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추세일 지도 모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키보드만은 그다지 돈을 쓸 필요가 없는 장치로 평가 받고 있다. 물론 최근 윈도우나 맥 OS와 같은 그림 운영 체체의 등장으로 예전에 비해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일반인들의 키보드에 생각은 우려할만 수준이다. 그리고 90%에 이르는 저가 키보드의 점유율 - 현실 자체를 인정한다고 해도 결코 바람직한 상태로는 보인다.

그렇다. 필자는 저가형 키보드 대세론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런지 이에 대한 반론을 조목 조목 적어 보겠다.

첫째, 저가형 키보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저가 편중 시장이 더 문제이다. 

필자는 어느 제품이나 가격대에 따라 저가, 중가, 고가형 제품이 골고루 나누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저가형 키보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저가형 키보드라고 해서 꼭 조잡한 품질의 제품만이 아니다. 국내 PC 사용자들에게 알려진 혹은 잘 알려진 제품 중에서도 의외로 좋은 품질을 가진 키보드를 가진 제품이 상당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중국산 저가형 키보드가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키보드 시장의 다양화나 고급화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사람들이 계속 싼 제품만을 찾기 때문에 고품질이나 뛰어난 디자인의 제품을 선듯 들여올 수가 없다. 이들 제품은 상대적으로 고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체에서도 중국에서 제작된 3$~6$ 저가 키보드를 파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옥션에 한번 접속해 보라.  필자가 우려했던 점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좀더 좋은 키보드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선택 대안이 좁아지는 것이고 어쩔 수 없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키보드를 구입해야만 하는 발생한다.  


필자에게 끔직한 기억을 안겨준 A4 tech 키보드. 최악의 키보드 중 하나였다.



최고가의 키보드 중 하나인 Kinesis 키보드. 이런 제품이 국내에도 판매될 수 있을까?


두번째, 저가 키보드는 국내 키보드 제조 업체를 죽인다.

우리는 세계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근접해서 살고 있는 형태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제품이 대량으로 들어오게되면 특히 저가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가 살아날 수 없다. 키보드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직수입 키보드는 당연히 저가 시장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국내 업체들은 중가나 고가 시장으로 올라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저가형 키보드인 대세인 시장에서 중,고가형 키보드 시장은 너무나 좁다.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눈물을 머금도 포커스를 수출로 돌리거나 공장을 중국으로 옮길 수 밖에 없다.

국내의 유수의 업체인 세진, BTC, 아론 등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거나 키보드 시장에서 점차 손을 띄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일본의 Atessa와 같은 기계식 업체들이 아직도 꿋꿋히 자국의 시장을 지키는 것을 보면 참으로 부럽다. 만약 사용자들이 좀더 키보드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적어도 한두 업체 정도는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춘 키보드를 국내에서 제조할 수 있지 않을까?

세번째, 저가 키보드는 건강, 창조력을 저하시킨다.

이 부분 일부 지나친 비약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다.

저가 키보드 중 상당 수는 키감이 지나치게 뻑뻑하다던지 키감이 너무나 가벼워 사용자의 손가락과 손목에 일정 수준 이상의 무리를 주는 경우가 자주 있다. 물론 일부 제품에 한정되는 경우겠지만 그만큼 키보드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실이다. 가능한 손가락과 손목을 주지 않는 키보드를 선택하는 일, 매우 단순해 보이는 것이지만 매우 박한 마진만을 챙길 수 있는 저가 키보드에서는 이에 해당되는 제품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그다음은 창조력 문제이다.

사실 형편없는 키보드라도 얼마든지 창의력 있는 문서라던지 글을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좋은 키보드를 사용할 경우에는 일반적인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적어도 20% ~ 30%는 능률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문제를 물어보았더니 대체적으로 필자가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사무실에서 다양한 문서를 제작해야 하는 기획직이라던지 창의력을 필요로하는 프로그래머, 작가, 기사, 대학생이라면 가능한 좋은 키보드를 쓰길 바란다. 비록 저가형 키보드 보다는 2~5배 정도 비싼 가격이 부담이 되겠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며 할 수록 자신의 창조성이나 생산성이 향상 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외 저가 키보드는 내구성 문제, A/S 문제 등 여러 문제를 지니고 있다.

물론 현재 국내 키보드 시장의 90% 이상이 저가 키보드인 시점에서 한 순간에 이러한 환경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점차 사용자들이 키보드가 돈을 투자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 주변기기라는 쪽으로 인식을 바꾸기 시작하고 중.고급형 제품들을 조금씩 구입한다면 키보드 관련 업체들도 좀더 좋은 품질의 제품들을 갖추고 키보드에 대한 선택의 대안들도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용산에 수십종류의 키보드들이 저가, 중가, 고가 별로 다양하게 쌓여있고 그중에서 어떤 것을 살지 고민해야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러한 이야기가 한낯 꿈으로도 들릴 수 있겠지만 이 글을 보고 있는 키보드 매니아인 여러분의 힘이 한명 한명 뭉쳐진다면 이러한  날이 언젠가 오리라 생각한다.

키보드에도 선택, 제품, 취양이 다양화 되는 시대가 오기를. 어찌 생각해 보면 이게 어찌 국내 키보드 시장에만 국한된 이야기인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상당부분은 대세라는 이름으로 다른 선택의 자유를 막는 파시즘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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