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키 배열을 가진 미니 키보드, BTC-6100

미니(Mini)는 작은 크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이다. 현대 문명이 빠르고, 높고, 거대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20세기 후반부터는 미니멀리즘(Minimalism)도 서서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특히 미니멀리즘은 전자제품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70년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소니의 워크맨 이라던지 80년 후반 본격적인 노트북 붐을 일으킨 도시바의 T 시리즈가 그 좋은 예이다.

디지털 제품에서 소형화는 자유를 뜻한다. 즉 제품이 소형화 되면서 이동의 자유가 생겼으며 더불어 보다 적은 공간을 차지 함으로써 공간의 자유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예는 PC(개인용 컴퓨터)이다.  제조사의 끊임없는 소형화에 대한 노력으로 우리들은 700~800g의 노트북 컴퓨터나 외장 하드 보다 작은 PC 본체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당히 보수적인 주변기기라 할 수 있는 키보드의 경우 크기가 작아지기 시작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PC용 키보드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80년대 초를 떠올려 보면 PC의 키보드는 가능한 이전에 사용했던 전자 타이프라이터와 최대한 비슷한 구조와 느낌을 유지해야만 했다. 지금도 eBay에나 중고 장터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구형 키보드를 보면 크기 면에서는 제조사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키보드도 고정 불편의 주변기기는 아니었다. PC의 형태가 변화함에 따라 크기나 형태가 변형되기 시작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표준형 키보드 외에, 숫자 키패드가 빠진 텐키레스 키보드나, 편집키와 숫자 키패드의 공간을 최대한으로 집약한 콤팩트 키보드, 노트북 키보드와 비슷한 키 배열을 가진 미니 키보드 등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 중 텐키레스 키보드나 콤팩트 키보드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그 숫자가 드물기 때문에 데스크탑 형 키보드를 대표하는 것은 표준형 키보드와 미니 키보드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미니 키보드의 문제는 키 레이아웃이 표준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준형 키보드의 경우 어떤 메이커의 키보드라 할지라도 동일한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는 반면 미니 키보드는 제조사에 따라서 키 레이아웃이 달라 다소 혼란스럽다. 이는 부단 미니 키보드뿐만 아니라 노트북 컴퓨터 키보드에도 해당 되는 사항이다. 이와 같이 미니 키보드의 키 레이아웃이 제조사에 따라 달라지게 된 이유는 한정된 공간에 필요한 키들을 집어 넣다 보면 어떤 형태라도 변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해당 제조사에서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 미니 키보드는 각 제조사에 따라 키 배열의 달라지게 된다.

미니 키보드로 최고의 키 배열, BTC-6100

4cm의 비밀을 찾아라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BTC-6100은 좋은 레이아웃의 미니 키보드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미니 키보드의 레이아웃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설명 중 약간의 산수(?)가 포함되어 있는데 단순한 계산이므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BTC-6100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하여 가장 대중적인 미니 키보드인 세진 PS/2 미니 키보드를 비교 대상으로 하였다.

여기서 알고자 하는 것은 한정된 영역 안에 몇 개의 키캡이 위치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본 계산은 단순한 나누기만을 하면 된다. 다만 키보드의 경우 단순한 케이스의 너비가 아닌 실제 키보드 영역의 너비를 계산하여 하고 키캡과 키캡 사이의 여백은 계산에서 제외해야만 한다. 자 그럼 아래의 도표를 보기로 하자


세진 미니 키보드와 BTC-6100 사양 비교


도표를 참고해서 말하면 실제 키보드 영역은 키캡이 부속된 전체 키패드의 너비이다. 여기에 몇 개의 키가 배치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려면 키캡과 키캡 사이의 공간(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키 피치(key pitch; 키 간격)과는 다소 다른 부분으로 순순한 키캡과 키캡간의 여백을 말한다. 보통 대략 1mm 정도된다)을 빼주어야 한다.

여기서는 실제 계산할 영역을 계산 영역이라 칭했다.

키캡(표준 문자키 기준)의 너비는 BTC-6100이나 세진 미니 키보드나 큰 차이가 없었다. 약 1.8cm(하단 기준)으로 풀사이즈 키캡 너비에 준하는 것이다.

