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2월 25일 일본 ZDNET에 올라온 니시자카 마코토 씨의 컬럼입니다. 나름대로 재미있게 쓴 컬럼이기에 번역해 올립니다만, 번역자의 능력 부족으로 완벽하게 번역되지는 못했습니다. 원문은 http://www.zdnet.co.jp/news/0202/25/keyb.html 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집에서 애용하던 키보드가 어제 날짜로 고장나 버렸다.

아마도 작년 말 텐키 부분에 커피를 엎질렀을 때 분해하는게 귀찮아서 속까지 제대로 닦지 않았던게 고장 원인이 아닌가 싶다. 게으름을 피운 결과, 메인 키의 qwerty... 1열 전체가 전혀 입력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

'키보드 따위야 고장나면 새로 사면 될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이 있으리라. 요즘이야 키보드는 PC 주변기기 중에서도 싸구려 부품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실제로 저가형 키보드는 1000엔 이하로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키보드는 오늘날에 와선 입수하기 힘든 진품이다. 그 이름하야 통칭 'A01' - 현재 주류를 이루는 106키 배열 일본어 키보드의 원형이 된 명기, IBM 5576-A01이다.


10년 이상 애용한 IBM 5576-A01

필자가 A01과 만난 것은 10년 이상 전의 일이다. '철가면'이란 별명의 모니터 일체형 PC 'PS/55Z 모델 5530U'에 번들된 키보드가 이 A01이었다. 이것이 명기로 자리잡은 결정적인 이유는 버클링-스프링(Buckling Spring Mechanism) 방식의 작동기에 있었다.

버클링 스프링 방식은 키 안에 20밀리 정도의 스프링이 내장되어 있다. 키를 누르면 스프링이 덜컥 하면서 기역자 모양으로 휘어지는 포인트가 생기는데, 그때 스프링 끝에 붙은 부품이 멤브레인 스위치를 눌러서 키 입력이 발생하는 구조다.


키 안에 스프링이 들어가 있다

스프링이 기역자로 휘어질 때 '카슛카슛'하는 글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소리와 구형 타이프라이터를 두들기는 듯한 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스위치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타이프라이터 메이커인 브라더 공업의 노우하우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주류를 이루는 맥없는 키보드(역주:멤브레인-러버 돔 키보드를 의미함)에 익숙해진 사람에겐 이 키보드의 키감이 좀 무거울지도 모르지만, 필자처럼 있는 힘껏 키보드를 두들겨대는 사람에겐 이쪽이 훨씬 낫다.

그런데 A01을 별도로 구입한 경우의 당시 가격은 무려 2만 2천엔. A01과 함께 명기라 불리우는 IBM 5576-001의 경우에는 3만 8천엔에 이르렀다. PC가 일반 유저에게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원가 삭감의 첫 제물이 된 것은 다름아닌 키보드였다.

슬프게도 IBM은 PC의 원가 삭감의 파도에 휩쓸려 들었고,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 제조 공정을 다른 회사로 이관해 버렸다. 그 때문에 오늘날 이 방식의 일본어 키보드를 입수하기란 아주 곤란한 상태다. 인터넷 옥션 등에 가끔씩 등장하는 A01 신품은 한결같이 고가로 매매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버클링 스프링 방식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IBM에서 제조 공정을 이관받은 UNICOMP에서는 영어배열의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역주 : 처음에는 IBM의 자회사였던 Lexmark가 버클링 스프링 제조 공정을 이관받았다. 이후 Lexmark에서 키보드 생산업체 UNICOMP가 분리되어 나온 것이다). 필자는 결국 버클링 스프링 방식을 채용한 UNICOMP제 85키 스페이스 세이버를 아키하바라의 모 가게에서 구입했다. IBM의 로고가 들어있을 곳에는 흔적만이 살짜기 남아있을 뿐이었다.


버클링 스프링 방식의 UNICOMP Space Saver

이 가게에서는 역시 명기라 불리지만 입수하기 힘든 84키 타입의 스페이스 세이버의 재고도 있었다. 가격은 키보드치곤 상당히 비싼 1만 7800엔이지만, 점원에 따르면 '84키는 언제 또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2~3개를 한꺼번에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국내의 UNICOMP 정식 대리점인 이 가게에는, 버클링 스프링 방식 키보드를 찾아 먼 지방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메일 등 우리들의 생활에 PC는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 PC와 사용자의 접점(인터페이스)에서 PC의 정보를 보여주는 모니터나 GUI의 조작을 행하는 마우스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키보드'다.

키보드는 PC에 사용자의 의사를 전달하는 중요한 입력 장치다. 그러나 PC 전문점 중에선 모니터나 마우스 코너에는 많은 힘을 쏟으면서도 키보드 전시에는 무관심한 경우도 적지 않다.

예전보다 많이 저렴해진 오늘날의 PC에는 원가가 적게 드는 러버 돔 작동기와 멤브레인 스위치를 채택한 키보드가 번들되기 마련이다. PC 메이커에서 인간과 PC 사이의 중요한 접점인 키보드를 중시한 제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해 줬으면 한다.

헌데 최근 들어, 멤브레인 방식이라곤 해도 바이오 노트 XR처럼 쿠션 부분(역주 : 작동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됨)에 금속제 철판 기구를 채용한 키보드 중시형의 PC도 등장하고 있다. 한때 다수의 명기를 내놓은 IBM의 경우, 키보드 중앙에 트랙포인트 II 를 배치한 '스페이스 세이버 키보드 II' 등이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듯 하다. 게다가 PC 주변기기 메이커 중에선 기계식 키보드를 꾸준히 내놓는 곳도 있다.


요즘은 원가가 저렴한 멤브레인-러버 돔 방식의 키보드가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기껏 집에서 쓰려고 스페이스 세이버를 구입했건만 이전부터 가족들은 버클링 스프링의 타이핑 소리에 불평을 토로했기에, 결국은 회사에서 쓰기로 결정했다. 똑같은 스페이스 세이버 키보드를 사용하는 옆자리의 K기자와 함께 타이핑을 시작하면 ZDNET 편집부는 타이프라이터 전성기의 사무실처럼 엄청난 소음에 시달리게 된다. 주변 여러분,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 니시자카 마코토 ZDNET/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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