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터그래프 작동기는 모서리 타이핑에 유리한 동시에 키캡 높이를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키보드를 소형화시켜야 하는 노트북에는 가장 이상적인 작동기라 하겠다. 헌데 노트북 판매량이 늘어나고 노트북의 키감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데스크탑 키보드 중에서도 팬터그래프 작동기를 탑재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만 팬터그래프 방식의 키보드는 복잡한 구조 때문에 일반적인 멤브레인/러버 돔 키보드에 비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헌데 이번에 그 상식을 깨버리는 키보드가 등장했으니 LG 상사에서 내놓은 X-Touch K101이 바로 그것이다. 팬터그래프 작동기와 단아한 검은색 외관이 어우러진 이 제품의 가격은 채 2만원에 미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마니아는 물론이요 일반인마저 구미가 당길만한 제품이다. 그렇다면 X-Touch의 진정한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낱낱이 파헤쳐보도록 하겠다.

제품 사양
제작사 LG상사/benq
제품명 X-Touch LGK-K101
제품가격 시중가 2만원 이하 인터페이스 PS/2
크기 454x12x180 mm 무게 약 1200그램
키 개수 한글 106 + 5개 특수 키 키 스위치 멤브레인
키 작동기 팬터그래프 키캡 모양

원통형(cylindrical)

자판 인쇄 댐퍼 인쇄 측면배열 역(逆)U자형

- 패키지 및 첫인상

눈처럼 하얀 박스 전면에는 검은색으로 빛나는 제품 사진과 함께 X-Touch Keyboard K101이란 제품명이 새겨져 있다. 더불어 ‘국제특허 X Touch’의 푸른색 로고가 한쪽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박스 뒷면에선 ‘X-Touch technology : 특허 받은 X-Touch 기술은 한 세대 진보된 기술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키감과 키 모양을 제공하고 당신을 괴롭히던 소음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중 높이 조절 받침대 등, 제품 특징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적혀 있다. 여기서 목이 터지게 외쳐대는 X-Touch technology에 대해선 뒤에 가서 고찰하도록 하겠다.

박스 안쪽에는 단단한 골판지 박스가 들어 있고, 이 안에 에어캡에 싸인 X-Touch K101 키보드가 들어 있다. 이렇듯 이중으로 단단히 포장되어 있으니 외부 충격에 의한 파손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별도의 드라이버 소프트웨어나 번들 키스킨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 외관


LG X-Touch K101의 외관

X-Touch K101의 전체적인 외관은 미국 benq의 S200 멀티미디어 키보드, 혹은 대만 benq 본사의 AM805(무선 키보드/마우스 세트)와 흡사하다. benq 혹은 darfon에서 OEM으로 생산, 공급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여기 대해서 LG 상사에선 명확하게 답변해주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미국 benq는 ‘X-Touch Technology’ 대신 ‘S-Key Technology’라고 표현한다. 팬터그래프 작동기의 생김새가 가위(Scissors)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Scissors Key의 약자인 S-Key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대만 benq의 무선 키보드 AM805. 상단에 멀티미디어 키가 추가되어 있다

X-Touch K101의 너비, 길이, 두께는 454x180x12 mm고 무게는 약 1.2kg이다. 크기는 일반적인 키보드와 비슷하지만 두께는 눈에 띄게 얇다. 게다가 키보드 본체가 역(逆)U자형으로 시원하게 휘어진 덕분에 실제보다 작아 보이기마저 하다. 키보드 프레임과 키캡은 흑단과도 같은 검은색으로 통일되었다.

좌측 상단에는 LG 상사의 로고가, 우측 상단에는 Num Lock/Caps Lock/Scroll Lock LED가 자리잡았다. 번쩍이는 고휘도 LED 대신 평범한 녹색 LED를 사용하고 있는데, LED 구멍이 너무 작아서 불이 켜졌는지 꺼졌는지 의식하기 어렵다. 이는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 위쪽에는 인터넷/메일/대기모드(Suspend)/깨우기(Wake)/전원 키 등의 특수 키가 자리잡고 있다. 키보드에 전원 키가 붙어 있으면 경우에 따라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제어판의 ‘전원 옵션 등록 정보’에서 ‘고급’ 탭을 선택, ‘내 컴퓨터의 전원 단추를 누를 때’ 옵션을 ‘전원 끄기’에서 ‘대기 모드’ 등으로 변경하면 위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키보드 하부 프레임. 양단의 이중 조절 받침대에 주목!

상부, 하부 프레임은 나사로 단단히 결합되어 있다. 하부 프레임의 양단에는 나비 날개처럼 생긴 큼직한 이중 높이 조절 받침대가 붙어 있다. 날개 모양의 받침대를 움직이면 총 3단계로 키보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멋진 아이디어였다. 다만 측면배열이 역U자형인데다 받침대 높이도 얕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경사면을 얻기가 힘들다.


아래 날개, 위 날개, 아래위 날개의 조합으로 3단계에 걸쳐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전반적인 디자인 및 마무리는 중저가형 키보드답지 않게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다. 적어도 겉모습만 놓고 보면 돈 아깝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으리라.

