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Cherry) 키보드라고 하면 기계식 키보드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독일 체리는 기계식 스위치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 올렸다. 하지만 오늘날엔 값비싼 기계식 키보드 대신 저렴한 멤브레인 키보드가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체리 역시 멤브레인 키보드 생산에 주력하고 있으며, 기계식 키보드는 주문 생산 방식으로 소량 제작할 뿐이다.

그러나 체리 멤브레인 키보드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기계식 키보드의 명성에 가려진 탓도 있겠지만, 디자인이나 기능, 가격 면에서 눈에 띄는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게다가 체리 멤브레인 키보드는 단 한번도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바가 없다. 정보가 없으니 관심이 갈리 만무하고 구매욕이 생겨날 턱이 없다.
헌데 최근 들어 전통적인 디자인과 키보드 본연의 기능을 고집하던 체리 멤브레인 키보드 라인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1세기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키보드, Cymotion 라인이 추가된 것이다.
Cymotion 라인에는 Cymotion Master Solar, Master XPress, Plus9, Plus9 Wireless 등 4개의 제품이 속해 있다. 최상위 제품인 Master Solar는 고급스런 블랙/실버 톤의 무선 키보드와 무선 마우스 패키지로써 태양전지를 내장해 자체 충전이 가능하다. 저가형의 Plus9은 비교적 평범한 흰색 유/무선 키보드다. 중간에 위치한 Master XPress는 무선 마우스와 태양전지가 빠진 대신, Master Solar와 동일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유선 키보드다.

XPress와 Solar는 그 생김새나 기능만 놓고 보면 도무지 체리의 제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옛 말이 과연 진실인지 어떤지, XPress 모델을 통해 검증해 보도록 하겠다.

제품 사양
제작사 Cherry Corporation
제품명 Cymotion Master XPress
제품가격 39.95유로 인터페이스 USB & PS/2
크기 495 x 195 x 37 mm 무게 약 1174그램
키 개수 104키 + 29개 기능 키 키 스위치 멤브레인
키 작동기 러버 돔 키캡 모양원통형(Cylindrical)
자판 인쇄 패드 인쇄 측면배열스텝 스컬쳐 2

- 패키지 구성

Cymotion Master XPress의 포장 박스는 시원한 느낌의 짙은 푸른색이 인상적이다. 밝은 녹색으로 산뜻한 느낌을 주는 G80-3000의 포장 박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박스 크기도 G80-3000보다 약간 큰 편이다. 박스 뒷면에는 키보드 사진과 간략한 설명이 유럽 각국의 언어로 빼곡히 적혀 있다.

박스 안에는 Cymotion Master XPress 본체와 플라스틱 손목 받침대, 드라이버 CD-ROM, 간단한 매뉴얼과 PS/2 어댑터가 들어 있다. 멋과 품위를 추구한다면 꼭 손목 받침대를 붙이기 바란다.

- 외관


Cherry Cymotion Master XPress의 외관

Cymotion Master XPress의 크기는 폭 495mm, 길이 195mm, 높이 37mm에 무게는 1174그램이다. 손목받침대를 더하면 길이는 247mm, 무게는 1300그램으로 늘어난다. 크기만 놓고 보면 IBM Model M 부럽잖을 정도다. 크기가 이렇게 커진 이유는 10개의 XPress 키와 19개의 기능 키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렵하고 상쾌한 디자인 덕분에 그 크기를 실감하기는 어렵다. 산뜻한 은빛 프레임이 차분한 검은색 키캡을 둘러치고, 아래로는 다시 검은색 손목 받침대가 자리잡았다. 손목 받침대는 90도 돌려서 키보드 받침대로 쓸 수도 있다. 강인한 직선 형태의 키 레이아웃과 부드러운 곡선형의 프레임 외곽선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급격한 경사면을 자랑하는 Caps Lock 키도 볼거리다.


