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AREX 6800 시리즈와 8500은 부담 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보급형 팬터그래프 키보드이다. 다만 무난함을 뛰어넘는 한 방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세 제품 중에서 6800W는 외부 하우징을 흰색의 하이그로시로 처리를 하였는데 리뷰한 세 제품 중 가장 눈길이 갈만한 제품이었다.”

가을도 절정을 지나 막바지에 다다랐다. 강원도 어디에서는 벌써 첫눈이 내렸다고 하던데. 항상 이맘때 쯤 되면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해야 하는 생각에 한편은 설레고 한편은 걱정이 된다. 어쨌든 계절이나 심리적으로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지만 키보드 리뷰어로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바쁜 기간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신제품이 다량 출시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눈코들새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바쁜 생활을 하는 와중에  멀리 대구에서 전화가 왔다. GEAREX라는 키보드 수입사인데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고 리뷰를 부탁하는 전화 내용이었다. 뉴스나 리뷰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GEAREX 제품에 대한 이모저모 잘 알고 있는 터라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리고 GEAREX의 총판에서 세 종류의 제품을 받게 되었다. 수령한 제품은 6800S, 6800W, 8500. 세 제품 모두 기본적으로 컴팩트 스타일의 팬터그래프 키보드 이며, 8500은 6800 두 제품에 다양한 멀티미디어 버튼을 탑재하여 기능 향상을 꾀한 제품이다.

GEAREX 키보드는 ZIPPY사의 OEM 생산 제품

ZIPPY사는 WK-620이라는 알미늄 키보드로 국내 키보드 매니아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업체이다. ZIPPY사의 홈페이지를 가보면 적어도 슬림 키보드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는 것을 확실할 수 있다. ZIPPY 슬림 키보드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하우징을 알루미늄으로 처리한 알루미늄 키보드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다양한 발광 키보드 제품군을 내놓고 있다는 것. 세 번째는, 보기 드물게 팬터그래프 키보드에 무선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내놓는 메이커라는 점인데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무선화는 1~2년 이후에는 본격화될 것 같다.  

위 세 가지 특징에 속하는 제품들이 ZIPPY사의 주력 제품이라고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리뷰에 소개할 6800S, 6800W, 8500(ZIPPY 모델명으로는 WK-726, WK-727)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이 빠진, 주력 제품이라고 보다는 일종의 보급형이라고 할 만한 제품이다. 뭐 하지만 하이엔드 제품군 보다는 보급형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이 사실이다 보니 제품 자체의 중요성은 하이엔드 제품군에 비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왜 팬터그래프 키보드인가?

제품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인기의 이유에 잠깐 집어 본다. 확실히 팬터그래프 방식 키보드는 양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했다. 용산 상가에 가면 여러 종류의 팬터그래프 키보드들을 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팬터그래프 방식의 키보드를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팬터그래프 방식의 구조상 키 깊이 (키 스트로크)가 얕을 수밖에 없다. 키를 치다 보면 키를 눌렀다는 느낌이 멤브레인 키보드나 기계식 키보드에 비해 약하고 아무래도 리드미컬한 타이핑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씽크패드 노트북처럼 좀 더 고급 재질의 키캡과 러버돔 구조를 사용하면 왠만한 멤브레인을 능가하는 구분감이 팬터그래프 키보드에서 나오기도 하나 200만 원짜리 고가 노트북에서 사용하는 키보드와 2만원 내외의 외장형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키감이 같을 리는 만무하다.

이런 이유로 장시간 타이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팬터그래프의 키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팬터그래프 키보드에는 이를 뛰어넘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소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인다. 팬터그래프 키보드는 멤브레인이나 기계식 키보드 보다 월등히 조용하다. 아주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기계식은커녕 멤브레인 키보드조차 맘 놓고 쓸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때는 펜터그래프 키보드가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요즘엔 과거 도스 시대나 PC 통신 시대에 대해 개개인의 타이핑 분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다소 약한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키감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두 번째는 슬림화,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마 이 부분이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 생각한다. 대략 멤브레인 키보드의 두께나 무게를 팬터그래프 키보드에서는 2/3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여기에 덧붙여 팬터그래프 키보드의 레이아웃을 컴팩트 타입이나 미니 타입이나 처리하면 그야말로 책상 위 키보드의 공간 차지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세 번째는, 디자인이 멤브레인 키보드에 비해 세련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팬터그래프는 아직 주류의 자리를 차지는 못했지만 서서히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더욱이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이 과거에 비해 대폭 하락되어 멤브레인 키보드가격에 몇 천원만 추가 지불하면 구입할 수 있게 되었으니 경제적 부담도 한층 줄어들었다.

