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팬터그래프 방식 키보드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윈도우용 Macally IceKey, 지니어스 KB-19e 키보드, LG X-Touch 키보드 등등. 특히 지니어스와 LG의 키보드는 5만원 이상 하던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가격을 단숨에 2만원대, 만원대로 낮춰 버렸다.

이렇듯 뜨겁게 달아오르는 팬터그래프 키보드 시장에 새로이 참전하는 업체가 있으니 그 이름은 대만의 아이락스 (i-rocks)다. 컴팩과 HP의 노트북용 키보드를 OEM으로 생산한 경력이 있으니만큼, 기술력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회사에 처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오는 5월 15일, 아이락스(i-rock) 코리아에서 2만원대의 컴팩트형 팬터그래프 키보드 KR-6120과 6130을 출시한다는 소식에 많은 키보드 마니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아이락스 코리아의 X-Slim KR-6120/6130은 팬터그래프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까? 이번 리뷰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자.

제품 사양 #1
제작사아이락스/아이락스 코리아
제품명X-Slim KR-6120
제품가격29,000원인터페이스USB/PS2
크기 420x165x30 mm 무게 780그램
키 개수한글 104 + 10개 특수 키키 스위치멤브레인
키 작동기팬터그래프키캡 모양

원통형(cylindrical)

자판 인쇄실크스크린측면배열스텝 2
제품 사양 #2
제품명X-Slim KR-6130
제품가격25,000원인터페이스USB/PS2
크기 415x160x30 mm 무게 770그램
키 개수한글 104 + 전원 키키 스위치멤브레인
키 작동기팬터그래프키캡 모양

원통형(cylindrical)

자판 인쇄실크스크린측면배열스텝 2

- 패키지

아이락스 코리아에서 제공한 X-Slim KR-6120과 6130은 일반 판매품이 아닌, 엔지니어링 샘플(개발 단계의 시제품)이었다. 키보드 외에 USB-PS/2 변환 어댑터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박스 포장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전반적인 패키지 및 포장 상태는 일반 제품이 나온 뒤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5월 24일 추가 : 정품 패키지는 산뜻한 녹색 박스로 잘 포장되어 있었다.

- 외관

KR-6120과 6130은 검은색과 은색이 어우러진 디자인을 공유한다. 일전에 리뷰한 Cherry Cymotion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키캡을 은색 프레임이 둘러싼 듯한 모양새다. 다만 6120과 6130 사이에는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KR-6120의 외관

KR-6120의 크기는 실측 결과(*) 420 x 165 x 30 (mm), 무게는 780 그램이다. 컴팩트 키보드답게 작고 가벼운 크기가 인상적이다. 은빛 프레임은 위아래로 부드러운 원호를 그리고 있으며, 스페이스바 아래쪽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은빛으로 빛난다. 상부에는 5개의 멀티미디어 키와 3개의 LED, 5개의 특수 키가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검은색 반투명 창 아래에서 부드럽게 빛나는 LED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KR-6120의 뒷면


프레임 측면은 역U자형으로 완만하게 휘어져 있지만 키캡 측면 배열은 일직선의 스텝 2 방식이다. 상, 하부 프레임은 꺾쇠와 나사로 단단히 결합되었다. 검은색 하부 프레임의 아래쪽엔 2개의 미끄럼 방지 고무가 붙어 있는데, 뜻밖에도 높이 조절 받침대는 생략되어 있었다.


KR-6130의 외관

KR-6130은 실측 결과(*) 415 x 160 x 30 (mm)에 770그램으로 6120보다 약간 작고 가볍다. 프레임 외곽은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모양이고, 그 안쪽에는 금속 테두리가 둘러쳐져 시원한 맛을 더해준다. 좌측 상단에는 차분한 회색 톤의 i-rocks 로고가 자리잡았다. 6120과 마찬가지로 푸른색 LED는 검은색 반투명 창 아래에서 부드럽게 어른거린다.


KR-6130의 전원 키와 LED 창


텐 키 위에는 LED와 전원 키가 붙어 있으며, 검은색 하부 프레임과 은색 상부 프레임은 꺾쇠와 나사로 결합되어 있다. 하부 프레임 아래쪽엔 2개의 미끄럼 방지 고무가, 위쪽엔 높이 조절 받침대가 붙어 있다. 그러나 높이 조절 받침대가 워낙 얕아서 충분한 경사를 만들기는 어렵다.


KR-6130의 뒷면

(* 아이락스 코리아 사이트에선 6120을 450x200x30 mm으로, 6130을 436x187x30 mm로 표시하고 있다)

두 기종 모두 멋진 디자인을 갖췄거니와 완성도 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다만 KR-6120에서 높이 조절 받침대가 생략된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 키캡 및 레이아웃


KR-6120의 측면
(프레임이 휘어져 있지만, 실제 키캡은 직선형의 스텝 2로 배열되었다)

KR-6130의 측면

6120과 6130의 측면배열은 스텝 2, 키캡은 원통형(Cylindrical)이다. 키캡 표면의 미끄럼 방지 요철(凹凸)은 적당한 깊이로 새겨졌기에 손끝에 기분 좋은 촉감이 전해진다.
아이락스 코리아의 홈페이지에서는 Halftone Printing(망점 인쇄) 방식으로 자판을 인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망점 인쇄와는 거리가 먼 실크 스크린 방식으로 인쇄된 듯 했다. 명조체로 인쇄된 한글 자판의 품질은 영문에 비해 약간 떨어진다. 샘플 제품의 전반적인 자판 인쇄 품질은 LG X-Touch보다 한 수 아래였다.



