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문서는 일본의 건인(鍵人) 사이트의 '키보드 구조사' 중 '판모양 용수철 작동기' 부분을 번역한 것입니다(이 문서의 번역 및 게제를 혼쾌히 허락해 주신 건인 관리자 IT씨에게 감사드립니다.). 알프스 전기의 기계식 스위치와 그 특허 내용에 관해 자세히 해설하고 있는 귀중한 문서입니다. 알프스 스위치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키 스위치의 명문, 알프스 전기

미국 특허의 키보드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노라면 일본 메이커의 이름이 빈번히 나온다. 미국 특허니만큼 당연히 미국 기업의 비중이 높지만 일본 기업도 3, 4할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중에서 알프스 전기는 키보드 역사에 독특한 발자취를 남긴 회사다. 현재도 알프스 전기의 스위치는 Dell이나 Filco의 키보드에 사용되고 있으며, 마니아들 사이에선 고급 기계식 키보드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박(朴)씨TED씨(역주 : ’건인’ 사이트의 정보 제공자 중 한명의 필명)에 의하면 1980년대 중반, 알프스 전기의 키보드용 스위치 시장 점유율은 무려 8할을 넘었다고 한다. 그분들의 말을 인용해 보자.

...속칭 BigFoot으로 불리는 스위치의 실제 제품 번호는 SKCM이다. 그 당시(80년대) 미국 등지의 컴퓨터 메이커에선 일부러 자사 제품의 카탈로그에 ‘Alps의 CM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다’라는 문구를 넣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은 제품이다. 일본에선 도무지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 스위치를 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메이커의 신용이 높아질 정도였다...

워낙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에 알프스 스위치의 카피 제품도 적지 않게 등장했다. 다만 아래의 특허 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특허권 소유자는 알프스 전기였으므로 제품 카피는 명백한 불법 행위였다. 그러나 그 뒷면에는 OEM 사업을 둘러싼 복잡한 사정도 있었던 듯 하다. 박씨TED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당시 알프스 전기는 기계식 스위치를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공급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질 높은 카피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를 묵인하기도 했다. 또한 카피 메이커를 원조, 육성하기도 했다...

확실히 1990년대 후반, PC 가격이 극적으로 떨어지면서 알프스 스위치는 대다수 PC 메이커 제품에서 모습을 감췄다. Dell의 BigFoot조차 이즈음에는 카피 스위치를 탑재했다는 설이 있다.

여담이지만 알프스 전기는 1999년에 플린스톤 채권 사기사건(아래의 박스 기사 참조)에 말려들어 200억엔 이상의 거액 손실을 기록했다. 재무 담당자가 리베이트를 받고 무모하게 투자를 했다가 사기를 당한 모양이다. 필자의 대학원시대의 선배가 알프스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이 사건 이후로 영업 부서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 보니 기초연구에 종사하는 사원의 숫자를 줄여야만 했던 모양이다. 회사 입장에선 불가피한 조치였겠지만, 기껏 취직한 회사에서 그런 꼴을 당했으니 참으로 운이 없는 사람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따져보면 알프스 전기는 키보드 역사상 최고의 기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 최고의 기술자들을 지휘하는 경영진은 어리숙하기 그지없었다.

플린스톤 채권 사기사건 - 1991년경, 미국의 플린스톤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일본 자회사인 크레스벨 증권에서 ‘플린스톤 채권’을 일본 기업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높은 금리에 현혹된 일본 기업은 앞다투어 플린스톤 채권에 투자했으며, 결과적으로 알프스 전기와 야쿠르트 본사를 비롯해 약 76개사가 총 1200억 엔을 상회하는 거액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플린스톤의 마틴 암스트롱 회장이 이 막대한 투자금을 횡령하는 바람에 여기 투자한 일본 기업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손실을 겪었다.

