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6-52400 White

 무선 키보드를 사용하다가 종종 끊어지는 감도와 건전지를 갈아야 하는
것에 귀찮음을 느껴 유선 키보드를 구입하기 위해 알아보다가 우연히
해피해킹 키보드를 발견하여 구입하여 쓰게 된 후로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키보드 매니아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자주 쓰거나 하진 않았지만 게시글도 자주 보고 정보도 얻고 물건도
구입해보곤 했는데, 이번에 키보드를 구입하러 레오폴드를 방문하였는데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생겨 이렇게 리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해피해킹 라이트를 쓰다가 ML4100을 알게 되어 구입하였는데 제게는
ML4100이 더 잘 맞았습니다. 그레이 버전이었는데 해피해킹보다 더
적은 힘으로도 칠 수 있고 해피해킹보다 낮아서 손목도 거의 아프지 않아
좋았습니다.

 하지만 기계식이라 소리가 많이 나는 것은 조금 문제가 되었고, 보다
소리가 덜 나는 팬타그래프 쪽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Emprex 6100이었고, ML4100과 배열도 비슷
하고 쉬프트도 넓어서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레오폴드를 직접 방문
하여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리얼포스와 같은 말로만 듣던 키보드를 직접
쳐보고 싶기도 했고요.

 레오폴드를 방문하여 인사 드리고 테이블에 놓여있는 여러 키보드도
눌러 보았는데 클릭은 너무 시끄럽고 넌클릭은 괜찮았습니다. 해피해킹
프로는 그냥 그랬고요. 그중 저는 리얼포스 저소음이 가장 마음에 들었
습니다.

 저는 키를 누르기 전에 손가락으로 키캡만 위아래로 흔들어보곤 하는데,
이 움직임이 심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을 수록 제게는 좋은 키감으로
느껴집니다. 그 부분에서 리얼포스 저소음이 가장 만족스러웠지요. 힘을
그다지 주지 않아도 흔들림 없이 가볍게 들어가는 느낌이 믿음직스럽고
조용하기까지 하니 제게는 무척이나 좋아보였습니다.

 물론 가격이 가격인지라.. 본래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떤 6100을 구입하고
싶다 하니 흔쾌히 보여주셨고 저는 팬타그래프의 느낌도 무척 좋아해서
ML4100을 제끼고 6100을 쓰기로 마음 먹었는데...

 제게 처음 보는 키보드를 보여주시더라고요. 체리?? 체리에서 이런 미니
키보드가 있었나? 네, 오늘 키보드 매니아 뉴스에 소개된 G86-52400이었
습니다. 제가 미니 키보드를 찾길래 이번에 판매 예정인 물건을 보여주는
거라 하셨는데요.

4100_52400.jpg

 쉬프트 모양이 ML4100처럼 양쪽 끝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모양이어서 일단 좋았고 PgUp/PgDn 과 Home/End의 배열도 제가 매핑
하여 쓰는 방식과 일치하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왼쪽 밑에 펑션키 대신
윈도우키가 있는 것도 좋았고 잘 쓰지 않는 Num Lock 키와 Scroll Lock키도
없고, Delete키와 프린트 스크린 키의 위치만 매핑해주면 되겠더라고요.

 그럼 키감은 어떨까? 레오폴드 사장님께서 멤브레인이라고 알려주시기
전까지 전 이 키보드를 멤브레인의 느낌이라고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해피해킹 라이트도 멤브레인 중에서는 키감이 독특했지만 그래도 멤브레인
이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52400은 더 가볍고 소리도 특이하더라고요.
조용하진 않지만 기계식의 찰칵임과는 또 다른 느낌.

 키감은 묘하게도 리얼포스 저소음과 비슷했습니다. 사장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고요. 리얼포스만큼 덜 움직이면서 확실히 들어가는 느낌은
아니지만 눌리는 느낌이나 올라올 때의 반동은 꽤 비슷했습니다. 블랙은
화이트보다 키캡이 좀 더 부드러워서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결국 레오폴드를 나서는 제 손에는 6100이 아니라 52400이... 제가 첫
구입자라고 가격도 많이 깎아주셨어요.

 리뷰를 작성하느라 계속 키보드를 쳤는데요. 멤브레인만 쓰다가 기계식을
접하면 확실히 신선한 느낌을 받는데, 레오폴드에서 쳐본 리버터치는
멤브레인이지만 기계식 못지 않은 상쾌한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52400역시 기존 그와 비슷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 날 같이 동행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커피숍에서 인터넷 검색
용으로 비치해놓은 컴퓨터의 키보드가 좋다고 그 모델을 알아봤는데요.
W3라는 회사의 5070이라는 모델인데 저도 쳐봤는데 상당히 좋았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가격이 삼천 원 밖에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꽤 충격을 받았
어요. 정말 가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거구나 하고요.

 제 주위 사람들에게 키보드나 트랙볼을 선물해보면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데요. 어떤 이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익숙한 것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흥미를
느껴 여러 기기를 구입해보는 경우도 있고요.

 여러 종류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구입하여 써보고 되팔고를 해보며 느끼는
게 많습니다. 무조건적으로 높은 가격이나 명성만을 기준으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습관이나 특성을 이해하고 하나씩 써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쭉 찾아가는 과정이 참 흥미롭습니다.

 언젠가 52400처럼 다른 키보드의 첫 구입자가 될 때 다시 리뷰를 써서
올리겠습니다. (핳)
5240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