- 키캡 및 레이아웃

X-Touch K101은 이름과는 달리 한글 106키 레이아웃을 채택하고 있다. K106 대신 K101을 제품명으로 선택한 이유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앞서 언급한 5개의 특수 키를 포함하면 키의 총 개수는 111개가 된다.


역U자형으로 구부러진 모양새

측면 배열은 역U자형이라는 보기 드문 구조다(스텝 스컬쳐 1이 거꾸로 뒤집혀진 모양새다). 원통형(Cylindrical), 자판 인쇄 방식은 패드 인쇄(속칭 탬포(Tampo) 인쇄)로 추정된다. 인쇄 품질은 매우 훌륭한데다, 시원시원한 고딕체 한글 폰트를 사용했다는 점도 높이 사줄 만하다. 하지만 키캡의 미끄럼 방지 요철(凹凸)은 섬세한 맛이 떨어진다. 키 간격은 일반 키보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페이스 바가 너무 짧다!

키 배열에 있어서 최대 문제점은 스페이스 바가 짧다는 데 있다. 얼핏 봐도 Macally IceKey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측정해 본 결과 IceKey 의 스페이스 바는 11.3cm였고 X-Touch K101은 6.4cm였다. 이는 Window/Contextual/Alt/Control 키가 너무 길쭉하기 때문이다.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Windows/Contextual 키를 줄이고 넉넉한 길이의 스페이스 바를 확보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 키감 및 사용감

X-Touch K101은 멤브레인 스위치/팬터그래프 작동기(Actuator)를 탑재한 키보드다. X-Touch Technology, 혹은 S-Key Technology가 적용되었다는 팬터그래프 작동기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자 미국 특허청을 샅샅이 뒤졌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기껏해야 benq의 트랜지스터 관련 특허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만의 benq/darfon 사이트에선 X-Touch 기술에 대해서 상세히 언급하고 있었지만, 국제 특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04년 5월 1일 추가 : 이누야샤님의 제보에 따라, 미 특허청에 darfon의 이름으로 Key device with a scissors-like structure의 특허가 등록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대만에선 2001년도에, 미국에선 2002년도에 특허권을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여기 제시된 자료만으로는 다른 팬터그래프 작동기와 차별화되는 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일본의 '건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ThinkPad 600의 팬터그래프 작동기 사진
참고사항 : ThinkPad 600은 1998년경에 발매되었음

기술 자료에 의하면 X-Touch Technology 작동기의 키 깊이는 3.5~3.8mm로 일반 키보드와 거의 비슷하다. 또한 키 입력에 필요한 압력은 대략 70g이며, 압력 특성 그래프는 다음과 같다. 촉각 감지 지점(위 그래프에선 P포인트로 보인다)까지 누르는데 약 70g의 압력이 필요하지만 입력 지점(Actuating Point : 위 그래프에선 C 포인트로 보인다)에선 30g까지 떨어져 내린다. 10~20g 정도의 압력 변화를 보여주는 일반 키보드에 비해, 확실한 구분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X-Touch K101를 눌러본 결과, 그 키감은 러버 돔과 팬터그래프 작동기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었다(위의 압력 특성 그래프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Macally Icekey처럼 팬터그래프 작동기 특유의 절도 있게 끊어지는 맛은 약하지만, 키의 상하 움직임은 러버 돔 못지 않게 매끄럽고 부드럽다. 적절한 키 깊이를 확보한 덕분에 타격감도 훌륭하다. 좋게 말하면 균형 잡힌 키감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흐리멍텅한 키감이니,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갈릴 것으로 여겨진다. 어쨌건 X-Touch Technology의 정체는 '키 깊이를 확보한 팬터그래프 작동기'였을 뿐이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역U자형의 측면배열과 예상외로 무거운 키 압력이었다.
손을 움직여 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손바닥을 아래로 했을 때 손가락은 U자형 곡선을 그리면서 움직인다. 따라서 키보드의 이상적인 - 그리고 인체공학적인 - 측면 배열 방식은 자연스런 U자형 곡선의 스텝 스컬쳐 1이다. 하지만 역U자형 측면 배열은 손가락의 움직임과는 완벽한 반대 곡선을 그리니 어색하기 그지없다. 또한 키 압력이 무거워서 손이 쉽게 피로해지기도 한다.

- 결론

X-Touch K101는 차분하고 깔끔한 검은색 외관에 팬터그래프 작동기와 저렴한 가격을 함께 갖췄으니, 삼위일체라 하기에 하등의 부족함이 없으리라. 특히 2만원을 밑도는 가격이 K101 최대의 매력 포인트다. 그러나 애매한 키감과 역U자형 측면배열이 단점으로 남는다.

팬터그래프 작동기의 키감과 멋진 디자인을 저렴한 가격에 즐기고 싶다면 X-Touch K101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단, IBM ThinkPad 시리즈에 맞먹는 키감을 원한다면 다른 제품을 알아보는 편이 좋다.

- DJ.HAN -

profile
전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for peace and freedom of world!
영광된 내일을 위하여!   for glorious tomorrow!
해피 키보딩딩!!!  Happy Keyboardingding!!!

 - DJ.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