판형 스위치의 기본특허


IBM 키보드 5576-001

5576-001에 사용되고 있는 알프스 스위치의 원형은 동사의 Taneo Murata씨가 1974년에 제출한 미국특허 3899648에서 처음으로 나타난다. 특허명은 Nodally operable push button switch. 의역하면 ‘덜컥하는 느낌으로 눌리는 버튼 스위치’가 될 것이다.
아래쪽의 그림은 판형 스위치의 상세한 그림과 전체 조립도를 확대한 것이다. 그림에서 보여지듯이, 구부러진 판형 용수철은 일정한 하중이 걸렸을 때 좌굴 현상을 일으킨다. 이것이 본 특허에서 말하는 snap-action 효과다. 비교적 오랫동안 키 압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림에서 6번으로 표시된 일반 용수철을 병용하고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판형 용수철을 쓴 스위치는 그때까지 여럿 있었지만 좌굴 현상을 nodal action에 응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새로운 발상이었다. 5576-001과 002의 타이핑 느낌은 ‘블라인드를 뚝 하고 구부리는 듯한 소리’라고 표현된다. 블라인드를 구부릴 때도 역학적으로 동일한 좌굴현상이 일어나니만큼, 그런 의미에서 따져보더라도 매우 정확한 표현이다.


The Alps mechanical switch, cited from US Patent, 3,899,648

생각해보면 IBM의 버클링 스프링 작동기 역시 좌굴 현상을 이용하고 있다. 러버 돔 타입의 키보드의 뚝 떨어지는 느낌도 - 선형 탄성체가 아니므로 다소 의미는 다르지만 - 좌굴현상에 기초하고 있다. 컴퓨터의 키보드가 현대적인 의미의 키보드가 된 것은 '인류가 좌굴 현상을 응용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중략)

이 시기, 알프스 전기 이외에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판형 용수철 구조를 제안했다. 이를테면 1971년 휴렛팩커드는 Keyboard having switches with tactile feedback 이라는 특허를 제출했다. 판 용수철의 좌굴현상을 힘-변위도로 설명하는 등, 상당히 평가할만한 가치가 있는 특허다.
하지만 설명을 읽어보면, 알프스 스위치만큼 적절한 입력 압력을 확보하지 못하는데다 키감도 압도적으로 뒤떨어지리라 짐작된다. 그래프의 축에 숫자가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발명자 자신조차 이 장치가 실용단계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을 개량한 듯한 판형 스위치가 1975년 Tactile feedback keyboard switch assembly and actuator라는 이름으로 US3969600으로 제안되었다. 최대하중이 140gf로 설정되어 있는 등,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점이 많지만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A primitive pushbutton switch with leaf springs, cited from US Patent, US3941953.

IBM 키보드에 채용되기까지의 사정

재미있는 점은, 알프스 판형 스위치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것은 1983년에 일본 IBM에서 발표한 멀티 스테이션 5550이란 사실이다. 당시 IBM은 버클링 스프링 작동기의 독점적인 특허를 갖고 있었으며 1981년의 IBM PC 발표 이후, IBM의 키보드 제조 부문 - IBM 키싱턴 사업소 - 는 착실하게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씨TED씨의 제보에 의하면) 위 기종은 일본 독자 사양이었기 때문에 스위치 공급을 행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필자처럼 DOS/V가 일본시장을 석권한 이후에나 PC를 접한 젊은 세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멀티스테이션 5550은 DOS조차 쓸 수 없는 일본 시장 전용의 워드 프로세서 기기였다. 대당 100만엔 이상의 값비싼 물건이었으니 독자 사양의 키보드를 탑재했다는 사실이 신기해 뵈지 않을 정도다. 이 키보드 개발에 참여한 것은 당시 수위의 스위치 메이커였던 알프스 전기였다.

일본 IBM의 발주를 받은 알프스 전기의 기술자들은 미국 IBM의 버클링 스프링 장치 특허에 저촉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일본 IBM측의 엄격한 요구에 부합되는 물건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하여 약 1년 반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것이 4773313 등에 채용된 알프스 스위치였고, 최종적으로 5550 키보드를 양산하기까지 약 2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요즘 같아선 생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시간을 들인 셈이다.

