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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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
- 김종길 -
어두운 방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라곤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성탄제>(1969) -
이 시는 제가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만 하더라도 선생님의 강요로 딸딸딸 외우던 생각이 나는데..
기계적으로 시를 해석하던 때 였지요.
지금에와서, 국어교육을 전공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시라는 것은 그렇게 기계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해야할 것이 아니더라구요.
각설하고 이 시는 지금과 같이 추운 겨울에 대비하여 따뜻한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입니다.
빡쎈 업무 속에서도 가끔씩 시를 읽고 옛 추억에 잠겨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간을 종종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밑줄 친 " 산수유"가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이런 문항이 함께 떠오르긴 하지만.. 오랜만에 보니 새롭네요.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