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한참 쉬다 쓰려니 쉽지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 두 대씩 받은 샘플들이 산을 이루고 있으니. 이제 때가 된 것일까? 어쨌던 이번에 리뷰로 다룰 제품은 Genius KB-29e. 요즘 보기 드물게 오피스 키보드 형태로 나온 제품으로 킬러 기능으로 계산기 기능을 탑재했다. 깔끔한 디자인과 각종 단축키, 또한 특정 사용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계산기 기능을 탑재한 수준급의 제품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Genius KB-29e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기로 하자.

제품 사양
제작사Genius/(주) 이강물산
제품명KB-29e Calculator
제품가격2만원대 중후반인터페이스PS/2
크기485x215x25mm무게미정
키 개수한글 106 + 30개 단축키 (키보드 휠 버튼, 멀티미디어 버튼 포함)키 스위치멤브레인
키 작동기러버돔키캡 모양

원통형(cylindrical)

자판 인쇄실크스크린측면배열스텝 2



KB-16e와 KB-29e 비교

Genius KB-29e를 살펴보기 전에 보급형 키보드인 KB-16e와 KB-29e에 대해 잠깐 비교해 보기로 하자. Genius KB-16e는 KB-29e의 보급형 제품으로 KB-29e의 전자 계산기 기능이 빠져있는 모델이다. 또한 제품 색상 부분도 두 기종이 다른데, KB-16e은 전체가 블랙으로 처리되어 있고 KB-29e의 경우에는 블랙과 펄 느낌의 하늘색 투톤으로 되어 있다. 그외 KB-16e에선 KB-29e 단축키 중 일부 키가 빠져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그림 1. Genius KB-16e의 모습



그림 2. Genius KB-29e의 모습


오피스 키보드란?

누가 오피스 키보드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라 하겠다. 멀티미디어 키보드의 정의를 내리기가 힘들 것처럼 오피스 키보드도 그 정의를 내리기가 까다롭다. 한때 오피스 키보드란 말이 유행처럼 쓰이고 이에 해당되는 디자인의 키보드가 꽤 여러 종류가 나왔지만 현재 국내 시장에는 Genius KB-29e를 제외하고는 여타의 키보드를 찾기 힘들다. 일단 오피스 키보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오피스 키보드가 그 원조이므로 이 키보드 특징을 살펴보는 것이 오피스 키보드의 정의를 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아래의 사진을 살펴보자.


그림 3.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키보드의 키 배열


마이크로 소프트 오피스 키보드의 경우에도 일반 키보드 부분은 자사의 MS 인터넷 키보드나 인터넷 키보드 Pro와 그 차이가 크지 않다. 기껏해야 키패드 상단에 일반 키보드에 보기 힘든 ‘(‘ 혹은 ‘)’ 키들이 붙어 있는 정도이다.

MS 오피스 키보드에서 눈 여겨 볼 점은 키보드 좌측 영역으로 이곳에는 다른 키보드에서는 보기 힘든 키보드 휠, Copy, Cut, Paste 그리고 어플리케이션 스위치 버튼이 붙어 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대략적인 오피스 키보드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오피스 키보드는 멀티미디어 키보드에 인터넷 혹은 오피스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요소를 추가한 제품이라고 요약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 정의도 다소 난해한 것이 일부 멀티미디어 키보드는 위에서 설명한 오피스 키보드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로지텍의 무선 멀티미디어 키보드가 그러하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쉬운 방법은 제품명에 오피스 키보드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제품의 특징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제조사이므로 그 제품에 오피스 키보드란 명칭이 붙어 있으면 오피스 키보드인 것이다. 다소 무책임해 보이지만 오피스 키보드란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제조사의 모델명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듯 싶다.

오피스 키보드, Genius KB-29e의 특징과 키 배열

오피스 키보드인 Genius KB-29e는 과연 어떤 특색을 가지고 있을까? 표준 키보드와 차이가 나는 Genius KB-29e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Genius KB-29e의 휠 스크롤 및 오피스 대응 부분. 키보드의 좌측 면에는 MS 오피스 키보드와 동일하게 스크롤 휠이 붙어 있으며, P, EX, W라 쓰여있는 비스듬한 형태의 타원 버튼이 존재 한다. P, EX, W 버튼은 다름아닌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를 뜻하는 글자의 약자이다. 이왕이면 오피스 아이콘이나 제품명을 새겨놓았다면 더 좋으련만 약자로 표시하여 다소 직관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키보드 좌측 키보드 스크롤 휠 위에는 작은 크기의 슬립 버튼이 위치 한다. 그다지 사용 빈도가 높은 키는 아니지만 가끔 자리를 비울 때에는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4. Genius KB-29e의 좌측면


둘째는 Genius KB-29e의 인터넷 및 멀티미디어 대응 부분이다.

우선 키보드 상단 좌측 면에는 IE의 네비게이션 버튼에 대응하는 단축키가 위치해 있다. Back, Forward, Stop, Refresh, Search, Favorite 등 총 여섯 개의 단축키는 IE의 네비게이션 버튼의 위치와 동일하다.

