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필자와 같은 키보드 매니아나 수집가들을 위한 소품이다. 필자와 같은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읽어 주면 그 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다. 지기지우라고 필자와 같은 키보드 매니아가 점차 늘어가기를 바라면서 글을 시작한다.

왜 키보드는 매력적인가?

이것보다 더 저렴할 수는 없다 - 키보드는 우선 싸다. 그리고 그 어떤 하드웨어 보다 쉽게 수집이 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키보드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최고라고 해봤자 백 만원 수준이고 보통 2~3만원, 최저가는 단돈 1~2 천 원 정도에도 구할 수 있다. 그것뿐이겠는가? 운만 좋으면 재활용 코너나 쓰레기장에서도 몇 대 정도는 거저 얻는 행운이 심심지 않게 돌아오기도 한다.

그 어떤 컴퓨터 하드웨어가 키보드보다 저렴할 수 있을까? 돈이 있으면 있는 데로 돈이 없으면 없는 데로 모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키보드이다.

은밀한 나만의 아이템 - 주위를 돌아보자. 많은 사람들이 빠른 씨피유나 그래픽 카드, 이쁜 노트북, 고화질의 디카에 관심이 많다. 요즘에는 심지어 초딩조차도 이런 제품들의 스펙이나 최신 동향을 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인기 제품들의 수집은 다른 사람들에 이야기 감은 되겠지만 자신만의 즐거움을 은밀히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치 않다.

하지만 키보드는 어떤가? 어디 가나 널려있는 흔한 제품이지만 그 진가를 아는 사람들은 극히 적다. 지기지음이라는 고사가 생각나기도 하고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광고 카피가 머리에 번쩍 떠오르기도 한다.

좋은 키보드가 주는 존재감, 경쾌함, 전율을 범인들이 어찌 할 수 있을까?

레어와 빈티이지 사이에서 - 누구나 살 수 있고 어디에서나 팔고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너무나 재미없는 일. 이베이나 옥션에서 치열한 비딩을 통해 자신이 원하고 있는 제품을 얻었을 때 주는 쾌감은 무엇가도 비교할 수 없다.

기술 속도가 빠른 컴퓨터 업계에서 중고 제품의 수집은 그다지 의미 없는 일이다. 다만 키보드 수집은 예외라 할 수 있다.

키보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마치 진정한 오디오 매니아가 진공관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궁극의 키보드를 구하는 사람들은 레어나 빈티지 아이템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은 키감자체로는 키보드가 이미 80년대 후반~90대 초를 정점으로 점차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키보드 회사들의 기술력이 떨어졌기 때문은 아니다. 다만 예전의 기계식이나 스프링 버클링 방식으로 제작하기에는 키보드의 제조원가가 너무 올라가기 때문이다. 키보드는 이제 유럽이나 일본, 미국 등지에서 개발되는 돈이 되는 주변기기에서 필수적이긴 하지만 원가를 절약해야 되는 주변기기로 바뀌어졌다. 결국 이 때문에 대부분의 키보드는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평범한 디자인의 평범한 키감의 키보드에 만족할 수 없다.

좋은 키보드를 찾아 떠나는 끝없는 여행, 이베이나 옥션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통해 좋은 키보드가 있을만한 곳은 샅샅이 뒤져 본다. 힘들기는 하지만 이 과정자체가 나에겐 흥미진진한 일.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애플 Extended I, 애플 II GS 키보드와 같은 전설의 명품(?)를 획득하기도 했다. 그리고 불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전설의 금성 84 키보드나 삼보 체리 키보드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정서적인 존재 - 조선시대에는 좋은 문방사우(지,필,묵,연)를 갖추는 것이 선비들의 하나의 취미였다. 근자에 들어와서는 신사들은 몽블랑과 같은 명품 만년필을 하나쯤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것들이 단순한 필기 도구 그 이상의 존재였다. 그리고 2000년대에 사는 우리들이라면 당연히 좋은 키보드를 하나쯤 갖추어야 되지 않을까?

좋은 키보드는 찰칵거리는 소리로 귀가 즐겁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눈이 즐겁다. 또한 훌륭한 키감으로 손가락과 몸이 즐겁다. 또한 이런 키보드를 쓰면 상상력이 증폭되고 글을 쓰자면 순간적으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키보드야 말로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개개인의 정서에 가장 밀접한 주변기기가 아닐까? 필자 개인적으로는 키보드의 단순한 사양이나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서 하나의 키보드가 주는 정서적인 면이나 멋스러움을 더 중요시한다.

만약 여러분이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멋진 디자인과 좋은 키감의 키보드를 하나정도 가지고 있다면 그만큼 여러분의 정서는 남들보다 일견 풍요로와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르는 재미가 있다 - 키보드는 그 어떤 제품보다도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는 주변기기이다. 일년에 한두번씩은 마이크로 소프트나 로지텍과 같은 메이저 회사에서 제품을 메이저 체인지 하며 용산 시장에서 선보이는 단 몇천원짜리 저가 키보드는 그 종류를 헤아릴 수도 없다.

