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우, 키보드 종류를 구분하는 기준은 스위치 방식이다. 멤브레인 키보드, 러버 돔(탄소 접점)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 등은 모두 스위치 방식으로 구분한 것이다. 작동기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런데 IBM의 모델 M 시리즈는 기계식이냐, 멤브레인이냐를 놓고 오늘날까지도 구구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것은 이 키보드에 탑재된 독특한 용수철 작동기, 버클링 스프링(Buckling Spring)에서 비롯된다.

버클링 스프링(Buckling Spring)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좌굴(挫屈) 용수철이 된다. 좌굴이란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기둥의 양단에 압축하중이 가해질 경우 하중이 어느 한계에 달하면 기둥이 갑자기 휘어지는 현상'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볼펜 속에 들어있는 가느다란 용수철을 꺼내서 양끝에서 지긋이 누르면 어느 순간인가 용수철 중간 부분이 꺾여지듯이 휘어지는데, 이게 바로 좌굴이다. 그리고 버클링 스프링 작동기는 이름 그대로 좌굴 현상을 활용하는 작동기다.

가장 대표적인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인 모델 M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맨 아랫쪽에는 하부회로막/절연막/상부회로막으로 구성된 멤브레인 스위치가 놓여져 있다. 그 위에 플라스틱 하우징이 있으며, 이 안에 가느다란 용수철이 들어간다. 하우징 안쪽, 용수철 아랫단에는 플라스틱제 공이치기가 물려진다. 마지막으로 용수철 윗쪽에 키캡을 씌운다.

러버 돔 작동기를 탑재한 저가형 멤브레인 키보드의 문제점은, 사용자가 키 입력 여부를 판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계식 키보드와는 달리 철컥대는 입력음도 없고 압력 변화 폭도 적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힘을 줘서 누르지 않으면 상부 회로막과 하부 회로막이 제대로 접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멤브레인 키보드를 사용할 때 오타가 많은 것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러나 IBM의 모델 M은 그렇지 않다.
일단 키를 누르면 스프링이 압축된다. 힘이 어떤 한계에 달하는 순간 스프링이 휘어지고, 공이치기가 움직여서 멤브레인 스위치를 강하게 압박한다. 키를 놓으면 스프링이 원상복귀되며 공이치기도 멤브레인 스위치에서 떨어져 나온다. 다음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스프링이 압축되고 휘어지는 순간 적절한 압력 변화가 생겨난다. 스프링이 휘어져 하우징 내부에 부딪히고 공이치기가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독특한 입력음이 발생한다. 공이치기로 확실하게 눌러주기 때문에 상부 회로막과 하부 회로막은 확실하게 접촉하기 마련이다. 그 결과, 오타가 확실하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요 키감도 웬만한 기계식 키보드를 능가할 정도다. 유일한 문제는 기계식 키보드 못지 않게 제작비가 비싸다는 점이다.

1984년 첫선을 보인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는 IBM 키보드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으며, 독특한 키감과 입력음으로 많은 팬을 확보했다. 미국에서는 이 종류의 키보드를 뭉뚱그려 'Clicky IBM Keyboard'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90년대 초 해체 위기에 몰린 IBM은 키보드와 프린터 부문을 분리시켜 렉스마크(Lexmark)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90년대 중반, 역시 경영난에 빠진 렉스마크는 키보드 부문을 유니콤프(Unicomp)에 매각하고 말았다. 다행히도 유니콤프는 오늘날까지도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의 생산, 판매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IBM에서는 한때 정전용량 스위치를 사용한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를 만들기도 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며, 거의 대부분은 멤브레인 스위치를 사용한다. 스위치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따지자면 분명 '멤브레인 키보드'이지만, IBM의 공식 명칭대로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 DJ.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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