또 하나의 알프스 스위치

IBM에선 버클링 스프링 이후 키보드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명이 없었지만, 알프스 전기는 1980년대에도 굉장한 스위치를 만들어냈다. 현재까지도 Filco를 비롯한 여러 메이커가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스위치를 알프스 II(*주 1)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생산 개수를 따져보면 5576용의 판형 스위치보다 알프스 II 쪽이 훨씬 많을 것이다.
알프스 II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접점의 On-Off 동작의 방향이 키를 누르는 방향과 직각으로 교차한다는 점이다. 즉, 키를 누르면 전극이 가로로 움직여서 전류가 통한다. 당초 이 방식은 전기적 특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알프스 전기가 1977년에 제출한 특허(US4153829)에는 ‘sliding noise와 chattering이 없는 양호한 전기접점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보하기 위해서는 이런 건전한 발상이 필요한 법이다.

(* 주 1 : 본 스위치는 알프스의 온라인 샵에서 ‘소프트 푸쉬 스위치’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듯 합니다. 속칭 Bigfoot은 스위치의 정식 명칭이 아닙니다)

알프스 II식 스위치에 관한 특허는 1985년에 제출되었는데 그 제목이 재미있다. “Pushbutton switch with aural confirmation of operation”. 해석해 보면 ‘귀로(aural) 조작을 확인할 수 있는 누름식 버튼 스위치’란 뜻이다. 키보드 관련 특허 중에서 tactile이란 형용사는 자주 눈에 띄지만 aural이란 단어는 보기 드물다. 발명자 Taneo Murata는 본문 중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It is the main object of the preset invention to provide a pushbutton switch which is excellent from the viewpoint of human engineering in that it can not only give a tactile feel but also produce a clicking sound within the switch casing when the switch is actuated.
(cited from US Patent, US4642433.) It is the main object of the preset invention to provide a pushbutton switch which is excellent from the viewpoint of human engineering in that it can not only give a tactile feel but also produce a clicking sound within the switch casing when the switch is actuated.
(cited from US Patent, US4642433.)

… 이 발명의 최대 목적은 인간공학적인 시점에서 아래와 같이 뛰어난 버튼 스위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위치가 작동할 때, 적절한 촉각(tactile)을 제공하는 동시에 스위치 내부에서 클릭 음을 내는 것이다 …

이것은 실로 획기적인 착안이 아닐 수 없다. 1980년대 중반에 와서 시대가 진보했음을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1970년의 키보드 기술 개발의 역사는, 손끝으로 압력 변화를 느낄 수 있는(tactile) 스위치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 금자탑은 IBM의 버클링 스프링 기술이었다. 그러나 일본인인 필자에게 있어서 버클링 스프링 방식 키보드의 둔탁한 용수철 소리의 잔향은 상당히 귀에 거슬렸다.
그러나 1980년대, 알프스 전기의 기술자는 과거의 수준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전기 접점으로써의 신뢰도에 촉감과 타이핑 소리의 맛을 더했다. 이 모두를 수준급으로 갖춘 알프스 II 스위치는 지금까지도 많은 키보드 마니아를 매료시킨다.


The operation of the "Alps II ", which is a tentative notation of the present author, cited from US Patent, US4642433.

그럼 알프스 II 스위치의 동작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림에서 4라는 번호가 붙은 곳에는 일반 용수철이 들어가 있는데 그 반발력은 좌우의 판 용수철이 조절하도록 되어 있다. 6은 contact spring이라 불리며, 이것이 5와 접촉하면 전류가 흐르게 된다.
문제의 클릭 음은 판 용수철 7이 내벽 1e를 치는 순간 발생한다. 자세한 작동 순서에 대해서는 Qwerter’s Clinic의 훌륭한 해설을 참조하기 바란다. 한가지 지적해야 할 점은 알프스 II의 촉감(tactile feel)이 좌굴 현상에 기초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통제불능의 야생마처럼 제멋대로 일어나는 좌굴 현상에 의지하는 대신, 2개의 판 스프링을 정밀하게 배치해 치밀하게 계산된 촉감을 만들어 낸다. 굉장히 멋진 기계다.

알프스 전기는 알프스 II라는 걸출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시대는 어느덧 1990년대로 접어들었다. PC 대중화의 물결을 타고 등장한 새로운 시장은 알프스 II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감수성을 지니지 못했다. 그 대신에, 미숙한 제조 기술로도 그런대로 쓸만한 품질의 키보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러버 돔 작동기가 환영 받았다.

- DJ.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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