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씨의 신간 "별을 스치는 바람 1, 2"를 주말 내내 읽었다.
이정명스러운 소설이었다. 역사성, 미스테리, 숨겨진 진실과 그럴싸한 거짓... 

예배 드리는 내내도 소설 읽고 싶을 만큼 재밌는 책이었다. 
시인 윤동주의 삶과 영혼에 가슴이 뭉클하고 아프기도 했고... 
심지어 윤동주가 옥중에서 죽었을 때는 눈물마저 나더라는...
fiction이지만, 한번 윤동주의 삶과 시와 영혼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유난히도 "별 헤는 밤"이라는 시가 가슴 아리게 다가왔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당시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이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