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물을 처음 볼 때 직관적인 느낌도 중요하지만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알면 사물의 좀더 자세한 부분을 알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본인 역시 이야기에 동감한다. 컬럼에 왜 이러한 이야기가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그것은 키보드에도 이러한 말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다양한 하드웨어의 매니아들이 존재하는 것에 비추어 보면 키보드 사이트들이 이상하리 만치 늦게 만들어진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모니터, 메인보드, CD-R, 그래픽 카드 , 심지어는 하드웨어 개조까지 정말로 많은 사이트들이 관련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몇 달 전 필자는 각종 검색 엔진을 통해 국내 키보드 관련 사이트를 찾아보려 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필자의 가슴 속엔 키보드 사이트 사이트를 만들자는 사명감이 샘솟기 시작했으며 곧 사이트 작업에 착수 했다. 그러던 와중에  Qwerters Clinic라는 일본 사이트에서 zoooz.com이라는 훌륭한 국내 키보드 사이트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사이트가 있을 것이라고는 필자로서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이 사이트가 현재의 kbdmania.net의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도 가장 즐겨 찾는 사이트이고 말이다.

만약 우리가 zoooz.com 사이트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더라면 이 사이트가 탄생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zoooz.com을 알았을 때는 이미 이 사이트의 오픈 준비가 반쯤 준비된 상태였을 뿐 아니라 사이트의 성격이 다소 차이가 있어 최종 오픈을 결정하게 되었다.

옛날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키보드 매니아들이 기계식 키보드의 전성기라고 하는 시대는 80년 중반에서 90년 초.중반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는 몰라도 이 시기에는 기계식 키보드가 시장의 대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도 가끔씩 사용기란에 올라오는 Model M, 금성 84 키보드, 한독 키보드 등이 대부분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사용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키보드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이를테면 80년 중반,말에 만들어진 금성 PC라던가 TG 88XTII에 번들로 들어간 키보드는 알프스 키 스위치나 체리 키 스위치를 탑재하고 있었다. 우리 사이트를 자주 접속하는 분이라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이러한 사실을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키 스위치가 얼마나 좋은 키감을 제공하는지 직접 이를 눌러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금은 kbdmania.net나 기타 동호회에서 충분한 정보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키보드에 대한 무지의 벽이 너무 높았고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그저 좋은 키보드와 나쁜 키보드라는 단순한 이분법만이 존재했다. 자신이 참으로 좋은 제품을 쓰고 있으면서도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암흑과 같은 시기였다.

필자는 다행히도 중학교 재학 당시에 현재 드림위즈 부사장이신 박순백님이 쓰신 키보드에 관한 글을 접할 기회를 얻었다. Kbdmania.net의 컬럼 코너에 등록된 ‘키보드에 관하여…’가 바로 그 것이다.  이 글은 그 당시를 고려해보면 획기적인 글이었고 키보드에 관심있던 사람들에게는 기념비적인 글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올텍이라던가 체리, 키트로닉이라는 메이커를 어렴풋이 알게 됐으며 언젠가는 이러한 키보드를 사용해볼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결국 이러한 바람은 약 10년이 지난 지금에서 kbdmania.net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필자의 박순백님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은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여하튼 키보드에 관한 정보가 전무 했던 90년대 중 후반에도 필자와 같이 좋은 키보드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OSC나 HWF 등의 컴퓨터 동호회에서는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환상 아닌 환상이 심어지기도 했다. 90년대 중반 구형 마벨 기계식 키보드가 거의 십만원이 넘게 거래된 적도 있을 정도이다. 그런 와중에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된 IBM 모델 M 키보드라던지, 90년 후반부터 아론의 기계식 키보드가 보급되면서 이들 제품을 구한 소비자의 리뷰가 90년대 말부터 PC 통신 혹은 인터넷에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필자는 본격적인 키보드 문화의 태동기를 98년 혹은 99년으로 잡고 싶다. 그 이전에도 좋은 키보드들이 판매되고 보급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의미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에이서의 반 기계식 키보드와 같은 중가 키보드가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테크노아 등에서 유니콤프사의 키보드와 같은 제대로 된 제품의 공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년 비로서 kbdmania.net이나 zoooz.com과 같은 본격적인 키보드 정보 사이트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보 사이트들은 키보드에 관한 본격적인 정보의 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키보드는 소모품이라고 혹자는 만원 이상을 투자할 필요가 없는 것이 키보드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이 사람들이 키보드를 제대로 써보고 말한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필자는 키보드를 쓰면 쓸수록 단순해 보이는 키보드에 꽤 복잡한 구조가 숨어 있음을 또한 각 키보드가 저마다의 고유의 손 맛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혹 키보드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의 모든 키보드가 만원짜리 수준의 품질만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을 아닐런지?

필자가 감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일반 사람들의 키보드 관심은 예상외로 크다는 것이다. 비록 만원 이하의 키보드들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좀더 좋은 키보드를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상당 수의 사람에게 존재함을 kbdmania.net이나 기타 키보드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 키보드는 단지 번외의 주변기기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키보드 시장은 공급자 위주로 보급되었기에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품이 선보이지 않은 것이다. Kbdmania.net이나 기타 키보드 사이트에서 정보가 원할히 교류된다면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손쉽게 명품 키보드를 구입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는만큼 보인다’ 분명 키보드에도 100% 해당되는 말이다. 비록 키보드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나 정보가 일반인들에게 까지 퍼져있지는 않지만 이의 확산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키보드 매니아분들 및 kbdmania.net이나 zoooz.com과 같은 키보드 정보 사이트들이 제 역할만 해준다면 짧은 시간 안에 한국의 키보드 문화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면 kbdmania.net 운영에도 적지않은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매일매일 kbdmania.net의 멤버들은 좀더 다양한 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다. 부탁 아닌 부탁이지만 우리 사이트 사용자 분들도 좀더 적극적으로 반응해 준다면 보다 활기찬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03년, 사람들마다 그 의미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키보드 분야에 있어서는 본격적인 정보의 문이 열린 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하는 키보드를 마음껏 고르고 이를 즐길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어쩌면 지금이 그 가능성이 확인하는 첫 단계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profile

키보드 매니아가 세계 최고 동호회가 되는 날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