키보드 상단 중앙에는 멀티미디어에 대응하는 키들이 두 줄로 구성되어 있다. 위 줄에는 묵음(Mute), Rewind, Forward, Volume UP 버튼이 아랫줄에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실행, Play(Pause), Stop, Volume Down 버튼이 존재한다.

멀티미디어 단축키 우측에는 웹 브라우저, 이메일, 데스크탑 단축키가 존재한다. 사용자는 이들 단축키를 눌러 웹 브라우저나 이메일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으며 데스크탑 화면은 바로 액세스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림 5. Genius KB-29e의 멀티미디어 단축키


셋째, Genius KB-29e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 계산기가 고스란히 키보드 우측에 구현되어 있다.

전자 계산기 액정을 위로 두고 상단에는 SEND, MR, MR, PC/CAL 키가 하단에는 CE/AC, M+, M-, -> 키가 위치하고 있다. 그 중 SEND, PC/CAL 키가 특이하다. SEND 키는 KB-29e 전자 계산기의 계산 결과를 PC로 보내는 기능을 수행하며 (전자계산기, CAL 모드에서) PC/CAL 키는 PC 숫자 키 패드와 전자 계산기 기능을 전환할 때 사용한다.
지금까지 KB-29e의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 보았는데 오피스와 인터넷, 멀티미디어를 대응한다는 점과 타 키보드와 달리 전자 계산기를 탑재했다는 점에서 이를 오피스 키보드라고 부르기는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그림 6. Genius KB-29e의 전자계산기 단축키


키보드 디자인 및 외관

Genius KB-29e의 실제 모습은 사진에서 보는 것 보다 더 나았다. 전체적으로 본체와 키캡은 최근 유행을 따라 모두 블랙으로 처리되어 있으며 좌측 영역과 키보드 상단의 단축키 영역은 샴페인 느낌의 하늘색으로 처리되어 있다. 블랙과 펄이 들어간 하늘색은 무척 잘 어울려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단축키 영역의 타원 혹은 역 삼각형 버튼들은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못 봐줄 정도의 외관은 아니다. 다만 유선형이 아닌 좀더 각진 디자인 이었다면 좀더 정갈한 느낌이 들었을 같은데 다소 아쉽다.

키보드 상단 중앙의 Genius 로고와 주위의 멀티미디어 관련 단축키들은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Genius KB-29e는 중 상급 정도의 키보드 디자인으로 집이나 사무실에 올려 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디자인이라 하겠다. 별도로 제공되는 손목 받침대 부분도 키보드와 같은 검정색으로 처리되어 키보드와 연결 시 잘 어울리는 편이다.

Genius KB-29e의 유용성은?

위에서 Genius KB-29e의 인터넷, 멀티미디어, 전자 계산기 기능 등이 핵심 기능이라 언급한 바 있다.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과 실제 기능이 쓸만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KB-29e이 제공하는 핵심 기능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한번쯤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선 각종 단축키들의 유용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단축키는 두 가지 면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첫 번째는 각 키의 배열이 적절한 가 또 쓸만한 키감을 제공하는가 하는 물리적인 부분이고 두 번째는 제공되는 구동 소프트웨어의 품질에 관한 부분이다.

일단 단축키의 물리적인 부분에서 보면 배열 자체는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좌측에 오피스 단축키와 휠 버튼을, 키보드 상단 좌측에 익스플로러 대응 단축키, 중앙에 멀티미디어 단축키, 우측에 전자 계산기를 위치한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배열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처음엔 다소 고전했지만 그렇지 반나절 정도 사용하다 보니 KB-29e의 단축키의 배치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다만 여타 멀티미디어 키보드와 같이 Genius KB-29e의 단축키 키감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대부분의 멀티미디어 키들이 그렇듯이 각종 단축키 들은 표준 키의 형태에서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키의 깊이도 무척 낮기 때문에 제대로 된 키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단축키가 구색이 아니라 실제 사용할 만한 키가 되기 위해서는 키의 형태나 단축키의 키감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런 부분까지 투자를 하는 키보드 업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단축키들의 기능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사용 빈도는 떨어지게 된다.

또 하나 KB-29e 단축키 사용을 막는 부분은 타 업체에 비해 떨어지는 키보드 구동 드라이버이다.

아래의 그림 7를 살펴보기로 하자. 아래의 캡쳐 화면은 Genius KB-29e의 On Screen Display 화면이다. 해당 키보드가 어떤 기능을 작동하는지 화면에 보여주는 기능이라고 하는데 실제 써보면 거의 쓸 일이 없다. 의도는 좋았지만 굳이 필요가 없는 부분을 집어 넣음으로써 드라이버가 번잡해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림 7. Genius KB-29e의 On Screen Display


그리고 그림 8은 Genius KB-29e의 단축키 설정 기능이다. 이 부분 역시 타사의 키보드 드라이버에 비해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KB-29e가 총 22개의 단축키를 제공하지만 (휠 스크롤 단축키 및 멀티미디어 단축키 포함) 그 중 총 9개만을 설정 할 수 있다. 더욱이 타 키보드 드라이버와 달리 Alt, Ctrl 키와 단축키의 조합 기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활용성은 더욱 떨어진다.

