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디지타이저(Digitizer) 시장은 캘콤(Calcomp) 섬마스케치(SummaSketch)와 와컴(Wacom) 타블렛(Tablet)이 양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와컴 타블렛이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장악하면서, 캘콤의 섬마스케치는 겨우 명맥만 잇는 처지로 전락해 버렸다.
와컴 타블렛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별도의 배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선 펜’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타블렛 사용자에겐 복음이나 다름없는, 실로 대단한 기술적인 성과였다. 캘콤을 비롯한 경쟁업체는 끝내 이와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실패하고, 와컴에게 시장의 대부분을 내주고 말았다.
현재 와컴의 제품 라인은 액정 디스플레이 겸 타블렛인 신티크(Cintiq), 전문가용 타블렛 인튜어스(Intuos) 시리즈, 일반인용 타블렛 그라파이어(Graphire)로 나뉘어져 있다. 지난 몇 년간, 제품 라인에서 눈에 띄는 변화나 개선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헌데 최근에 출시된 와컴 인튜어스 3는 터치 스트립(Touch Strip)과 익스프레스 키(Express Key)라는 신기능으로 무장한데다, 이전 모델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사용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그 성능은 과연 어떨는지, 리뷰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제품 사양
제작사와컴디지탈
제품명Wacom Intuos 3 PTZ-630 (6x8인치)
제품가격309,000인터페이스USB
크기203.2×152.4mm무게1kg
필압 레벨1024 단계경사 감지+- 60도까지 검출
해상도5080lpi(0.005mm)데이터 전송

초당 200포인트

- 패키지

리뷰용으로 제공된 제품은 인튜어스 3 PTZ-630 (6x8인치) 모델이었다. 포장 박스의 앞면에는 짙은 흑연색(Graphite)을 배경으로 제품 사진이 고급스럽게 인쇄되었고, 뒷면에는 간단한 제품 설명이 영어로 적혀 있었다. 내부 포장재는 단단한 골판지로 만들어졌다.
박스 안에는 타블렛 본체와 무선 펜, 펜꽂이, 예비 펜촉, 매뉴얼 및 드라이버 CD와 번들 CD가 들어 있다. 예비 펜촉은 일반 플라스틱 심 5개, 용수철이 삽입된 스트로크 심 5개, 거친 질감의 펠트 심 5개로 구성되어 있다. 번들 소프트웨어로는 Mac/Windows용의 Color Efex Pro 2.0과 Corel Painter Essentials 2가 제공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트로크 심이다. 중간에 용수철이 삽입된 스트로크 심을 사용하면 그림을 그릴 때 손에 짝 달라붙는 맛이 느껴진다. 예전엔 8만원짜리 전용 펜을 써야 했던 것이, 이젠 기본 패키지에 포함된 것이다. 여기에 펠트 심까지 얹어주니 사용자 입장에선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 외관

와컴 인튜어스 3 타블렛 본체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현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모양새를 자랑한다. 리뷰 제품은 ‘크리스탈 그레이 Crystal Grey’ 모델이었는데, 투명하고 매끈한 질감을 살린 흑연색 프레임은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양쪽 상단엔 터치 스트립과 익스프레스 키를 배치했으니,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능적인 디자인이라 하겠다. 일본 와컴 본사에선 이외에 크리스탈 실버(Crystal Silver) 모델도 출시했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크리스탈 그레이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터치 스트립과 5개의 익스프레스 키


타블렛 입력영역 상단에는 동작 상태를 표시하는 LED가 붙어 있다. 전원이 켜지면 푸른색으로 빛나고, 입력 시엔 녹색으로 바뀐다. 흑연색 상부 프레임과 회색의 하부 프레임은 나사로 단단히 결합되었으며, PC 본체와 연결하는 USB 케이블의 길이는 넉넉하다.

펜 역시 이전 모델과는 조금 달라졌다. 손으로 쥐는 부분은 좀 더 굵어졌으며, 그 위에 부드러운 고무를 덧대 필기감을 향상시켰다. 또한 사이드 스위치의 반응속도를 개선시켰다고 한다. 다만 필자처럼 손가락이 가늘어서 보통 굵기의 펜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굵은 펜이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펜꽂이는 펜을 세워서 꽂는 것은 물론, 눕혀 놓을 수도 있도록 개선되었다.


눕혀도 놓고, 세워도 놓고!