...이런 식으로 키보드를 세울 수도 있다


Num Lock/Caps Lock/Scroll Lock LED는 프레임 상부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LED는 알아보기 쉽도록 Num Lock이 1자로, Caps Lock이 A자로, Scroll Lock이 ↓자 형태로 되어 있다. 프레임 하부 중앙에는 상큼한 체리 로고가 음각되어 있다.


상단의 LED 모양에 주목!


프레임과 손목 받침대 밑바닥에는 각각 4개와 7개의 미끄럼 방지 고무가 붙어 있다. 상, 하부 프레임은 나사 없이 꺾쇠만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결합부는 눈에 띄지 않도록 교묘하게 처리되었다. 하부 프레임 위쪽에는 접이식 높이 조절 받침대가 붙어 있다. 다만 이 높이 조절 받침대가 과히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이 유일한 약점이다(리뷰 도중 하나가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키보드 바닥 정중앙에는 큼직한 체리 로고가 음각되어 있다


구조적으로 약간 불안한 높이 조절 받침대.

그러나 이 부분을 제외하면 Cymotion Master XPress의 디자인이나 완성도는 PC용 다기능 멀티미디어 키보드 중에서는 최고로 손꼽기에 모자람이 없다.

- 키캡 및 레이아웃

Cymotion Master XPress는 전형적인 104 키보드의 레이아웃에 10개의 XPress 키, 19개의 기능 키가 추가된 형태다. 일반 키캡은 모두 원통형(Cylindrical)이지만 펑션 키, 인터넷/멀티미디어 키 등은 사각형(Cubical)이다. 자판 인쇄는 패드 인쇄(속칭 탬포(Tampo) 인쇄)로 보인다.
여기서 추가된 키, 혹은 변형된 키의 사양은 다음과 같다.

프레임 상단
5개의 인터넷 키와 5개의 멀티미디어 키
프레임 좌측/우측 각각 5개의 XPress 키
프레임 하단 +/-볼륨 조절 키와 Mute, media 키 등 4개의 메인 키

기능 확장 키
키패드 상단에 계산기/메일/홈/On 등 4개의 프리미엄 키
왼쪽 Control과 Windows 키 사이에 KeyM@n 키
오른쪽 Windows 키 자리는 @키가 대신함

재미있는 점은 이 키들의 높이나 크기 등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이다. Esc, F1부터 F12까지의 확장 키, Print Screen / Scroll Lock/ Pause 및 계산기/메일/홈/On 키는 다른 키캡에 비해 높이와 깊이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5개의 멀티미디어/인터넷 키는 둥그스름하고 야트막한 모양새다. 프리미엄 키는 타이핑 도중 실수로 눌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인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형태를 취했다. 좌우의 XPress 키는 키보드와 하나가 되려는 듯이 유연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

- 드라이버/소프트웨어

Cymotion Master XPress를 컴퓨터의 USB 혹은 PS/2 포트에 연결한다고 해서 설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추가된 기능 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동봉된 CD-ROM에 들어 있는 Cherry Keyboard Manager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줘야 한다(혹은 체리 사이트에서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 받는다). 이 소프트웨어는 Windows 버전만 준비되어 있으며 Linux/MacOS는 지원하지 않는다.

설치 후에는 또한 하드 디스크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검색, 기능 키에 등록해 준다. 자동 검색 기능을 사용하는 대신 나중에 수동으로 등록해 줄 수도 있다.


프로그램 자동 검색 여부를 선택하는 화면

제대로 설치가 되었다면 트레이 하단에 Lock Function/Keyboard Manager 아이콘이, 화면 하단에는 QuickDrop 윈도우가 표시된다. Keyboard Manager 아이콘을 오른쪽 클릭해 Keyboard Setting 메뉴을 선택하거나 ‘설정-제어판-키보드’를 열면 Cymotion의 주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 KeyMan과 Additional Keys 탭이 보인다.