이런 장점이 있어 필자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팬터그래프 방식 키보드를 자주 권해주는 편이다. 특히 이쁘고 조용한 키보드를 원하는 사람 중에서 문서 작업 비중과 게임 사용 비율이 낮은 사람들이라면 팬터그래프 키보드가 제격이다. 또한 팬터그래프 키보드는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인데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에 비해 둔탁하지 않고 스타일이 살아 있다는 점이 크게 어필한 것 같다.

성의가 있는 패키지 디자인


GEAREX 6800W의 제품 패키지


GEAREX 키보드 패키지는 보급형 제품의 패키지로는 믿겨 지지 않을 정도로 잘 디자인 되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생산 회사에서 제공하는 패키지를 그대로 쓰던지, 패키지 박스에 한글을 덧붙이는 것으로 키보드 패키지 디자인을 끝내곤 한다.

하지만 GEAREX 키보드 패키지 디자인은 자사 로고와 아이콘이 잘 어울려져 있으며 폰트 선정과 사진 배치가 섬세하게 처리되어 있어 패키지 자체만으로는 10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이다. 혹 키보드 제품을 수입 혹은 판매하는 업체들이라면 키보드 패키지 디자인을 결정하기 전에 GEAREX사의 키보드 패키지를 한번쯤 참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키보드 패키지 안에는 4P 짜리의 얇은 안내 가이드가 들어 있다. 워낙 얇은 분량이라 자세한 정보가 들어있지는 않지만 이러한 부분에 까지 한글화한 GEAREX사의 섬세함은 기분 좋은 것이었다.

전형적인 컴팩트 키보드 레이아웃


GEAREX 컴팩트 키보드의 레이아웃


<이번에 리뷰한 제품 세 기종 - 6800W, 6800S, 8500 모두 전형적인 컴팩트 키보드의 레이아웃을 지니고 있다. 컴팩트 키보드 레이아웃은 미니 키보드와 같이 숫자 키패드가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없고 표준 레이아웃 키보드 보다는 효과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팬터그래프 키보드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레이아웃이다.

컴팩트 키보드 레이아웃은 여러 면에서 만족할 만한 레이아웃이나 커서 키가 Shift 키와 딱 붙어 있는 관계로 게임을 즐기려 할 때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ㅂ.

일단 일자 엔터 키와 긴 빽스페이스 키를 보면 세 키보드 모두 기본적으로 US 자판 배열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영문 키보드의 최 하단 줄이 Ctrl-Win-Alt-Space-Alt-Win-Contextual-Ins 배열인데 반해 한글 키보드로 바뀌면서 해당 줄이 Ctrl-Win-Alt-한자-Space-한/영-Alt-Contextual-Ins 배열로 교체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Space 키의 너비가 약간 짧아졌고 우측 Ctrl키와 Win키가 빠진 대신 한영, 한자 키가 추가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완전 US 배열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컴퓨터 초보자들을 사용하면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이락스 컴팩트 키보드와도 동일한 키 배열이다. 필자도 2~3일 정도는 한자 키 때문에 다소 멀어진 좌측 Alt키 위치로 다소 혼란스러웠으나 3일이 지나자 한자 키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좌측 Alt키를 정확하게 누르는 것이 가능해 졌다.

깔끔한 키보드 인쇄, 쉽게 번질거리는 키캡 재질은 다소 아쉬워

ZIPPY 알루미늄 키보드 WK-620과 같이 6800 시리즈와 8500 모두 깔끔한 고딕체로 한글 자모를 인쇄했다. 한글 자모가 약간 큰 듯 보이지만 깨끗하게 인쇄되어 있고 알파벳과 한글 자모 사이의 공간 배분도 어색하지 않다. 또한 키캡에는 별도의 UV 코딩을 사용해 장시간 키보드를 사용해도 글자가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레이저 방식이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 레이저를 사용할 경우 글자의 색이 흰색이 아닌 다소 회색 톤이 들어가게 된다. 검정색 키캡에 하얀색 느낌을 살리려면 실크 인쇄 후 UV 코딩을 하는 레이저 인쇄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다.