결국 계산 영역을 키캡 너비로 나누면 한정 공간에 몇 개의 키를 배치할 수 있는가를 알 수 있게 된다. 최종 계산을 해보면 BTC-6110의 경우 약 16.27개를, 세진 미니 키보드의 경우 14.2개를 가로로 배치할 수 있다. 약 4cm의 차이, 키캡 두 개 정도를 더 집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은 사소한 부분으로 보이지만 키보드 레이아웃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역정을 한다.

보통 키보드 상단 배열 (숫자키가 있는 줄)은 14개의 키가 들어간다. 다만 미니 키보드의 경우에는 15개의 키가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맨 우측에는 편집 관련 키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진 미니 키보드의 경우에는 위 도표를 참조하면 최대 14개의 버튼만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키를 스페이스 키가 들어 있는 줄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또한 14개의 키를 배치하면 여분의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으므로 빽스페이스 키의 경우 상대적으로 넓이가 좁아질 수 밖에 없었고 편집키의 경우도 폭이 일반키의 반 정도로 폭이 좁아지게 되었다.


BTC-6100과 세진 미니 키보드 키 레이아웃 비교 사진


BTC-6100의 경우에는 15개의 키를 배치하고도 1.2개 정도의 여분이 있으므로 미니 키보드로는 보기 드물게 긴 Back Space 키를 넣을 수 있게 되었다.

BTC-6100의 키 배열의 장점 즉 넓은 Back Space, Space, Tab, Caps Lock, Shift, Ctrl 키 등은 이와 같이 4cm를 가로로 더 확보 함으로써 키캡 공간을 넉넉히 확보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BTC-6100은 최 상단의 펑션키 위치한 줄을 제외한 모든 키를 풀사이즈로 제공한다. 미니 키보드로는 보기 드문 편한 레이아웃이라 할 수 있겠다. 때문에 BTC-6100을 사용하여 적응 시간이 거의 필요 없다. 작은 사이즈의 미니 키보드를 선호하지만 레이아웃 때문에 이를 멀리한 사용자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제품인 것이다.  


BTC-6100 키 레이아웃



BTC-6100 키보드의 커서키와 편집키


그 뿐만이 아니다. 키보드 상단에 있는 아홉 개의 특수키도 타 멀티 키보드에 비해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좌측의 Sleep 버튼 다음에 웹 브라우저의 뒤로 가기, 앞으로 가기, 홈, 즐겨 찾기, 이메일 버튼이 위치하고 있으며 키보드 상단의 중앙 쪽엔 볼륨 줄이기, 볼륨 키우키, 묵음(Mute) 버튼이 놓여져 있다. 이들 기능은 컴퓨터를 사용할 때 빈번하게 사용하는 부분으로 특수키로 처리해 놓은 것은 효과적으로 보인다. 처음엔 다소 낯설겠지만 이들 기능키 등을 사용하면 컴퓨터 사용이 보다 편리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BTC-6100 좌측 특수키



BTC-6100 우측 특수키


미니 키보드론 거의 완벽한 배치를 지니고 있는 부분이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다. 우선 펑션키에 위치한 Delete 키의 경우에는 맨 우측으로 이동하면 더 좋았을 것이며, 최 하단의 한글키도 한자키와 위치를 바꿨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BTC-6100은 국내 미니 키보드 중 최고의 키보드 레이아웃을 지닌 제품으로 타 키보드 제조사에서도 키보드 레이아웃을 정할 때 BTC-6100을 참고 했으면 한다.

디자인과 키보드 구조

개인적인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BTC-6100은 키 배열과 함께 디자인도 만족스럽다. 요란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심심하지도 않다. 키보드 상판의 케이스는 충분한 여백을 두어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미니 키보드라고 하면 다소 답답한 디자인을 상상하게 해주는데 BTC-6100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원형으로 처리된 특수키는 BTC-6100의 디자인에 악센트 역할을 해준다. 아마 이들 키가 빠져 있었다면 시각적으로 다소 밋밋할 것이라 생각한다.  

BTC-6100은 색상 역시 회색 케이스에 검정색 키캡을 사용했다. 수 많은 노트북이 쓰고 있는 색깔 배치의 모범과 같은 것이어서 사용자는 안정적인 느낌을 받을 것이다.