둘째, KB-29e의 멀티 미디어 키의 문제인데 이들 키는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만 대응한다. 이는 다소 답답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MP3는 애플의 iTunes로 동영상은 GOM Player를 재생하고 있다. 이럴 경우 Genius KB-29e의 멀티미디어 단축키들은 전혀 쓸모가 없게 된다. 사소하면 사소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제조사의 태도가 아쉽다고나 할까?


그림 8. Genius KB-29e의 단축키 설정 화면


지금까지 KB-29e의 유용성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이야기를 적었지만 KB-29e의 내장 계산기 기능에 대해서는 칭찬을 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계산기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엑셀에 익숙해진 덕분에 계산기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컴퓨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전자계산기를 사용한다. 간단한 수준이라면 계산기로 숫자를 계산하는 것이 훨씬 빠를 수 있으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컴퓨터가 놓여진 책상, 특히 키보드가 올려져 있는 책상의 경우 계산기를 놓기가 애매할 때가 있다. 특히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전자 계산기는 생각보다 덩치가 크므로 대부분 키보드 아래쪽에 놓게 되는데 넓은 책상이라면 상관 없지만 책상 공간이 좁을 경우 계산기가 애중간하게 걸칠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에 Genius KB-29e 계산기 기능은 안성 맞춤이다. 일단 계산기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키보드와 거의 동일한 크기이며 계산기 혹은 키보드의 숫자 키보드 모드로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 뿐인가? 컴퓨터를 켜놓지 않더라도 키보드 포트에 키보드만 연결만 바로 계산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욕심 같아서는 계산기 기능의 키패드가 키보드와 떨어진다면 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시중에 나온 이들 제품(계산기 기능이 탑재된 숫자 키패드)의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는 것을 보면 현재 Genius KB-29e의 가격으로는 분리형 계산기 키 패드의 구현은 쉽지 않았으리라.

어쨌던 KB-29e의 계산기 기능은 타 키보드와 구별할 수 있는 독특한 기능으로 특히 숫자를 많이 다루는 회계사, 사무직 직원, 자영업 종사자들에게 요긴할 것 같다. Genius KB-29e는 계산기 기능 덕분에 상업계 고등학교 등에서도 많이 보급되고 있다고 하는데 전자 계산기 작동법에 능숙해야 되는 상업계 학생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 하겠다.

Genius KB-29e의 키감

현재 Genius KB-29e는 시중에서 2만원 대 중 후반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사용자라면 가능한 탁월한 키감을 바라겠지만 이 제품 역시 중저가의 보급형 제품으로 고급 키보드와 같은 키감을 바라는 것은 다소 무리라 하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Genius KB-29e의 키감은 평범한 수준이다. 처음 KB-29e를 눌렀을 때 손 끝에서 느껴지는 키감은 키보드 평균 키 압력인 55g 비해 10% 정도 가벼운 느낌이 든다. (제조사에서 키 압력이나 기타 특성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개인적인 느낌이 크게 좌우되었음을 밝혀둔다.) 이 느낌이 키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지속된다면 멤브레인 키보드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키트로닉 키감에 근접할 수 있겠지만 키가 바닥에 내려가면서 손끝에서 다소 둔탁한 느낌이 전해져 내려온다. 말하자면 다소 빡빡한 느낌이라고 할까.  약간 탁하게 손끝에 걸려오는 느낌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손가락에 걸려온 가벼운 키감이 상쇄되어 버린다. 이러한 키감은 MS 중저가 키보드에서 느끼는 느낌과 비슷한데 구분감은 MS 제품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뭐 제품의 가격대에 비하면 딱 중간 정도의 키감 정도로 일반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는 키감이지만 매니아들에게는 다소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지금까지 오피스 키보드인 Genius KB-29e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이 제품은 숫자를 많이 사용하는 직종의 사무용으로 적당한 제품이다. 다른 점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키보드에 내장된 전자 계산기 기능만으로도 Genius KB-29e는 제품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제품이다.

다만 대개의 멀티미디어 키보드가 그렇듯이 단축키 자체의 키감이 떨어지는 편이고 타사 멀티미디어 키보드에 비해 구동 소프트웨어의 퀄리티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므로 멀티미디어 키보드로 이 제품을 구입하기에는 적당치 않음을 밝혀 둔다.

오피스 키보드는 다소 애매한 성격 때문에 시장에서 관련 제품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Genius KB-29e와 같이 특화된 성격이 오피스 키보드라면 앞으로도 생명력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어떤 기능들이 오피스 키보드에 추가될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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