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0-LUNUS는 리니어 키 스위치를 탑재한 USB 기계식 키보드. 체리사는 USB 방식으로는 리니어 스위치를 탑재한 모델만을 내놓고 있다. 이 제품의 특색은 결국 리니어 스위치의 특징과 일치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키감이 무겁고 반발력 역시 강하다는 것. 보통 사람들이 쉽게 친해질 수 없는 키감으로 느껴진다. 필자로서는 그다지 좋아하는 키감은 아니나 팽팽한 키보드의 키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고속의 타이핑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키보드이다.

최근 kbdmania.net이나 zoooz.com과 같은 키보드 전문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체리 키보드에 대한 붐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추측하기에 체리 키보드를 개인적으로 구해서 쓰는 사람은 100명이 채 안 되는 것 같다. 물론 전산실이나 은행처럼 의식하지 못하고 체리 키보드를 쓰는 사람들을 예외로 하고 말이다.

그럼 여기서 하나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체리는 한국 사람 혹은 동양인에 알맞은 키보드일까? 이 질문에 상당히 많은 대답이 나올 수 있겠다. 필자는 다섯 종류의 체리 스위치(백색 넌클릭, 흑색 리니어, 청색 클릭, 갈색 ergonomic, ML 스위치; 미니 키보드용 키 스위치) 탑재 키보드를 써보았다. 각 키보드를 사용해보니 클릭 스위치를 탑재한 키보드 이외는 다른 기계식 비해 다소 키감이 다소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 다소 주관적인 생각이 가미 되었겠지만 kbdmania.net을 운영하는 아이오매니아서는 동시에 십여대 이상의 각종 키보드를 테스트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객관성은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키감이 가볍고 경쾌한 키보드로 첫번째 떠오르는 것은 최근 테스트한 토프레사의 리얼포스 101 키보드이다 이 키보드는 제작을 일본에서 했는지 몰라도 동양인의 손가락 힘에 맞는 45g정도의 힘으로 키보드를 누를 수 있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이 키보드를 누르면 키 입력이 얼마나 부드럽고 경쾌하게 되는지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림 1. 토프레의 리얼포스101 키보드


다시 주제를 체리 키보드로 돌려보자. 체리 키보드 중 키감이 가장 무거운 기종이 바로 지금 리뷰에서 다룰 G80-LUNUS이다. G80-LUNUS의 키감이 무거운 이유는 체리 기계식 키 스위치 중에서 리니어 방식의 것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뒷 부분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자 그럼 G80-LUNUS로의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무지박스에서 리테일 박스로의 전환

무지 박스가 뭔지 아는지? 무지 박스는 누런 갈색 종이로 만들어진 종이 상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로지텍의 키보드들은 거의 다 컬러로 된 화려한 종이 박스에 담겨진데 반해 체리나 토프레, IBM과 같은 키보드들은 대부분 무지 박스에 담겨 있었다.

제품이 중요하지 제품 박스야 뭐 중요하겠는가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제품 패키징은 제품의 첫 느낌을 크게 좌우하곤 한다.

기존 체리 키보드들이 대부분 무지 박스에 담겨있는데 반해 G80-LUNUS는 산뜻한 녹색 패키지에 담겨 있다. 아마도 체리사가 이 제품부터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 본격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박스와 같 부분도 꼼꼼히 살피는 필자에게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체리 키보드는 비싼 가격과 좋은 품질에 맞는 패키지 디자인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로지텍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키보드를 생각한다면 좀더 발전해야할 부분이라고 하겠다.


그림 2. G80-3000 LUNUS의 패키지


G80-3000 LUNUS의 외관

이제 G80-3000 LUNUS의 디자인을 살펴보기로 하자. 체리 키보드는 USB 모델에 와서 디자인이 바뀌었다. 키캡이 단일 색상으로 통일된 점과 우측 상단의 LED 표시 부분의 라벨이 사라진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의 톤으로 된 디자인은 잘 구현되기만 한다면 애플 확장 키보드 I과 같이 매우 세련된 느낌을 준다. 다만 이 부분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다소 밋밋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체리 G80-3000 LUNUS의 경우 디자인 상으로 나쁜 편은 아니나 애플 키보드처럼 완전한 일체감 있는 모습은 자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전 키보드의 두가지 색 키캡과 우측 상단 LED 인디케이터 쪽의 라벨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G80-LUNUS의 디자인이 다소 불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G80-LUNUS는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필자와 같이 G80-3000 LUNUS의 키보드 우측 상단의 둥그스럼한 LED라던 흰색 컬러의 차분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상당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림 3. G80-3000 LUNUS의 정면 모습



