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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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올린 것에 이어 2탄입니다. 나라에서 가장 있기 있다는 곳은 아닐 수도 있지만 ^_^;;;
나라의 서쪽지방이랄까.. 이쪽에서는 가장 맛있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항상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서 몇번이나 허탕을 치다가, 3일전엔 기다릴 것을 작정하고 가봤습니다.
나라현 토미오(富雄)역 근처에 '아마노쟈쿠'라는 라면 집입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역시나 사람들이 줄지어 있더군요. 유명해서 항상 손님으로 북적거린다는 맛집을 도쿄나
오사카 등등 들려보며 가본적이 있는데요, 실망한 곳이 더 많았기에 이번에도 왠지 망할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습니다;;
가게 바로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ㅎㅎ 여기까지 오는데 1시간 걸렸습니다!
정말 완전 짜증났지만, 다른 음식도 아니고 라멘이니 인내심의 한계까지 참아보았습니다.
앞에 보이는 야쿠자같이 생긴 대머리분(?)은 박사과정 학생으로 저의 키보드 생활의
든든한 지원자입니다. 둘 다 전자제품 고치고 부품 구하는 걸 좋아해서 인두나 전선같은
것들 빌려주기도 하고, 이번에 키보드 하우징 자른다니까 톱도 빌려주더군요ㅎㅎ
덕분에 재미있게 학교생활하고 있네요~
함께 갔던 독일인 친구가 주문한 앗싸리(?) 시오라멘(あっさり塩ラーメン) 입니다. 가쯔오와 소금으로 간을 낸 산뜻한 맛의
라면입니다. 이 라면이 가장 간판메뉴라는데 저는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다른 걸 시켰습니다. 근데 나중에 국물을
마셔보니 생선맛(?)이 안나더군요. 흡사 진한 오뎅국물에 가쯔오부시로 마무리한 맛에 산뜻한 유자향이 느껴졌습니다.
일본에서 여러 라면을 먹어봤지만, 이렇게 산뜻하고 깔끔한 맛은 처음이었습니다. 국물에 내공이 느껴지는 것이 왜 여기가
유명한지 바로 알겠더군요.
* 참고로 돼지기름이 흥건하고 기름기가 많은 라면(국물)을 콧테리(こってり)라, 하고 그 반대가 앗사리(あっさり)입니다.
저는 콧테리 파입니다. ㅋㅋ
일행의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간판메뉴인 시오라면을 뒤로 하고, 안전하게 '돈코츠 쇼유 차슈라멘'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다른 라멘과 다르게 250엔이 비싸서 받아보니 차슈(돼지고기)가 6조각이나 들어있더군요. 면을 리필해서 먹었는데
마지막까지 차슈가 남아있었습니다. 고기가 면만큼이나 있었던 것은 저의 라멘인생의 처음이었습니다!
다른 곳과 다르게 국물이 부드럽고 기름기나 지방으로 채워져 있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았고, 마치 육수에 우유라도
넣은 듯, 고소한 우유맛(아마 우유는 안들었던 것 같습니다)과 돈코츠, 쇼유의 3박자가 어울리더군요. 1시간을 기다렸던 분노가
조용히 사그러들더군요. 4젓가락에 끝내버리고 리필해서 먹고, 더 먹고 싶지만 참았습니다.ㅎㅎ 차슈를 기름에 구워서
나오는데 흡사 참숯에 구운 듯한 독특한 향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많고 많은 라면집 중에 유독 이 집만 인기가 있는지
라면을 먹어보니 답이 나오는군요. 다음에 또 괜찮은 라면집을 가게 되면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일본 라면집을 가시게 되면 메뉴 중에 카에다마(替え玉)가 있는지 모시기 바랍니다. 옥(玉)자가 있어서 저는 계란인 줄
알았는데, 면을 리필하는 것을 '카에다마'라고 합니다. 보통 라면에 600~700엔 정도인 곳에서 처음과 동일한 양의 면 리필이
보통 100~150엔 정도로 비교적 저렴합니다. 일종의 서비스이니 대식가 여러분은 꼭 참고하세요~
알프스는 진리입니다.
힘겹게 알프스 등반 중!
맛있겠다....먹고 싶다