또한 매니아사이에서 유명한 키보드들은 굳건히 자사의 제품 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패션 키보드 콜렉션, USB 키보드 콜렉션, 기계식 키보드 콜랙션 등 다양한 콜랙션을 펼칠 수도 있다.

혹 이미 앞서가는 사람들은 단지 키보드를 수집하는 것에 넘어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모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키보드는 매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주변기기이다. 하지만 이처럼 키보드를 모으거나 즐기는 차원에서 참고해야할 몇 가지 사항을 적어본다. 이미 이 과정을 벗어난 동지들도 상당 수 있겠지만 필자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위한 바램이다.

기계식 키보드가 절대적인 해답은 아니다 - 최고의 제품을 위한 매니아들의 노력은 눈물 겹다. 대개의 매니아들은 삼성이나 세진 같은 평범한 키보드에서 시작해서 아론과 같은 무난한 기계식 키보드 궁극적으로는 이베이나 옥션에서 레어 콜렉션이나 빈티지 콜렉션을 뒤지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이러한 키보드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 상승은 자연스럽지만 일부 PC 통신 동호회나 컴퓨터 포탈 사이트에서 시작된 기계식 키보드 신드롬은 약간 우려할만한 사항이라고 느껴진다.

일반적인 상식인 기계식 = 키감이 좋다라는 전제는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언제나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이 메인 브레인 방식에 비해 월등하지는 않는다. 한 예로 필자가 가지고 있는 씽크패드 600의 키보드의 감은 이 키보드가 멤브레인 방식에다 심지어 노트북 키보드인데도 불구하고 웬만한 기계식 외장 키보드 감에 못지 않는 품질을 보여준다.

항상 최고의 키보드만을 찾고 있다가 우연히 들린 가계의 초저가 멤브레인 키보드에서 자신에게 딱맞는 키감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렇다. 최선의 키보드를 찾는 노력은 높이살만하지만 멤브레인 자체에 대한 거부 내지는 불인정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눈을 넓혀 다양한 키보드를 확인하고 골라보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키보드 관이 성립되리라 본다.



오프라인 가격 정보 사이트인 다나와(www.danawa.com)에 등록된 전체 키보드 목록 : 매우 다양한 제품이 등록된 것을 알 수 있다.  


물욕을 버려라 - 필자 역시도 키보드에 대한 어느 정도 물욕을 가지고 있음을 솔직히 인식한다. 그리고 특정 제품을 수집하는 단계에서 일정 부분의 물욕은 곡 필요하며 이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임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키보드 수집 도중 이로 인해 그 처리가 곤란해지는 경우를 꼭 염두해 두길 바란다. 가장 이상적인 키보드 소유양은 3~4개 정도이며 만약 10개가 넘어지면 키보드로 인해 적지 않은 공간의 희생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10개 이상의 키보드를 소유한적이 있었는데 거의 관리 불가능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집에서의 압박도 장난이 아니려니와 방안 이곳저곳에 나뒹구는 키보드를 인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스가 쌓였다.

또한 여러 개의 키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각 키보드에 동일한 애정을 쏟기는 거의 불가능하며 대부분 2~3개의 키보드만을 주로 사용하고 있음을 기억해 두자.

수집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 키보드 메니아라면 지나치게 많은 량을 쌓아두기 보다는키보드 2~3개 정도만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어떨는지. 키보드 자체를 즐기는 방법으로는 이와 같은 형태가 좀더 바람직 할 것이다.

같이 나누자 - 기계식 키보드나 고급 키보드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지만 대중들은 아직도 만 이삼천원 수준의 중저가 키보드가 키보드의 전부인줄 알고 있다.

혹시 좋은 키보드를 여분으로 가지고 있다면 이를 주위사람에게 나눠 보는 것은 어떨는지.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고급 키보드를 사용해본 사람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이에 대한 수요도 좀더 커지고 좀더 다양한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명품 키보드를 혼자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좋은 제품을 돌려가면서 같은 뜻을 지닌 동지들을 늘리는 것 이것이 바로 키보드 메니아의 궁극이 실천윤리가 아닌가 싶다. 필자도 직접 이렇게 키보드를 나누어주면서 느끼는 점은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기회가 없었던 것이었으며 국내 키보드 시장 상황이 한두개 메이저 회사 제품들과 중저가 키보드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키보드 매력에 관한 몇 가지 생각들을 적어 보았다. 가능하면 지엽적인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면을 기준으로 글을 읽어주면 고맙겠다. 결론적으로 키보드는 주변기기로써 막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몇가지 부분만 주의한다면 키보드나 이와 관련된 정보 수집과 같은 취미는 적극 추천할만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멋진 취미를 즐기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기를 바란다.

앞으로 키보드 매니아들과 좀더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면서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profile

키보드 매니아가 세계 최고 동호회가 되는 날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