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에 포함된 타건 영상은 실제 타건 시 느끼는 소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각 키보드마다 타건 소리의 차이와 타건 시 느낌 정도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영상은 같은 환경에서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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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손맛, 타건감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받은 모델은 차등 키압 모델로 위 사진의 오렌지 색 부분이 30g, ESC가 55g, 그외 키는 45g의 키압을 가진 차등 키압 방식입니다. 차등 키압이 가지는 의미는 다른 손가락에 비해 힘이 약한 새끼손가락을 배려한다는 점입니다. 30g의 키압은 다른 키보다 약하게 눌러도 반응함으로써 힘이 약해서 가장 피로할 수 있는 새끼손가락을 배려합니다. 하지만 저의 변태적인 타이핑 버릇으로 차등 키압의 기능을 상당 부분 썩히고 있습니다. 저의 이상한 타이핑 버릇은 뒤에 나올 타건 영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REALFORCE 87U 10주년 모델은 키압과 소음에 따라 3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제가 받은 차등 키압(55g, 45g, 30g) 버전이 있고, 모든 키의 키압이 55g인 균등 키압, 차등 키압 버전에서 소음을 줄인 저소음 버전이 있습니다.

 버전 선택에 있어 애초에 저소음 버전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저소음 버전은 조용한 사무실 등과 같이 마음껏 타건 할 수 없는 환경에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은 차등과 균등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사무실에 REALFORCE 86 차등을 쓰시는 분이 계셔서 타건도 해보고, HHKB Professional(이후 해피해킹)을 빌려서 타건도 해 보았지만, 오히려 더 고민만 될 뿐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차등 키압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차등 키압이 가장 리얼포스다운 키압과 키감을 제공해 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다른 기성 키보드에는 차등 키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만큼 리얼포스의 최초 설계 컨셉이 차등 키압에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45g 균등 키압인 해피해킹을 사용했을 때, 생각보다 키압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키압이 10g 더 높은 55g의 균등 키압을 사용하면 손가락에 무리가 가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차등 키압을 선택하는 하나의 이유가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키보드를 많이 치는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손가락이 편안한 선택을 하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선택한 리얼포스 차등 키압 버전을 받아서 타건해 봤을 때, 첫인상은 아주 부드럽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말랑말랑하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써봤던 기계식 키보드보다 말랑말랑한 키감이었습니다(해피해킹 보다도 말이죠). 회사에서 잠깐 쳐본 REALFORCE 86보다 훨씬 부드러운 키감이었습니다. 많은 분께서 같은 리얼포스라도 키감이 다르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고, 새 제품과 중고의 키감이 다르다는 말씀도 많이 하십니다. 제 경우에는 어디에 해당 사항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히 키감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리얼포스 10주년 모델(차등)의 키감은 45g 키압의 키를 눌렀을 때, 최초에 압력이 느껴지지만 쑤욱 빨려 들어가서 바닥을 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바닥을 칠 때, 딱딱하게 부딪힌다는 느낌보다는 약간 말랑말랑한 느낌입니다. 새끼손가락 부분의 30g의 키는 큰 압력 없이 그냥 쑤욱하게 바닥까지 내려갑니다. 압력이 약한 만큼 바닥을 강하게 칠 정도의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45g의 키보다 훨씬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반발력도 약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리얼포스를 타건하다가 다른 키보드를 타건하면 키압이 세게 느껴져 손가락에 힘도 많이 들어가고, 키가 바닥에 부딪힐 때 딱딱하게 느껴져 손가락에 충격도 많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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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jestouch 2 Ninja Tenkeyless(이후 마제2닌자)는 리얼포스를 받기 전 한 달가량 회사에서 사용하던 키보드입니다. 저를 갈축의, 기계식의 손맛에 빠져들게 만든 키보드입니다. 키를 눌렀을 때, 최초의 구분감과 그 후 바닥까지 내려가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반발력이 쫀득쫀득하다는 느낌을 주는 키감입니다. 이 갈축의 키감과 리얼포스의 키감은 쫀득함과 말랑함이라는 단순한 표현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다른 키감입니다. 마제2닌자가 필기할 때 쓰는 딱딱한 HB 연필이라면, 리얼포스는 그림을 스케치할 때 쓰는 부드러운 4B 연필 혹은 크레파스 같은 느낌의 키감입니다. 결정적인 차이라면 체리 스위치와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스위치와의 구조 차이겠지만, 리얼포스는 구분감은 없지만 체리 스위치보다 부드러운 압력과 바닥에 부딪힐 때도 말랑말랑하고 뭉툭한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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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ppoo Choc Mini(이후 나프촙)는 한 달여 전 기계식 키보드 입문으로 선택한 키보드로 제대로 기계식을 느껴보자는 마음으로 주변의 만류에도, 청축으로 구매한 키보드입니다. 청축의 화려한 클릭 소리 때문에 줄곧 집에서만 사용해 왔습니다.

