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와 마우스, 모니터 및 프린터 등의 외부 프레임은 주로 합성 수지(플라스틱)로 만들어집니다. 요즘이야 검은색 주변기기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변기기 색상은 베이지색(혹은 흰색)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원래의 흰 빛이나 베이지색은 점차 사라지고 점차 누리끼리한 빛으로 변해 갑니다. 10년 이상 된 키보드나 마우스 중에서 누렇게 뜨지 않은 물건을 찾아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주 재료인 합성수지가 경년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에 아무리 닦고 문질러도 원래의 빛을 되찾지는 못합니다.

컴퓨터 주변기기 케이스나 프레임, 키캡, 버튼 등을 만드는 데는 주로 ABS 합성 수지가 사용됩니다. ABS 수지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나무랄 데 없는 내구성을 갖췄지만, 내후성과 내마모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직사광선, 온도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오래 쓰면 쓸수록 표면이 마모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오래된 키보드는 색이 누렇게 뜨고 키캡이 반질반질해지기 마련입니다(그러나 검은색 ABS 수지는 흰색이나 베이지색에 비해 색상 변화가 적은 편입니다).

ABS 수지보다 내후성과 내마모성이 뛰어난 재료를 사용한다면 경년 변화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승화 인쇄 방식으로 자판을 인쇄하는 경우, 고열로 잉크를 전사하기 때문에 내열성이 뛰어난 PBT(폴리부틸렌텔레프탈레이트) 수지로 키캡을 만듭니다. 구형 애플 확장 키보드 I/II 혹은 토프레 리얼포스 등이 여기 해당되죠.
PBT 수지는 내열성 뿐만이 아니라 내후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색깔이 누렇게 뜨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내마모성은 비슷한 수준이므로 오래 쓰면 쓸수록 키캡이 반들반들해지는 것을 피할 길은 없습니다.

다만 승화 인쇄 방식으로 자판을 인쇄한 경우일지라도 원가 절감을 위해 스페이스 바 및 키보드 프레임은 일반적인 ABS 수지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오래된 애플 확장 키보드는 누렇게 뜬 프레임과 새하얀 키캡이 완벽한 불협화음을 이룹니다.


누런 프레임과 새하얀 키캡이 부조화를 이루는 Apple IIgs 키보드


키보드나 모니터에 담배진이나 먼지가 달라붙은 경우는 잘 닦아내면 되지만, 경년 변화가 일어나 누리끼리해진 경우에는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크게 신경쓰지 마시고 자연스레 묻어나는 세월의 맛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 DJ.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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