BTC-6100의 디자인


BTC-6100의 바닥 면은 여타 키보드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BTC-6100의 미끄럼 방지 고무는 타 키보드가 다소 길쭉하게 만들어졌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BTC-6100을 유리판이나 책상 위에 올려놓을 때 키보드가 소형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타이핑 작업이 가능했다. 또한 BTC-6100은 팬터그래프 방식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키보드 높이 조절 받침대를 가지고 있다. 다만 높이 조절 받침대의 높이가 높지 않아 그 효과는 많이 떨어진다. 제조사에서 높이 조절 받침대의 높이를 좀더 올렸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BTC-6100의 밑면



BTC-6100의 키보드 높이 조절 받침대


마지막으로 설명할 부분은 BTC-6100의 LED 영역이다. 키 패드 우측 상단에 존재하는 LED 영역은 개개의 LED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직 사각형 형태의 투명 영역으로 되어 있으며 그 밑에 고휘도의 녹색 LED가 내장되어 있다. 블루 LED 만은 못하지만 비교적 선명한 빛이 새어 나오므로 실내가 어두웠을 때 일정 수준의 시각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준급의 키감

Kbdmania.net의 회원이라면 어떤 키보드의 평가던지 궁극적으로는 키감으로 결론이 모아지게 된다.  지금 리뷰하고 있는 BTC-6100의 키감은 어떨까?

펜터그래프 방식이라고 하면 보통 비슷비슷한 키감을 생각하게 되지만 메이커별로 또 제품 모델 별로 각기 키감의 차이가 있다. BTC-6100의 키감은 언뜻 쳐보면 비슷한 스타일의 키보드인 Genius KB-19e와 유사하다. 하지만 두 제품을 따져 보면 Genius KB-19e가 자판을 누를 때 손끝이 찌릿할 정도의 강력한 구분감을 주는 반면에 BTC-6100의 경우에는 이보다는 다소 부드러운 키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타 팬터그래프 방식 키보드와 비교하면 뚜렷한 키감이라고 볼 수 있다.


BTC-6100의 스위치


사실 팬터그래프의 구분감이 지나치게 뚜렷하면 처음에는 만족할만한 키감이라 생각하지만 키보드를 쓰면 쓸수록 손가락에 전해지는 충격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씽크패드와 같은 구분감이 뛰어나면서도 쫀득쫀득한 키감을 외장형 펜터그래프 키보드에서도 원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하지만 씽크패드 키보드에 사용되는 러버돔의 질이 타 키보드에 높아서인지 아니면 씽크패드 키보드에만 있는 접속판이 제 역할을 하는지 몰라도 외장형 펜터그래프 키보드에서는 이러한 키감을 찾기 힘들다.

어쨌던 BTC-6100 키보드가 구분감이 뚜렸하다는 것은 장점일 수도 한편으로는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BTC-6100의 경우는 구분감이 아이락스 키보드들에 앞섰으며 다소 부드러움을 가미했다는 면에서 Genius KB-19e 보다 나았다. 찾아보면 BTC-6100 보다 좋은 키감을 가진 펜터그래프 키보드가 있겠지만 현재 국내에 출시되어있는 펜터그래프 중에서 수준급의 키감을 가진 제품임에는 분명하다.

결론

이제 리뷰를 정리해야 할 때다.

BTC-6100은 한 두 가지 사소한 문제를 제외하면 거의 단점이 없는 제품이다. 거기다 가격도 2만원 대 초반의 경쟁력 가격이니 팬터그래프 키보드로는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라 하겠다. 전체적으로는 이미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I-Rocks KR-6110이나 6130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상당히 좋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지는 못한 것 같은데 수입사나 대리점에서 홍보쪽에 좀더 신경을 쏟아야 할 것이다.

재밌는 점은 BTC가 팬터그래프 방식 미니 키보드뿐만 아니라 콤팩트 키보드인 6200, 풀사이즈 타입의 6300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 두 제품이 국내 시장에도 판매된다면 국내에서도 또 다른 팬터그래프 가문으로써 자리를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BTC-6100은 중저가 미니 키보드를 고려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보이며 좋은 레이아웃으로 인해서 맥에서 쓸 수 있는 미니 키보드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BTC 제품의 수입사인 ㈜ 굿나이스텍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내보일 예정이라고 하는데 BTC라는 브랜드가 국내 입력기기 시장에서 역사에 걸맞는 명성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예정이다.

긴 리뷰 글을 읽어주신 kbdmania.net 이용자 분들께 감사 드리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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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