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도 않았던 적축 이벤트에 당첨되니 기분이 이상야릇합니다.

실상 자의던 타의던 간에 여러군데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 응모하게 되는데, 당첨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기에 기대도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가의 물건이, 게다가 제세공과금도 없이 당첨되니 기분이 좋네요. ^^;;

해서 키보드 말고 조금 색다른 것을 주제로 리뷰를 작성해 볼까 합니다.

 

한글이란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쓰고 있는 글자입니다.

이런 것은 더 말해봐야 사족일 뿐이어서 더 언급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여기서 보여드릴 것은 훈민정음의 영인본입니다.

영인본(影印本)이란 개념이 조금 생소할 수 도 있겠습니다.

영인본은, 원본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그것을 그대로 인쇄한 책입니다.

따라서 원본 그대로의 모습을 잘 살릴 수 있는 출판 방법이지요.

이 영인본은 작년 교보문고가 리뉴얼하여 재개장할 당시, 복간서적 코너에서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단히 훌륭한 발상이며 기획이라 생각하여 눈에 띈 그 즉시 사 두었는데, 의외로 아는 사람도 없고 샀다는 사람도 없으며, 인터넷에 정보도 없더군요.

 

영인본은 훈민정음 언해본과 훈민정음 해례본 2종이 있으며, 각각 가격은 100000원, 50000원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언해본,해례본.jpg

위에 있는 금색 표지가 훈민정음 해례본, 아래있는 남색 서갑이 언해본입니다.

표지 장정은 모두 비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언해본 구성.jpg

 

언해본의 서갑을 열면 위와 같은 책 두권이 들어 있습니다. 왼쪽은 영인본, 오른쪽은 해설집입니다.

그런데 해설집에는 이 영인본의 내력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덕분에 현재 이것이 어떤 작업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자세히 적을 수 가 없습니다.

분명 알긴 알았는데 말이지요...

해설지에 좀 더 정성을 기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략적으로 기억하기로는 경북대 서지학 관련 학과에서 디지털 보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기억에 의존한 것으로 틀릴 수 있습니다.ㅜㅜ)

 

 언해본3.jpg

훈민정음 언해본의 첫 장입니다.

익숙한 글귀가 보입니다.

인쇄한 종이가 전통 한지가 아닙니다.

한지 스타일의 편지지라고 하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아무튼 전통 한지가 아닌 점이 좀 아쉽습니다.

 

 

 

해례본1.jpg

해례본 표지입니다.

 

 

해례본2.jpg

첫 장을 넘겨보면 한문이 잔뜩 나옵니다.ㅜㅜ

그래도 내용이야 언해본을 보면 되고, 번역도 다 되어 있지요.

특이한 점은, 한자를 해서(완전한 정자체)로 쓰지 않고, 행서에 가까운 해서로, 다시말하자면 글씨를 약간 흘려서 썻다는 점 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둥근 점이 찍혀 있습니다.

가운데 쯤 찍은 점은 쉼표 역할을 하고, 오른쪽에 치우치게 찍은 점은 마침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해례본3.jpg

해례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곳입니다.

한자와 한글이 섞여서 독특한 미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햬례본에는 여러가지 이야기거리가 있습니다.

책이 이미 모두 없어졌다고 전해지다가 1940년대 안동에서 발견된 일, 그것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들인 일 등등

특히나 6.25 전쟁이 발발하자 간송 선생이 자기가 모은 어떤 컬렉션보다 이것을 더 중요시하여 오동나무 상자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행여나 잃어버릴까 싶어 전전 긍긍했다고 합니다.

간송 미술관에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국보급 유물들이 셀 수 없을만큼 많은데, 간송 선생이 이것을 그렇게 중요히 여겼다는 데서 그분의 인품과 안목을 아울러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옛 책을 모은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보통사람으로는 그럴만한 안목을 갖추기도 쉽지 않고, 금전적 문제 역시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인본은 비교적 수월하게 갖추어 놓을 수 있지요.

논어표지.jpg

논어2.jpg   

경진신간내각장판.jpg

아마도 한문공부를 해보신 분들은 접해보셨을 겁니다.

학민 문화사에서 나오는 경진신간 내각장판 경서 시리즈입니다.

1820년 순조 연간에 간행된 책이며, 내각이라는 것은 규장각을 의미합니다.

규장각에서 간행한 판본인 것이지요.

오자가 없는데다가 인쇄가 유려하고 아름다운 좋은 판본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한문 서적은 사실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저 글자를 하나하나 다 짚어가며 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훈민정음 같은 경우는 좀 다릅니다.

특히나 언해본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읽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키보딩딩을 하면서 정말 세종대왕님께 깊은 감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모든 문서는 손글씨로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반드시 컴퓨터를 통해서 작성해야만 하지요.

전공상, 때때로 일본어도 타이핑 하고 중국어도 타이핑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여간 짜증나고 괴로운 일이 아닙니다.

한자 몇 개 입력하려면, 게다가 잘 찾아지지도 않으면 짜증이 모락모락 솟지요.

상용자들이야 대체로 금방 찾을 수 있지만, 조금만 어려운 자가 되면 눈이 빠져라 찾아야 합니다.

반면, 한글 타이핑은 너무나 쉽습니다.

원래 표준 키보드 배열이란 것이 한글은 전혀 상정하지도 않고 만들어졌겠지만(US배열 기준), 원래부터 그랬던 양 한글에 거의 완벽하게 대응됩니다.

 

한글은 인터넷 시대의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가꾸어나갈 책임은 지금 키보드로 글을 입력하는 우리들에게 달려있겠지요.

 

이벤트로 받을 적축을 기다리며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기대로 두근두근 하네요.

편히 잠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