 나프촙 청축의 키감은 마제2닌자보다 화려합니다. 키를 1/3정도 눌렀을 때, 띡(틱?)하는 클릭음이 나며 갈축보다 강한 구분감이 있습니다. 많은 분이 갈축의 키감을 설명할 때 청축에서 클릭음을 뺐다고 하시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갈축은 청축에 비해 구분감도 약합니다. 클릭음이 난 이후에도 청축의 키압은 갈축보다 강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강한 구분감으로 인해 그 이후에는 키가 쉽게 쑥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구분감이 강하다는 말은 그만큼 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말이니, 그 구분감을 넘기 위해 가한 힘은 그 이후에는 적은 힘으로 키를 누를 수 있게 만듭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키압은 청축이 높습니다. 이는 스위치 스펙에서도 청축이 50g±15g, 갈축이 45g±20g으로 청축이 높은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그리고 명확한 구분감을 제공함으로 때때로 키보드를 누를 때 바닥을 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클릭음이 나는 순간 글자가 입력되고 반발력도 강한 편이므로 타건 시 바닥을 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청축의 키감을 날리는 키감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재미난 키감과 클릭 소리였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때로는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청축의 키감은 리얼포스와 비교할 수 있는 키감은 아닙니다. 명백히 키감과 소리 등 모든 면에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청축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이유는 저 같은 초보자들은 백문이불여일타(百聞以不如一打)라는 말을 알고 있음에도, 여러 가지 상황상 글로 그 느낌을 알고 싶어합니다. 때문에 청축의 느낌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갈축과 비교해보시고, 리얼포스와 비교해 보시라는 뜻으로 장황하게 글로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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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HKB Professional은 이 리뷰를 쓰기 위해 잠시 빌려 온 키보드입니다. 리얼포스와 같은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의 45g 균등 키압의 스위치를 사용합니다.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한 이후로 많은 매니아들이 최후의 기성 키보드를 고를 때, 리얼포스와 함께 비교하는 키보드이며, 리얼포스를 뛰어넘는 최고의 키감이라는 평가도 많이 받는 키보드입니다.

 사실 저를 가장 많이 고민하게 만든 것이 바로 이 해피해킹 키보드입니다. 같은 스위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리얼포스와는 다른 키감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마 둘 다 타건해 보신 분들이라면 제 말에 공감을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느끼기에 둘은 전혀 다른 느낌의 키감입니다.


 제가 가진 리얼포스가 차등 키압이기에, 55g 균등 키압의 리얼포스를 만져보면 또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피해킹 키감의 첫인상은 마제2닌자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비슷하지만 같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제2닌자나 리얼포스보다 키압이 높다는 느낌이 우선 들었고(사실이 아닌 느낌입니다), 키를 누르는 시작부터 키압이 느끼면서 누르게 됩니다. 구조상으로 볼 때는 구분감이 없어야 하지만, 압력의 차이에서 오는 미묘한 구분감이 있었습니다. 이점의 리얼포스와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리얼포스가 그냥 부드럽게 쑤욱하고 들어간다면, 해피해킹은 최초의 일정 압력까지 버티다가 쑥하고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리얼포스 보다 힘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바닥에 부딪히는 힘도 강해집니다. 당연히 그만큼 반발력도 강해집니다. 해피해킹의 키감은 갈축의 쫀득함과 함께 리얼포스의 말랑함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힘으로 키를 누르고, 그 키가 바닥에 부딪혔을 때는 리얼포스가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키보드를 세게 눌렀을 때, 리얼포스에서는 ‘사각사각’하는 소리(느낌)가 해피해킹에서는 ‘도각도각’하는 소리(느낌)가 납니다. 참으로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차이입니다.







 결론적으로 기계식 키보드가 각이 선 느낌이라면 리얼포스나 해피해킹은 좀 더 뭉툭한 느낌입니다. 이런 차이를 볼 때, 어떤 것이 더 좋다거나 어떤 것이 더 나쁘다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느낌 저런 느낌이라는 서로 다른 느낌, 서로 다른 키감이 있을 뿐입니다. 어떤 분들은 리얼포스의 키감이 심심하다고 평하고, 기계식 키보드(혹은 커스텀 키보드)를 사용하고 계십니다. 또, 리얼포스의 차등 키압이 인체공학적이냐고 따지고 들면, 흔히 알고 있는 좌우가 분리된 형태의 인체공학 키보드보다 리얼포스 키보드를 사용할 때 손(손가락, 손목 등)의 피로가 덜하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근거도 없습니다(손가락만 놓고 따진다면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인체공학 키보드, 즉, 멤브레인 키보드나 펜타그레프 키보드보다 리얼포스, 해피해킹,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이 훨씬 재미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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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재미”입니다. 그저 재미로 라는 Just For Fun!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어릴 때는 좀 더 순수하게 컴퓨터를 좋아했습니다. 커서 어른이 되면 타자만 치더라도 컴퓨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때의 그 느낌, 그 설렘은 나이가 들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머를 업으로 하면서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할 뿐입니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 넘어서 접하게 된 이런 키보드 매니아의 세계는 타자연습을 하던 어릴 적 기억을 다시금 끄집어내어, 여전히 키보드를 누르는 일은 재미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어디서 본 말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키보드에 빠지면 세상의 모든 키보드를 다 쳐보고 싶어진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는 아마도 키보드마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최고다." 혹은, "최상이다."라는 수식어를 빼고, 기계식이나 해피해킹에 비해 다소 재미는 없을지라도, 저는 리얼포스의 부담 없는 키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Noppo Choc Mini, Cherry MX Blue

Majestouch 2 Ninja Tenkeyless, Cherry MX Brown

FC200R, Cherry MX White

RealForce87U 10th Anniversary Special, Differential Peak Force

RealForce87U Black, Differential Peak Fo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