- 성능

와컴 타블렛의 핵심인 압력 감지 기능은 이미 오래 전에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성능이 향상되고 있지만, 큰 변화를 찾아보긴 어렵다.
인튜어스 3 역시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성능은 인튜어스 2와 거의 유사하다. 1024 레벨의 압력 감지 기능, 플러스 마이너스 60도의 경사 감지 기능, 초당 200포인트의 데이터 전송 속도, 최소 입력 감지 중량 30그램(드라이버에서 10그램 이하로 설정 가능) 등이 그렇다. 딱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입력영역의 해상도가 인튜어스 2의 2540lpi의 2배인 5080lpi로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 소프트웨어

예전부터 와컴 타블렛의 Mac/Windows용 드라이버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인튜어스 3용 드라이버 소프트웨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타블렛을 연결하고 드라이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제어판] 폴더 안에 [와컴 타블렛 등록정보] 조절판이 생긴다. 여기서 각종 설정을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


펜 환경설정 화면

펜의 기울기 감도, 필압 레벨, 필압 감도와 클릭 압력 등을 세세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사이드 스위치에 각종 기능을 할당하는 것도 가능하다. 펜 뒤쪽의 지우개 버튼 역시 마찬가지로 필압 감도, 클릭 압력, 필압 레벨을 조절할 수 있다. 모니터와 입력영역은 기본적으로 1:1로 대응하지만, 일부 영역만 대응하도록 맞출 수도 있다.


익스프레스 키 설정 화면

익스프레스 키와 터치 스트립의 조절 기능도 충실히 갖춰져 있다(와컴 타블렛 조절판에서는 익스프레스 키라는 명칭 대신 '타블렛 키'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포토샵, 페인터,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드로잉 소프트웨어에선 Shift, Control, Alt(맥에서는 Option) 키와 커서 클릭의 조합으로 색상 검출, 화면 스크롤 등의 동작을 실행할 수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뒀는지, 익스프레스 키에는 기본적으로 Shift, Control, Alt, Space 키가 할당되어 있다. 물론 이외에 다른 키를 할당하거나, 마우스 클릭 동작을 할당할 수도 있다.


터치 스트립 환경설정 화면


터치 스트립은 자동 스크롤 및 확대/축소 기능을 갖추고 있다. 포토샵이나 페인터 등에서는 확대/축소 기능으로 작동하고 탐색기나 IE 등에서는 스크롤 기능으로 작동한다. 물론 이 기능 역시 변경할 수 있다.
그런데 오른손잡이는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오른쪽 터치 스트립이나 익스프레스 키를 무심코 눌러버릴 위험이 있다. 왼손잡이는 정반대의 위험에 노출된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손가락이 아닌 펜으로만 터치 스트립을 조절하는 옵션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어느 한쪽, 혹은 양쪽의 터치 스트립/익스프레스 키를 완전히 비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 사용감

추가된 기능과 향상된 성능의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 아도브 포토샵, 페인터 익스프레스, 알리아스 스케치북(SketchBook)등에서 인튜어스 3를 사용해 보았다.
입력 영역의 오버레이 쉬트와 펜촉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필기감은 구 버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펜촉을 스트로크 심이나 펠트 심으로 교환하면 전혀 다른 필기감을 느낄 수 있다. 굵은 펜도 의외로 손에 착 달라붙어서 쓰기 편했다.


왼쪽부터 펠트 심, 스트로크 심, 일반 심

성능 향상이 거의 없으니만큼, 실제 작업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정밀한 포인팅을 추구하는 CAD 작업이라면 해상도 증가의 혜택을 받겠지만, 일반적인 그래픽 작업에선 별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터치 스트립과 익스프레스 키 덕분에 키보드로 손을 옮길 일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것만은 분명히 놓칠 수 없는 장점이다. 익숙해지면 인튜어스 1이나 2로 되돌아가기가 싫어질 정도다. 아직까진 터치 스트립의 확대/축소 기능을 정상적으로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숫자가 부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리라 믿는다.

- 결론

와컴 인튜어스 3는 단순히 디자인을 일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터치 스트립과 익스프레스 키라는 신기능을 탑재했다. 펠트 심과 스트로크 심을 기본 사양에 포함시키는 등, 소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개인적으로 9x12인치 인튜어스 1 타블렛을 사용하는데, 인튜어스 2가 발표될 당시만 하더라도 그다지 마음이 동하질 않았다. 하지만 인튜어스 3 앞에선 한없이 마음이 약해지고만 있다. 싹 바뀐 디자인도 매력적이거니와 터치 스트립과 익스프레스 키의 효용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4X5인치, 6X8인치, 9X12인치 제품이 판매 중이며, 전용 마우스를 비롯한 각종 액세서리도 이미 출시되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진 보정, 일러스트레이션 드로잉 등 그래픽 작업을 위주로 하는 사람들에게 와컴 인튜어스 3는 최선의 입력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이 틀림없다. 다만 인튜어스 1/2를 사용하면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면, 굳이 업그레이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DJ.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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