GEAREX 세 키보드의 키캡 재질은 다소 아쉽다. 6800, 8500 모두 2~3일만 사용하면 키캡에 손 자욱이 나면서 조금씩 번질거리기 때문이다. 키보드를 열심히 사용한 흔적이라서 심리적 만족감이 남긴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썩 유쾌하지 않다. 향후 개발되는 제품에는 좀더 고급 재질로 키캡을 만들어 짧은 시간 안에 키캡이 번질거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평범한 키감, 8500의 경우에는 끝마무리 부족한 느낌.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요즘 출시되는 유선 펜터그래프 키보드간의 키감 차이는 크지 않다. 혹 키감 차이가 있더라도 민감한 사람들을 제외하곤 그 차이를 쉽게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외장형 펜터그래프의 경우라면 대체적으로 두 가지 느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BTC 6100이나 아이락스와 같이 손가락에 딱딱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경우이다. 또 다른 경우는 ZIPPY WK-620이나 이번에 6800이나 8500과 같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받는 경우이다. 보통은 다소 단단한 느낌의 첫 번째 키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확실히 BTC 6100이나 아이락스 키보드는 키가 잘 고정되어 있는 느낌이고 구분감도 더 있는 펀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입력할 때에는 이러한 딱딱 떨어지는 구분감이 좋은 느낌이지만 장시간 타이핑을 할 때에는 피곤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구분감은 떨어지지만 키보드 밑판 약간씩 움직여 키 충격을 일부 완화시켜주는 키감을 좋아하는 편이다.  다만 키보드 밑판의 이동성이 너무 크다면 타이핑시의 안정감이 떨어지게 되니 이런 부분은 빼고 말이다.

일단 테스트한 두 제품을 평가하면 6800 시리즈의 경우 적당히 밑판이 이동하여 키 입력시의 충격을 잡아주기 때문에 비교적 양호한 키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8500의 경우에는 우측 배열의 키를 누를 때 키패드와 키보드 밑판이 상하로 지나치게 움직여 다소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 8500은 우측 커서키나 편집키를 누를 때 키보드가 중간에 한번 걸리는 느낌을 손끝에서 받을 수 있었는데 그리 유쾌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테스트한 키보드만의 문제라면 다행이겠지만 전체 키보드에 이러한 문제가 있다면 구입하기 전에 이 부분을 꼭 확인해보길 바라겠다.

세련된 디자인의 8500, 젋은 감각의 6500 시리즈


GEAREX 6800W



GEAREX 6800S



GEAREX 8500


디자인은 처음 보기에는 8500이 좀 나아보였다. 검은색, 은색이 어울려진 투톤 디자인 인데다가 각종 멀티 버튼이 큼지막하게 키패드 상단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측면을 살펴보면 8500은 단순한 플랫 형태인데다가 키보드 다리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처음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직접 사용해보면 책상 위에 밋밋하게 깔려 키보드 사용자체가 그리 편한편은 아니었다. 8500 상단의 각종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특수 키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거의 사용하는 키들이 아니라 디자인 이상의 의미는 주지 못했다.

이에 비해 6800 시리즈는 첫 눈에 만할만한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측면이 역 U자형 디자인을 채용 키보드 자체에 자연스러운 경사를 두었고 별도의 키보드 다리를 가지고 있어 8500 보다는 상대적으로 편한 타이핑이 가능했다. 6800S는 흔한 실버, 블랙 조합이라 다소 식상한 느낌이 나는 반면에 6800W는 고광택의 흰색으로 깔끔함과 젊은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세 제품 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제품은 6800W 이었다. 6800은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호평을 만들 수 있을 수 있는 제품으로 생각된다. 단 흠집에 다소 약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약간의 주의는 필요할 것 같다.

향후 발광 키보드 및 무선 키보드 출시가 기대

6800S, 6800W, 8500 세 키보드는 보급형 키보드로 가격도 적정한 선에서 결정 되었다. 전체적으로 큰 무리 없는 키보드이지만 최근 유선 팬터그래프 시장이 워낙 치열한 것을 감안하면 타 키보드를 압도할 수 있는 점이 발견되지 않아서 다소 아쉬웠다.

어쨌든 WK-620 외에 ZIPPY 제품들이 좀 더 다양하게 선보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GEAREX사는 리뷰했던 키보드 외에도 알루미늄 컴팩트 키보드인 7200과 발광 키보드인 7200EL도 함께 출시하였다. 대구에 있는 GEAREX사는 처음 키보드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회사치고는 매우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중저가 키보드와 함께 ZIPPY사가 강점을 보여주고 있는 발광 키보드나 무선 키보드 쪽을 좀 더 신경 쓴다면 제품 라인업도 충실해지고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만드는 여타 회사와도 차별화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공급해준 GEAREX사와 총판에 감사를 들이면서 글을 이만 줄인다.
profile

키보드 매니아가 세계 최고 동호회가 되는 날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