그림 4. G80-3000 LUNS의 LED Indicator


눈에 보이지 않지만 키캡 표면에서도 조금의 차이가 있다. 이전 PS/2 방식의 키보드들이 키캡을 아주 미세한 요철로 처리한데 비해 USB 방식인 G80-3000 LUNUS는 키캡의 요철 없이 민자 키캡을 사용하고 있다. 이 부분은 눈에 확연이 들어나는 부분은 아니지만 키감을 좌우하는 부분으로 이와 같은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은 다소 서운하다.

키보드의 뒷면은 이전 키보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G80-3000 LUNUS의 역시 이전 체리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키보드 받침대 밑에 얇은 고무판을 대어 미끄럼을 방지하고 있다. 이왕이면 키트로닉 키보드와 같이 밑 부분을 아예 통고무로 처리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림 5. G80-3000 LUNUS의 뒷면


G80-LUNKO란 라벨에 표시되어 있는 모델명은 상용화가 안된 일종의 프로토타입 (시험 기종)이다. 체리에서 첫 한글 모델을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한글 레이저 인쇄 상태는 우수한 편이다.


그림 6. G80-3000 LUNUS의 한글 키보드


길들이기 힘든 야생마와 같은 키감


그림 7. 리니어 기계식 키 스위치의 압력 변동 그래프


위 그래프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타 그래프 보다 압력의 변화 폭이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체리 키보드의 장점은 키 스위치의 압력 변화에서 느낄 수 있는 입체감이다. 약간 과장에서 말한다면 체리 클릭 스위치를 탑재한 키보드는 손끝에서 키스위치의 압력 차이가 온몸으로 느껴지는데 어떨 때는 온몸에서 전율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건 정말 체리 키보드를 쳐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니어 키 스위치 탑재한 G80-LUNUS는 기계식 키보드의 특징인 키 압력 변화를 거의 느낄 수 없는 키보드이다.

키 입력에도 많은 힘이 들어가고 그에 못지 않게 강한 키 반반력을 G80-LUNUS는 거친 야생마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분명 말할 수 있는 부분은 필자로서도 이 키보드를 누구에게나 쉽게 권해줄 수는 없다는 것. 이것은 리니어 스위치 자체의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종래 기계식 키보드와는 매우 상이한 키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필자로써도 하루 이틀을 사용해 보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한두달 정도는 꾸준히 사용해야 이 키보드가 어떤 키감인지 정확히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본인과 DJ.HAN 군은 리니어 키 스위치에 의문을 가지고 인터넷의 각종 키보드 사이트를 돌아보았는데 놀랍게도 리니어 키 스위치에 대한 매니아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일반 키 스위치를 리니어로 바꾸는 사용자까지 있을 정도인데 몇몇 사용자들이 이렇게 리니어 스위치에 집착을 하는 것을 보면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무언가가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리니어 키 스위치가 고속 타이핑에도 적당하다는 것도 언급해 둔다.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 소리가 나는 지점인 tactile feel과 입력 지점인 acculating point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의석으로 아주 짧은 시간의 지연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에 비해 리니어 키 스위치는 키 입력지점에서 바로 다시 다른 키로 손가락을 이동시킬 수 있으므로 고속 타이핑에 보다 유용한 것이다.


그림 8. 리니어 기계식 스위치의 모습 (검은색으로 되어 있다)


필자로서도 가벼운 키감의 키보드에 익숙한 탓인지 G80-LUNUS의 팽팽함은 다소 버거웠다.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한두달 정도를 더 투자한다면 리니어 키 스위치의 실체에 좀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각양 각색의 사람이 있듯이 각 키보드들은 각기 다른 키감을 가지고 있다. 재밌는 점은 사람마다 선호하는 키감이 다르다는 것. 다소 와일드한 키감의 G80-3000의 LUNS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서 키보드에 대한 보편적인 평가는 가능하지만 키감의 절대적 판단은 참으로 힘든 것임을 느꼈다. 앞으로도 좀더 다양한 키보드의 무궁무한 키감을 탐색할 것을 약속하면서 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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