KR-6120/6130의 키 배열

6120과 6130은 공히 한글 104키 레이아웃을 채택했는데, 키 배열은 노트북과 흡사한 점이 많다. 아이락스가 노트북용 키보드를 납품했던 실력을 발휘한 부분이랄까. 어쨌건 6120과 6130 키 배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스페이스 바 좌측에는 윈도우 키, 우측에는 컨텍스츄얼 메뉴 키 위치
  2. 스페이스 바 우측의 Control 키 생략
  3. Insert 키는 컨텍스츄얼 메뉴 키 오른쪽으로 이동
  4. 커서 키는 오른쪽 Shift 키 아래쪽에 위치
  5. 편집 키(Delete/Home/Page Up/Page Down/End)는 엔터 키 우측에 일렬로 배열
  6. 펑션 키는 소형 키캡을 사용
  7. 펑션 키 우측에 Print Screen/Scroll Lock/Pause 키 위치. 역시 소형 키캡 사용.

편집 키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일반 키보드와 큰 차이가 없다. 스페이스 바의 길이는 8.6cm로 LG X-Touch와 일반 키보드의 중간 정도였다.

- 키감 및 사용감

6120과 6130의 멤브레인 스위치/팬터그래프 작동기를 탑재하고 있다. 아이락스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키 입력 압력은 55+-20 그램으로 가벼운 축에 속한다. 키 깊이는 일반적인 노트북 키보드와 비슷한 2.5mm, 키 간격은 19mm로 일반적인 수준이다. 알파 N키 롤오버를 지원, 동시에 2~6개의 키 입력이 가능하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제품인 LG X-Touch 키보드는 팬터그래프 작동기와 러버 돔 작동기의 사이에 걸터앉은 듯한 애매모호한 키감을 보여주는 반면, 6120과 6130은 팬터그래프 작동기 특유의 키감을 솔직 담백하게 보여준다.
쫀득거리며 손끝에 달라붙는 느낌, 절도 있게 끊어지는 구분감, 가볍고 경쾌한 맛이 잘 어우러져 있다. X-Touch는 물론이고 5만원대의 macally iceKey보다 훨씬 나은 키감이다. 이 쯤이면 IBM ThinkPad를 제외한 웬만한 고급형 노트북에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에 테스트한 엔지니어링 샘플에선 ‘E’를 비롯한 일부 키가 잘 입력되지 않는 문제가 발견되었다. 키캡을 들어서 확인해 봤더니, 러버 돔을 눌러줘야 할 키캡 하단부의 플라스틱 돌기가 제 위치에서 약간 빗나가 있었다.


위 그림처럼 키캡의 돌기가 러버 돔을 제대로 누를 수 있도록 위치를 조절한다

해결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돌기가 러버 돔 중앙부를 누를 수 있도록 키캡 위치를 조금만 조절해 주면 된다. 엔지니어링 샘플 버전에서 자주 발견되는 조립 미스로 보이는데, 정식 판매 제품에선 이런 문제가 없으리라 믿는다.

2004년 5월 24일 추가 : 정품 패키지에서는 키 입력이 잘 안되는 문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키감은 엔지니어링 샘플보다 약간 부드러워진 느낌이었습니다.


KR-6120의 멀티미디어 키는 너무 작고 얇다

6120, 6130은 크기가 작아서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높이 조절 받침대가 없거나 너무 얕아서 충분한 경사면을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6120의 멀티미디어 키와 특수 키는 별도 드라이버 없이 윈도우 2000/XP 이상에서 활용 가능하다. 다만 이 키는 너무 작고 얇아서 손끝으로 꾹 누르다시피 해야 한다. 뻑뻑한 리모콘 버튼을 누르는 듯 하였으니 불편하기 그지없다.

- 결론

아이락스 6120과 6130은 은빛의 알루미늄 케이스 혹은 검은색 케이스와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디자인, 뛰어난 공간 활용도, 정통 팬터그래프 작동기의 키감을 고루 갖춘 멋진 제품이다. 아이락스 코리아는 6130은 25,000원, 6120은 29,000원에 판매할 예정인데, 이는 X-Touch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macally IceKey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LG X-Touch의 애매모호한 키감에 실망했거나, 가격 때문에 macally IceKey 구입을 포기했다면 아이락스 6120과 6130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알루미늄 케이스에 어울리는 멋지고 아담한 디자인의 키보드를 찾던 사람들에게도 추천할만하다.
그러나 데스크탑 환경에서 노트북 배열의 키보드를 쓰고 싶지 않다는 사람, 팬터그래프 특유의 쫀득거리는 키감을 싫어하는 사람은 피하는 편이 좋으리라.

- DJ.HAN -

수정사항 : 아이락스에선 HP와 컴팩 노트북 키보드를 납품했으며, 삼성 노트북용 키보드를 납품한 사례는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리뷰를 일부 수정합니다.

5월 15일 추가사항 : 아이락스 코리아에서 출시될 실제 제품 중, KR-6130의 색상이 하얀색으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다음은 아이락스 코리아에서 보내온 제품 사진입니다.

저희도 아직 제품 실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품이 입수되는대로 리뷰 내용을 추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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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