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남녀를 불문하고 포동포동 살이 올라야 귀족적인 용모로 대접을 받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남녀를 불문하고 살찐 사람은 천민 대접 받기 일쑤다. 덕분에 헬스클럽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별의별 해괴한 다이어트 방법과 다이어트 음식이 쏟아져 나온다.


체중감량은 인간 뿐만이 아니라 전자제품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 유행이다. 소니의 워크맨이 등장한 이래 가전제품은 너나 할것없이 무게를 줄이는데 역점을 두었다. 컴퓨터 역시 모바일 컴퓨팅 시대에 맞춰 군살을 빼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데스크탑 컴퓨터도 점차 작아지고 가벼워지고 있다.

물론 덩치가 큰 컴퓨터에도 장점은 있다. 여유가 있는만큼 확장성이 뛰어나고 여름철 CPU 과열의 우려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공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데다 다른 장소로 옮기기도 만만찮고, 한번 뜯어서 정비를 하려면 온 방안이 난장판이 된다. 결국 컴퓨터도 다른 전자제품과 마찬가지로 소형화, 경량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당연한 추세다.


그런데 소형화, 경량화의 열품은 본체 뿐만이 아니라 키보드와 마우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10년 전 기계식 키보드의 전성기 시절에는 거의 대부분의 키보드가 1.7~2kg 사이를 오갔지만 이제 그렇게까지 중량감 넘치는 키보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체리 키보드의 상위 모델인 G81이 1.6kg에 그치고, 국산 아론 키보드는 대부분 모델이 1.3kg 정도다. 일반적인 멤브레인 키보드의 경우엔 1킬로그램 이상 나가는 물건이 없다시피 하다.


이는 마우스의 세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10여년 전 마우스가 처음 보급될 무렵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거운 마우스를 선호했다. 어떤 사람은 마우스 볼을 빼내고 비슷한 크기의 쇠공을 집어넣을 정도였다. 하지만 모바일 컴퓨팅 환경이 확산되면서 덩치크고 무거운 마우스를 고집하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키보드나 마우스는 책상 위나 아래에 모셔놓는 컴퓨터 본체와는 달리 직접 손으로 만지는 부품이다. 일방적인 소형화, 경량화가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아론 블랙 우레탄 키보드(106)


필자는 개인적으로 애플 파워북과 PC 1대씩을 사용하고 있으며 테스트용으로 별도의 PC 1대를 준비해 놓고 있다. 개인용 PC에는 아론 블랙 미니 키보드와 MS 인텔리마우스 옵티컬을 연결했으며 테스트 PC에는 아론 블랙 우레탄 키보드(106)와 로지텍 볼마우스를 연결해서 쓴다. 파워북에는 가끔 가다 일레콤 BitGrast 미니 마우스를 연결하곤 한다.


아론 블랙 미니 키보드는 분명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썩 나쁘지 않은 디자인, 꽤 감칠맛나는 키감, 게다가 자리도 적게 차지한다. 하지만 그 나머지는 단점이다.

키 레이아웃이 특이하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작고 가볍기 때문에 격렬한 타이핑을 받쳐주지 못해 뒤로 밀리기도 한다. 가끔 가다 키보드를 사용하는 서버 시스템에는 적당할지 몰라도 자주 사용하기는 곤란하다 싶을 정도다.


인텔리마우스 옵티컬은 마우스치곤 상당히 육중한 편이다. 스펙 상의 무게가 1파운드(약 450그램)로 로지텍 볼마우스의 2배에 달하는데다 크기 역시 만만찮다. 어중간한 자세로 마우스를 쓰노라면 손목이 아플 정도다. 하지만 무거운만큼 정확한 마우스 포인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Back/Foward 버튼의 유용함도 한번 맛들이면 헤어나기 힘들다.

BitGrast는 인텔리마우스 옵티컬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을 달린다. 크기는 폭 3.85센티, 길이 6.85센티, 높이 2.6센티미터에 불과하며 체감무게는 100그램에도 못 미친다. 보통 마우스의 절반 이하, 3분지 1 크기에 불과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확한 포인팅은 꿈꾸기 어렵고 휠 이외의 부가기능은 찾아볼 수도 없다. 하지만 손가락 끝으로도 가볍고 편히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다.


키보드나 마우스가 큰 것이 좋으냐, 작은 것이 좋으냐 혹은 가벼운 것이 좋으냐, 무거운 것이 좋으냐 하는 문제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 다르고 환경에 따라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큰 손으로 키보드와 싸우듯이 격렬한 타이핑을 즐기는 사람은 크고 무거운 키보드를 좋아할 것이다. 작은 손으로 천천히 타이핑하는 사람에겐 작고 가벼운 키보드도 무방하다. 좁은 책상에는 작은 키보드가 어울리고 널찍한 책상엔 육중한 키보드를 올려놔야 폼이 난다.

정확한 마우스 포인팅을 선호하는 사람은 무거운 마우스를 고집할 것이다. 손목과 팔에 부담을 주기 싫다면 가벼운 마우스를 고르는게 옳다. 노트북과 함께 들고 다닐 생각이라면 가능한 작은 마우스를 선택해야 된다.


그러나 환경이라는 요소, 그 중에서도 '공간의 문제'는 극복하지 못할 장벽이다.

모든 사람들이 대궐처럼 넓은 집에 살고 운동장처럼 널찍한 책상을 가지고 있다면야 좋겠지만, 선택받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바닥만한 집에 코딱지만한 책상을 갖고 있을 뿐이다. 본체도 작아지는 형편인데 한갖 주변기기인 키보드나 마우스가 어찌 이를 따르지 않으리오.


필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애플 확장 키보드 I과 인텔리마우스 옵티컬을 동시에 사용하고 싶지만 좁은 책상 위에 그 엄청난 덩치들을 한꺼번에 모실 방법이 없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된다. 아론 키보드에 적응하느냐, 아니면 인텔리마우스 옵티컬을 버리느냐. 몇달째 고민하고 있지만 선뜻 결론내리기 어렵다. 글쎄, 체리 미니 키보드를 구입하면 이 고민이 풀리려나? 웬지 별로 달라질것 같지가 않다.


- DJ.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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