KeyMan 탭의 설정 화면


KeyMan 탭에서는 Keyboard Manager 관련 아이콘의 표시 여부 등 기본적인 사항을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Additional Keys 탭에서는 각각의 기능 키(F1~F12, 인터넷 키, 멀티미디어 키, 메인 키, 프리미엄 키, XPress 키 등 총 41개)를 눌렀을 때의 동작을 설정해 준다. 설정 가능한 동작은 프로그램 실행/웹브라우저 컨트롤/멀티미디어 프로그램 컨트롤/전원 기능/시스템 기능/키 매크로/텍스트 매크로 등이다. 여기에 기능 키와 KeyM@n 키를 조합해 쓸 수도 있으므로 총 84개의 동작을 지정할 수 있다.


Additional Keys 탭의 설정 화면


그리고 프로그램/파일을 QuickDrop 윈도우에 드래그앤드랍해서 특정 키에 할당할 수도 있다. Lock Function 아이콘에는 Num Lock/Caps Lock/Scroll Lock/Keym@n Lock 키의 Lock 여부가 표시된다.

이외에도 Master XPress에는 마우스 에뮬레이션 기능이 내장되었다. KeyM@n 키와 커서 키를 함께 누르면 포인터가 움직이고, 왼쪽 Control/Shift/Alt는 각각 왼쪽 버튼 클릭/홀드 혹은 릴리즈/더블 클릭으로 작동한다. 마찬가지로 KeyM@n 키와 오른쪽 Control/Shift/Alt 조합은 오른쪽 버튼 클릭/홀드 혹은 릴리즈/더블 클릭이 된다.

드라이버의 안정성은 뛰어난 편이고 Help 파일도 상세하게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글 리소스가 없고, 별도의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 키감 및 사용감

Cymotion Master XPress는 매우 절도있는 키감을 보여준다. 키 압력은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한다. 입력시에는 구분감이 확실하게 느껴지고 뒤를 받쳐주는 반탄력은 적절하기 그지없다. IBM 넷피니티(태국산)보다는 가볍고 키트로닉보다는 단단하니, 손끝에는 절로 감칠맛이 배어난다. 이쯤이면 다른 고급 멤브레인 키보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양한 기능 키로는 미디어 플레이어를 조절하거나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복잡한 텍스트도 단번에 입력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비교적 잘 만들어졌으며, 기능 키의 입력감도 훌륭한 수준이다. 단점은 로지텍이나 MS의 멀티미디어 키보드와는 달리 한글화된 소프트웨어나 매뉴얼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레임 좌우측에 배열된 XPress 키는 오타의 원인이 되곤 한다. 일반 키보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왼쪽 새끼손가락에 제일 마지막에 걸리는 키를 Cascade(~) 혹은 Tab 키로 인식하는데, 이 키보드에선 XPress키가 좌우 끝부분에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왼쪽 Control키나 Alt키를 누르려다 KeyM@n 키를 누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1주일 정도 적응기간을 거치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XPress 키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도리어 편리하게 느껴진다.

- 결론

개인적으로 다기능 멀티미디어 키보드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형편없는 키감의 키보드에 별로 쓸 일도 없는 기능 키 몇 개를 추가해 놓고서는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Cherry의 Cymotion Master XPress는 그런 편견을 버리게 하기에 충분한 물건이었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키감까지 훌륭한데다 기능 키도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이다. 최상위 기종인 Master Solar는 무려 90유로(약 13만원)! Master XPress는 40유로(약 6만원)에 달한다. 세금 및 운송비를 고려하면 Master XPress의 정식 수입가는 거의 1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아무리 멋들어진 디자인에 키감까지 훌륭한 다기능 멀티미디어 키보드라 한들, 기계식도 아닌 멤브레인 키보드에 10만원을 투자하기는 망설여질 것이다.

하지만 이 키보드는 체리라는 브랜드에 걸맞는 좋은 키감과, 기품있는 멋진 디자인이 잘 융합되어 있다. 디자인과 키감 모두를 만족시키는 다기능 멀티미디어 키보드를 찾고 있던 사람에게 Cymotion Master XPress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 분명하다.

- DJ.HAN -

profile
전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for peace and freedom of world!
영광된 내일을 위하여!   for glorious tomorrow!
해피 키보딩딩!!!  Happy Keyboardingding!!!

 - DJ.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