한다. 실제로 토프레는 3천만 번 이상의 반복 사용 횟수를 보증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구조가 복잡한데다 제작비가 기계식보다 더 많이 든다는 단점 때문에 정전용량 무접점 스위치를 채택한 키보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예전 키보드 중에선 IBM의 모델 M 초기형, 요즈음엔 PFU의 HHK Professional과 토프레의 리얼포스 등, 고가의 키보드에서나 이 스위치를 찾아볼 수 있다.

- DJ.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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