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A 혹은 노트북용의 휴대용 키보드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크기를 대폭 줄인 미니 키보드, 다른 하나는 2단 이상으로 접히는 접이식 키보드다. 미니 키보드는 괜찮은 키감을 보여주지만 키 간격이 좁다는 것이 약점이며, 접이식 키보드는 적당한 키 간격을 확보한 반면에 기계적인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 3의 방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해외에서 모습을 드러낸 Pin Change의 레이저 투영식 키보드도 그런 시도의 산물이다. 헌데 국내에서는 이미 2001년도에 ㈜플렉시스에서 전세계 키보드 역사에 남을만한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은 바 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휴대용 실리콘 키보드였다.
플렉시스 키보드는 돌돌 말아서 들고 다닐 수 있기에 ‘돌돌이 키보드’란 애칭으로 불렸으며, PDA 사용자들 사이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PDA 시장 전체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플렉시스 키보드의 소식도 어느 순간엔가 뚝 끊겨버렸다.

헌데 최근 들어 ㈜자이로컴이 ㈜플렉시스와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고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다시금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플렉시스 키보드 FX200의 성능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검증해 보도록 하겠다.

제품 사양 #1
제작사 플렉시스/자이로컴(유통)
제품명 FX200
제품가격 38,000원 인터페이스 USB/PDA(전용)
크기 305x103x2.5 mm 무게 180g
키 개수64키 키 스위치멤브레인
키 작동기 - 키캡 모양

원형/사각형(Cubical)

자판 인쇄 - 측면배열 -

- 패키지

플렉시스 키보드 FX-200은 크게 일반 PC용 USB 버전과 PDA 버전으로 나뉜다. PDA 버전은 Palm/iPAQ/삼성 MITs용으로 나뉘고, USB 버전은 회색과 오렌지색의 두 가지 색상으로 구분된다.


위쪽이 오렌지색, 아래쪽이 회색


이번 리뷰에 사용된 PC용 회색/오렌지색 제품은 딱딱한 투명 케이스로 포장되었고, 안에는 FX-200 본체, 검은색 키보드 가방, USB 케이블, 매뉴얼 등이 담겨 있었다. 포장부터 내용물까지 상당히 충실했지만, 포장을 열 때 호치키스 심에 손가락을 찔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 외관

FX-200의 크기는 폭 305, 길이 103, 높이 2.5mm에 무게는 약 180그램이다. 키 개수는 일반 키보드에 비해 대폭 적은 64개다. 왼쪽 끝의 컨트롤러 부분은 딱딱한 플라스틱 프레임이고, 나머지 부분은 부드럽고 유연한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있다. 컨트롤러의 두께는 키보드보다 두꺼운 11mm였다.


HHK Lite II와 FX-200의 크기 비교


컨트롤러에는 미니 6핀 USB 단자가 내장되어 있는데, 동봉된 USB 케이블 길이는 1.1m로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PDA나 노트북 등에 연결한다면 상관없겠지만 책상 아래 놓여진 데스크탑 PC에 연결하려면 USB 연장 케이블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회색 키보드는 테두리가 흰색에 키 패드가 엷은 회색, 자판은 오렌지색으로 인쇄되었다. 오렌지색은 테두리가 짙은 회색이고 키 패드가 밝은 오렌지색, 자판은 흰색으로 인쇄되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색상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FX-200 전용 키보드 가방

키보드를 가져가야 할 때는 돌돌 말아서 키보드 가방에 넣는다. 가방 클립에 끈을 연결해 들고 다니거나, 허리띠에 차면 된다.

- 키 패드 및 레이아웃

FX-200의 키 패드는 전화기를 연상케 하는 둥글둥글한 모양새로 솟아났다. 키 패드의 지름은 약 12mm로 일반 키보드의 키캡에 비해 작은 편이다. 키 패드 위에 가늘고 깨끗하게 인쇄된 영문/한글 자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늘고 깨끗하게 인쇄된 영/한 자판

키 개수가 64개 뿐이니만큼 키 레이아웃도 상당히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상단 펑션 키 생략
2. 편집 키 생략
3. 텐 키 생략
4. Win 키 1개 탑재
5. Fn 키와의 조합으로 펑션 키/편집 키 기능 구현. 텐 키는 불가능
6. ~(`)키는 스페이스 바 우측으로 이동. Fn 키와의 조합으로 한/영 키로 작동
7. ?(/) 키가 쉬프트 키 하단, ~(`)키의 우측으로 이동
8. Del 키는 ?(/)의 우측으로 이동

~ 키와 ? 키, Del 키는 제 위치에서 벗어나 스페이스 바 우측에 일렬로 배열되었기 때문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 키감 및 사용감

FX-200은 멤브레인 키보드에 속한다. 실리콘 재질의 키 패드와 밑판 사이에 얇은 회로 필름을 삽입한 다음, 열로 녹여서 단단히 붙인 것이다.

㈜플렉시스의 기술 정보에 의하면, 필름에 새겨진 회로막은 탄소(Carbon)과 은(Silver)이 3:7 비율로 섞인 특수 잉크로 그린 다음에 UV 잉크를 3차례 분포하여 단선 불량의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성을 향상시켰다고 한다. 또한 실리콘 키 패드는 400g의 20만 번 타점을 가하고, 3kg의 하중으로 1분 동안 늘린 뒤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등의 철저한 신뢰성 테스트를 거쳤다.

이렇게 세심한 배려와 철저한 검증을 거쳤기에 내구성에 있어선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다. 구부리고 휘고 돌돌 말아도 회로가 끊길 걱정이 없고, 빈틈없이 아래위가 붙었기에 물이나 먼지가 스며들지 않는다. 재질이 재질이니만큼 타자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돌돌돌 말아서 갖고 다녀도 고장날 걱정이 거의 없다

유일하고도 치명적인 문제는 다름아닌 키감이다.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물컹거리는 느낌이다. 압력 변화가 거의 없는데다 소리조차 나지 않으니 키 입력을 인지하기 힘들다.
게다가 패드의 접점 부분 - 일반적으로 한가운데 - 을 정확히 눌러줘야만 키가 입력되는데, 스페이스 바나 엔터 키 등은 패드의 양쪽 끝에만 접점이 있기 때문에 오타가 잦은 편이다. 따라서 패드의 접점 부분을 힘있게 눌러주는 타이핑 습관을 키우지 않으면 계속되는 오타에 시달리게 된다.

- 결론

FX-200 USB/PDA 버전의 가격은 38,000원으로 책정되었다. 키감만 놓고 따져보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지만, 다른 각도로 따져보면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다.
체리를 비롯한 다른 회사에서 나온 방수/방진 미니 키보드의 가격은 1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FX-200은 방수/방진 기능은 물론 뛰어난 휴대성과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분진이 날리는 산업 현장에서 문제없이 쓸 수 있고,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라도 걱정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다. 이런 키보드가 3만원 대라면 도리어 저렴해 뵈지 않는가.
만일 방수/방진 기능과 휴대성, 내구성을 골고루 중시해야 한다면 FX-200보다 나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다만 특이한 키 배열로 인해 사용자 편의성이 크게 떨어지는데다 키감 역시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보통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구입하기가 망설여지는 제품이다. ㈜플렉시스는 ‘돌돌이 키보드’로 키보드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데서 만족하지 말고, 위에 언급한 약점들을 보완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 FX-200은 일반 키보드와 성격을 달리 하는 제품이므로 키감의 점수를 평균점인 5점으로 매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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